진흙속의연꽃

두려움과 감동과 전율의 촛불쓰나미, 4차 촛불에 참가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6. 11. 20. 10:47

 

두려움과 감동과 전율의 촛불쓰나미, 4차 촛불에 참가하고

 

 

대게 사람들은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깨어 있는 자들은 나서야 할 때 나섭니다. 요즘 촛불집회가 그렇습니다.

 

11 19일 제4차 촛불집회에 참석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홀로 참석했습니다. 일종의 의무라 보기 때문에 홀로 참석하여 힘을 실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하여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여 글로 남겨 놓습니다. 블로그에 실어서 공유하는 것입니다.

 

해방구처럼

 

전철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 도착하니 저녁 6 20분 가량 되었습니다. 서울광장 쪽 출구로 나오니 서울광장은 훵합니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여유롭습니다. 그러나 세종로방향에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태평로에는 속속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대한문 앞 도로까지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 다닐 수 있어서 세종로와 태평로는 마치 해방구처럼 보입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일단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열을 지어 대한문 옆 덕수궁돌담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아마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 같습니다. 촛불을 든 학생도 있고 박근혜를 몰아내자라는 붉은 피켓을 든 학생도 있습니다.

 

 

 

 

 

 

 

 

 

 

 

서로 촛불을 나누며

 

대한문에서 서울광장부근의 도로에는 아직 사람들로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들로 보이기도 대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모습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바닥에 앉아 있기도 하고 서서 서로 촛불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광경입니다.

 

 

 

 

 

 

 

 

 

 

 

 

 

촛불소녀가 있었는데

 

2008년 광우병 촛불문화제가 절정이었을 때 촛불소녀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을 때 촛불을 든 여고생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촛불이 활활 타 올랐습니다. 그때 당시 광우병관련하여 시국법회가 있었는데 이를 장엄등으로 태어난 '촛불소녀', 7.4시국법회를 보고(2008-07-05)’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2008년 촛불문화제로 부터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그때 당시 촛불소녀 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을까요? 거리에는 젊은이들로 가득합니다.

 

 

 

 

2008 소녀

 

 

 

LED촛불을 보고

 

행사가 열리는 세종로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목표는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는 곳입니다. 이동 중에 주변을 보니 촛불을 파는 노점상이 이곳 저곳에 포진 하고 있습니다. 종이컵에 구멍을 뚫어 초를 넣어 만든 것입니다. 몇 박스씩 잔뜩 쌓아 놓고 판매 합니다. 한 개에 천원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집에서 준비한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수 많은 촛불노점상에서 유심히 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LED촛불입니다. 촛불도 진화하는 모양입니다.

 

여당 극우성향의 국회의원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집니다.”라는 말의 영향이어서인지 LED촛불도 있었습니다. LED촛불은 건전지를 활용하여 만든 것입니다. 판매상은 꺼지지 않은 촛불임을 강조합니다. 한 개의 이천원이라 합니다.

 

 

 

 

 

 

 

촛불판매상들이 대목을 맞은 것 같습니다. 몇 박스씩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한번 모였다 하면 수십만명 되는 촛불집회는 다음 주에도 있고 계속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처럼 확실한 고객이 어디 있을까요? 사실 촛불집회는 매일 있습니다. 아마 촛불집회의 특수를 단단히 보고 있는 사람들이 촛불판매상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야시장(夜市場)에 온 듯

 

촛불판매상들과 함께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입니다. 촛불노점상들만큼이나 많습니다. 대게 오뎅, 꼬치구이 등을 팔고 있습니다. 이밖에 찐빵도 파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있는 곳에서는 식탁을 갖춘 간이 노천식당이 차려져 있습니다. 마치 야시장(夜市場)에 온 것 같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시장이 형성됩니다. 오일장에 사람이 모이듯이 무언가 볼거리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립니다. 사람들이 몰리면 반드시 먹거리 등을 파는 노점상이 등장합니다. 4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역시 먹거리, 촛불을  파는 노점상들로 성업중에 있었습니다.

 

평범한 이웃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시위선수들일까요? 사람들은 대게 빨간조끼를 입은 금속노조조합원들을 연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현장에는 소위 시위선수들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일상에서 보는 옆집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중에는 가족단위도 많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도 있고, 아이를 무등태우고 공연관람 하는 것처럼 나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촛불현장에 강성노조 조끼입은 사람들만 있다면 분위기가 경직됩니다. 또한 각종 단체의 깃발만 나부낀다면 극보수주의자들의 타겟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는 촛불을 든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었습니다.

 

동화면세점 앞에 자리 잡고

 

계속 앞으로 나아 갔습니다. 도로에는 사람들이 연좌하듯이 앉아 있습니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왕래 할 수 있도록 길이 터져 있습니다. 그러나 동화면세점앞, 동아일보 사옥앞, 청계광장 소라탑 이상을 넘어 갈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가득해서 길이 나지 않은 것입니다.

 

동화면세점 앞에 자리 잡았습니다. 대형 크레인이 설치 된 곳입니다. 건설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타워 크레인입니다. 아마 방송하기 위해 특별히 설치한 것이라 봅니다.

 

 

 

 

 

 

 

 

 

 

 

 

저 멀리 대형전광판이 설치 되어 있습니다. 두 개가 설치 되어 있는데 하나는 세종대왕상이 있는 곳이고, 또 하나는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는 곳입니다.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진행해도 대형전광판을 통하여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대형전광판이 등장한 것은 획기적인 일입니다. 예전에는 오로지 육성에 의존했으나 요즘은 고성능 스피커에다 대형전광판 등장으로 인하여 몇 배 전달효고가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위문화도 진화 하는 것 같습니다.

