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아비담마’ 논서를 접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6. 12. 8. 12:45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아비담마’ 논서를 접하고

 

 

책을 한권 받았습니다. 택배로 도착된 책의 이름은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아비담마입니다. 불광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으로 2016 11 11일이 초판으로 되어 있으니 요즘말로 따끈따끈한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원저자는 미얀마 멤 틴 몬이고, 김종수님이 옮겼고, 전현수박사가 감수 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좋은 목소리 조건

 

최근 지견명상원의 법륜법사의 유튜브강좌를 종종 듣고 있습니다. 일을 할 때나 운전을 할 때도 종종 듣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프리젠테이션 강의기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빠알리 원문과 함께 강의 하는데 빠알리어도 배우고 교학도 배우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무엇 보다 법사의 청아하고 뚜렸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가 와 닿습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말하는 이의 태도와 목소리가 좋지 않으면 집중하기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초기경전에서는 법을 전하는 자의 목소리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 맛지마니까야에 따르면 좋은 목소리의 조건으로서 또렷하고, 명료하고, 감미롭고, 듣기 좋고, 청아하고, 음조 있고, 심오하고, 낭랑”(M91) 함을 들고 있습니다. 외도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평가한 것입니다. 그런 부처님의 목소리는 또한 사자후로도 표현됩니다. 사자후란 최상의 지혜에서 나오는 당당하고 의미있는 선언을 말합니다. 아름답고 청아하고 공명있는 사자후를 들으면 듣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과 감동과 전율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메일과 편지를 받았는데

 

책을 받게 된 것은 하나의 메일을 받고 나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틈 날 때마다 올려 놓은 글을 보고 있다는 법우님의 글입니다. 법우님은 블로그에 소개 되어 있는 메일에 새로 발간된 책을 보내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소와 전화번호, 이름을 알려 주었습니다. 책이 택배로 도착 했습니다. 택배 안에는 볼펜으로 쓴 작은 편지도 있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초기불교 공부를 한지 얼마 안되지만 다 통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항상 블로그를 찾아 보면서 공부 또한 많이 되고 있습니다. 글쓰기가 서투르지만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전진뿐이기에 진흙속의연꽃님의 도움도 많이 필요하구요. 좋은 말씀들을 올려 주시라 간절히 부탁드리는 바 입니다. 행복한 삶을 이루시길 기원 합니다.”

(L법우님)

 

 

정성들여 또박또박 쓴 글씨입니다. 늘 관심 있게 지켜 보아 주신 법우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 귀중한 책을 보내 주신 아름다운 마음을 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책을 열어보니

 

책을 열어 보았습니다. 560여 페이지 가량 되는 책입니다. 목차를 보니 아비담마논장의 순서대로 되어 있습니다. 기출간된 초기불전연구원의 아비담마 길라잡이의 순서와도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붓다아비담마로 인하여 이제 한국에서는 두 종류의 아비담마논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초불연의 아비담마길라잡이는 2002년 처음 출간된 이래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된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읽기가 무척 어렵고 난해 해서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붓다아비담마를 보니 깔끔하게 요점정리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용어도 누구나 알아 들을 수 있는 우리말을 많이 적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마나시까라(manasikara)’에 대하여 초불연에서는 마음에 잡도리함이라고 번역했으나, 붓다아비담마에서는 주의라 했습니다. ‘윈냐나(viññāa)’에 대해서 초불연에서는 알음알이라 했으나 붓다아비담마에서는 의식이라 했습니다. 누구나 이해 할 수 있고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붓다아비담마를 보면 예제가 있습니다.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한 것입니다. 한가지를 질문을 보면 어떤 사람이 아내가 차려준 음식이 좋지 않다며 화를 낸다. 이 남자의 마음의 유형은 무엇이고 그 마음과 조합하는 마음부수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이런 마음은 어떤 마음 상태일까요? 이에 대한 답을 보면 불만족이 함께한, 적의와 결합한, 자극 받지 않은, 성냄에 뿌리 박은 마음.”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문답식으로 알기 쉽게 풀이 해 놓으니 마음의 구조를 좀더 명확히 알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논장을 배제 했을 때

 

요즘은 유튜브시대입니다. 누구나 유튜브에 동영상법문을 올려 놓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법문 중에 근본불교에 대한 것도 종종 보입니다. 어느 테라와다 스님의 법문을 보니 1차결집본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1차 결집본에는 논장이 없습니다. 오로지 경장과 율장으로만 부처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파악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는 논장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논장에 실려 있는 이론이 부처님이 말씀 하신 것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비담마, 청정도론, 주석서의 견해를 철저하게 무시합니다.

 

1차 결집본에 의지하는 스님은 오로지 니까야에 실려 있는 가르침만으로 그 의미를 파악하려 합니다. 이는 수 천년 동안 전승되어온 제자들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설령 니까야만 보고서 그 의미를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바른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전남대 이중표의 경우 철저하게 논장을 배격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만의 독특한 불교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해석되어 온 불교가 모두 잘못 되었다는 것입니다. 니까야만으로 파악해 보니 부처님의 심오한 가르침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멤 틴 몬에 따르면

 

새로 출간된 붓다아비담마 서문을 읽어 보았습니다. 편저자 멤 틴 몬에 따르면 아비담마 논장은 부처님의 궁극적 가르침(Paramattha desana)’이라 했습니다. 후대 논사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직접설하신 것이라 했습니다.

 

실제로 아비담마 논장을 열어 보면 부처님이 아니고서는 가르칠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멤 틴 몬은 아비담마에 대하여 경장보다 더 우월하고 더 고귀하고 더 경이롭다.”라 했습니다. 그 이유로서 첫째, 논장은 경장보다 더 많은 법의 무더기를 포함하고 있고, 둘째, 부처님은 아비담마를 설할 때 경장의 가르침을 설할 때 보다 더 많은 방법들을 사용했고, 셋째, 아비담마는 궁극적 실재들의 관점으로 아주 상세하게 마음과 물질을 분석했다는 것입니다.

 

붓다아비담마 저자 멤 틴 몬은 요즘 유행하는 과학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마음을 탐지할 수 있는 어떤 도구고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과학은 마음의 존재를 부정하고 뇌가 마음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유물론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아무리 잘 만든 슈퍼컴퓨터도 인간에 의해 프로그래밍 된 것처럼 외부의 행위주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학으로 존재의 근원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하여 멤 틴 몬은 그 외적인 행위주체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맞다. 바로 그것, 마음이다.”라 했습니다.

 

왜 진전이 없는가

 

아비담마는 마음에 대한 분석입니다. 부처님이 아니고서는 분석할 수 없는 마음의 구조에 대한 설명입니다. 인간이라는 복잡한 기계를 구성하는 정신과 몸 두 가지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분석하여 부처님의 궁극적 가르침인 열반을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은 정신-물질의 3가지 공통적 특성인 무상, , 무아를 명상하고, 이들과의 인과관계들을 명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비담마논장은 가장 빠르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목표는 아라한입니다. 멤 틴 몬은 한가지 희망적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것은 비록 통찰명상을 계속하지 않더라도, 예류자인 그는 적절한 과정에 따라 자동으로 아라한이 된다.”라는 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이해 했을 때 열반이 보장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세상에는 갖가지 불교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알 수없다면 불교를 모르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또한 마음의 메커니즘을 모른다면 진전이 없을 것입니다. 한국불자 들 대부분이 절에 10. 20, 30, 아니 평생을 다녀도 진전이 없는 것은 부처님 그분이 어떤 말씀을 했는지 모르고, 아비담마를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아비담마는 정신과 물질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물질을 기반으로 한 과학과 대조적입니다. 물질을 기반으로 한 과학은 유물론적 범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신-물질을 함께 다루고 있는 아비담마 논장은 궁극적 목적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멤 틴 몬은 자연과학은 한 악당을 성자로 바꿀 수 없지만 아비담마는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세상과 모든 존재들의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은 마음입니다. 마음의 메커니즘에 관한한 아비담마 논장을 빼 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테라와다 스님은 논장을 배제한체 1차 결집본인 경장과 율장만으로 마음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봅니다.

 

빠알리 삼장이라 했을 때 논장은 경장과 율장과 함께 동등하게 취급받고 있습니다. 빠알리 삼장은 모두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그럼에도 논장을 배제하고 경장과 율장만으로 가르침의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면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것입니다;

 

아비담마길라잡이가 출간 된지 12년 만에

 

붓다아비담마는 초불연에서 아비담마길라잡이가 출간 된지 12년 만에 나온 교학서이자 동시에 수행서입니다. 현시대에 맞는 용어와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 가르침에 목말라하는 불자들에게 감로수가 되리라 봅니다. 붓다아비담마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법구경 시가 눈길을 끕니다. 아바담마논장을 잘 표현 하는 대표적 시로 봅니다.

 

 

모든 정신현상은 마음을 선구로 한다.

정신현상은 마음을 우두머리로 한다

정신현상은 마음이 만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사악한 마음으로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행동하면,

바퀴가 마차를 끄는 황소의 발굽을 따르듯이

고통이 그를 따른다.

 

어떤 사람이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행동하면,

그를 결코 떠나지 않는 그림자처럼

행복이 그를 따른다.” (Dhp.1-3)

 

 

 

2016-12-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