 

모금함에는 시퍼런 돈으로

 

방송용 타워크레인 앞에 서 있으니 자리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이순신장군이 오른 쪽에 검을 집고 왼손을 허리에 대고 있는 모습이 무척 당당해 보입니다. 수십만의 사람들 마음 속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이런 와중에 모금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 진행요원들 같습니다.

 

초록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금함을 들고 비좁은 자리를 헤집고 돌아 다니자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돈을 넣습니다. 지켜 보니 만원짜리가 대부분입니다. 모금함에는 금새 시퍼런 돈으로 가득 찼습니다.

 

 

 

 

 

 

서 있는 곳 바로 앞에는 수녀님들이 있습니다. 수녀님들도 촛불을 들었습니다. 함성을 지를 때 함께 지르고, 구호를 외칠 때 함께 외칩니다. 성속의 구별이 없는 듯 합니다.

 

록밴드 공연장 같은

 

참 많이도 모였습니다. 도로에 앉아 진행자의 말에 귀기울입니다. 진행자가 선창하면 후창합니다. 도중에 연사가 나와 짤막하게 시국에 대하여 이야기 합니다. 연사의 발언이 끝나면 공연을 합니다. 록밴드가 등장하여 시국을 패러디한 노래를 합니다. 록밴드의 노래에 참석자들은 촛불을 좌우로 흔듭니다. 마치 공연장에 나온 것 같습니다.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는 것입니다. 이럴 때 모두 한마음이 된 것 같습니다.

 

 

 

 

 

 

다들 바쁘게 살아갑니다. 바쁜 와중에도 특별하게 시간 내서 찾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구호로서 알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나온 것입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입니다. 그것도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들었습니다.

 

촛불파도타기인가 촛불쓰나미인가

 

지난 3차 촛불집회때 100만명이 넘게 모였다고 합니다. 가장 폭넓게 회자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촛불파도타기입니다. 유튜브에 공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감동적입니다. 하나 하나 촛불이 모여 강을 이루고 있는데 마치 파도치듯이 일렁이는 것입니다. 참가자는 단지 촛불을 들었다 놓았을 뿐인데 멀리서 보면 장관입니다.

 

진행자가 촛불파도타기 할 것이라 했습니다. 기자들은 잘 촬영하기 바란다는 멘트까지 보냈습니다. 아마 3차 촛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행자는 사전에 요령을 알려 주었습니다. 촛불의 파도가 밀려 올 때 내리고 있던 촛불을 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촛불이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행자에 따르면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켜라고 했습니다. 핸드폰이 촛불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촛불과 핸드폰이 만들어 내는 촛불파도타기입니다.

 

촛불이 밀려 왔습니다. 이순신장군동상 너머에서 촛불의 파도가 마치 쓰나미처럼 밀려 옵니다. 점점 파도가 가까워 오자 주변에서 술렁입니다. 그것은 감동의 외침입니다. 진행자가 더 이상은 못참겠다! 박근혜는 지금 당장 퇴진하라! 국민의 명령이다!”라고 선창하면 사람들은 따라서 후창합니다마침내 바로 코 앞에서 출렁이었을 때 감동을 넘어 전율이 일어날 정도이었습니다.

 

 

 

 

 

 

두려움과 감동과 전율

 

촛불파도타기는 딱 한번 시행되었습니다. 3차 촛불 때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동영상에 담고자 했습니다. 촬영된 동영상을 여러 번 열어 보았습니다. 촛불이 쓰나미처럼 일렁일 때 그것은 확실히 전율이었습니다.

 

민심을 천심이라 합니다. 촛불쓰나미는 천심입니다. 촛불쓰나미는 어떤 이에게는 두려움을 주고, 또 어떤 이에게는 감동을 줍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감동을 넘어 전율로 받아 들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들의 사자후(獅子吼)’입니다.

 

짐승의 왕 사자가 있습니다. 사자가 저녁 무렵 굴에서 나와 기지개를 폅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 본 다음 세 번 포효 합니다. 이를 사자후라 합니다. 사자가 사자후를 하면 모든 짐승들은 두려움과 감동과 전율에 빠진다고 합니다. ‘사자의 경(S22.78)’에 따르면 동굴에 사는 것들은 동굴로 숨어 버리고, 물에 사는 것들은 물속에 들어가 버리고, 숲에 사는 것들은 숲속에 들어가 버리고, 새들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고 했습니다.

 

사자후는 최상의 진리에서 나오는 당당하고 의미있는 선언입니다. 국민들이 포효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사자후를 토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촛불이 강물을 이루어 촛불의 쓰나미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 세상에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포효에 사람들은 두려움감동전율에 빠집니다.

 

이제 저쪽에서 답할 차례

 

광화문광장에는 8시 반까지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뉴스를 보았습니다. 공영방송에서는 짤막하게 4차 촛불시위소식을 전했습니다. 전날 서울에서 촛불시위 참가자는 60만이라 했습니다. 경찰추산은 17만이라 합니다. 전국적으로 1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 했다고 합니다.

 

놀라운 소식은 아직까지 단 한명의 연행자도 없었다고 합니다. 백만명이 참여 하여 평화적으로 시위를 마무리 한 것입니다. 화면에서는 어느 과격한 참가자가 경찰차에 올라가자 주변 사람들이 내려와, 내려와..”라며 합창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또 경찰차 유리창에 갖가지 스티커를 제거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습니다.

 

촛불은 더 이상 시위용이 아닙니다. 이제 촛불이 쓰나미로 바뀐 듯 합니다. 모든 것을 쓸어 가버리는 쓰나미입니다. 거대한 촛불의 바다에서 쓰나미가 일어난 것입니다. 국민들의 의사는 충분히 전달 되었습니다. 이제 저쪽에서 답할 차례입니다.

 

 

2016-11-2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