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의 할 바를 묵묵히, 지행합일 김광하님의 무주상보시
일요일 아침 ‘용감한 형제’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엠비씨 휴먼다큐 ‘인생대역전’이라는 프로입니다. 젊은 형제들이 노인들을 위하여 봉사활동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형제의 꿈은 ‘밥차’를 하나 장만하는 것이라 합니다. 밥만드는 차를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 노인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꿈이라 합니다.
세상은 넓고도 좁은 것 같습니다. 특히 사이버세상이 그렇습니다. 바로 옆에 사이트가 있음에도 거기에 있는 줄 조차 몰랐기 때문입니다. ‘사명당의 집’이 그렇습니다.
사명당의 집
지난 11월 23일 테라가타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에서 명함 하나를 받았습니다. 전재성박사님의 지인이자 친구이자 후원자이자 편집자인 ‘김광하’님입니다. 명함에는‘사명당의 집’이라 쓰여져 있었습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 하는 곳인지 몰랐습니다.
사명당의 집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카페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김광하님의 이름도 보였습니다. 카페이름은 ‘작은손길(사명당의 집)’입니다. 작은 봉사단체입니다. 김광하님과 사명당의 집을 알게 된 먼 요인은 전재성박사님의 정각원 강좌를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이야기
전재성박사님의 동국대정각원 강연이 있었습니다. 2012년 미디어붓다에 올려진 동영상입니다. 몇 편의 동영상을 보고서 “나도 한때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나도 한 때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전재성박사의 동국대 정각원 법회를 보고(2012-04-29)’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강연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주 한번씩 종로에 있는 노인들이나 노숙자들을 위하여 음식을 나누어 주는 봉사라 했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신선했습니다. 번역에 매진 하면서도 봉사활동한 것에 대하여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재성박사님이 노숙인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친구이자 후원자이자 편집자인 김광하님과 함께했다고 합니다. 테라가타 출간기자간담회 할 때 김광하님도 왔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광하님은 오래 전부터 종로 3가 등 지하철 역에서 무료로 음식 봉사 등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전재성박사님에 따르면 김광하님은 15년 동안 매주 봉사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65세에 이르러 건강 등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하여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이번 겨울이 끝나는 내년 2월 까지만 봉사활동을 하고 접는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경외감과 함께 아쉬운 마음을 느꼈습니다. 또한 1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봉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사람
사람들은 돈에 대하여 대단히 민감합니다. 내 돈 나가는 것에 대하여 살점 떨어져 나가는 것 보다 더 아깝게 여깁니다. 따라서 남을 돕는다든가, 남에게 무언가 준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위하여 금강경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를 실천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재성박사님은 김광하님에 대하여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 했습니다. ‘지식과 행동이 한결같이 서로 맞다’는 말입니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자를 말합니다. 김광하님은 도가에 대하여 정통하다고 합니다. 또한 김광하님은 니까야 교정을 오래 전부터 했기 때문에 출간된 니까야를 다 읽었다 합니다. 그런데 경전을 단지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행합일이라 했을 겁니다.
전재성박사님은 자원봉사를 할뿐만 아니라 한달에 두 번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니까야 강독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행합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거사님들의 줄은 굴다리 끝까지”
검색창에서 키워드 ‘사명당의 집’을 집어 넣어 김광하님의 카페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봉사활동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에 대한 것 중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녁 을지로는 어둠이 가득합니다. 길에 행인도 여름과 달리 이따금씩 보일 뿐, 거리는 한산합니다. 8시 30분 거사님들의 줄은 굴다리 끝까지 길었습니다. 거사님들은 대략 90여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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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시한 음식은 밀감 360개, 백설기 250쪽, 그리고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 잔입니다.”
(12월 11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 김광하님,)
을지로 봉사에 대한 글을 보면 노인들이나 노숙자들에 대하여 ‘거사’라고 칭한 것이 이채롭습니다. 글을 보면 대체로 백명 가량 되는 것 같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약 90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떡과 과일 등 일요일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글에서는 “한겨울 날이 추워 거사님들이 어깨를 올리고 종종 걸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음식봉사는 주로 떡이나 과일, 그리고 따뜻한 음료 봉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년에 몇 차례는 ‘특식봉사’를 합니다. 삼계탕봉사에 대하여 “오늘은 초봄을 맞아 삼계탕을 보시했습니다. 삼계탕을 보시할 때는 거사님들께 미리 알리지 않습니다. 전에 미리 알렸다가 거사님들이 많이 와서 정작 늘 오시는 거사님들이 뒤로 밀려 못 드시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6-3월 29일 일요일 을지로 삼계탕보시)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미리 공지하지 않고 특식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봉사
노숙자에 대한 봉사는 매주 일요일저녁입니다. 그런데 봉사는 일요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주 수요일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봉사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찬봉사와 관련하여 카페에 올려져 있는 글 중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의 반찬은 오랜만에<두부조림>을 하기로 했구요, 전날 경동시장 야채가게에서 대파와 홍고추, 무 1개 그리고 단골 정육점에서 돼지 뒷다리살 10근을 잘 갈아서 구입해 왔구요, 반찬봉사 당일 아침에는 두부 5판과 김치와 김 등이 배달되었습니다.
봉사자분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둥글레차나 커피를 한 잔씩 마신 후에 바로 반찬 만들기에 들어가 우선 두부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둔 후에, 갖가지 양념과 갈은 돼지고기를 골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정미희님과 만복화님께서 큰양은솥의 바닥에 두부가 타지 않게 무를 썰어서 바닥에 깐 후에 두부를 켜켜히 차곡차곡 쌓으며 동시에 양념장을 골고루 묻혀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정성껏 약 1시간 여를 가열해주니 양념이 잘배인 먹음직스런 두부조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야쿠르트 50개는 변함없이 삼각산 수제비 식당(조점이 보살님 보시)에서 보내 주셨습니다.
두부조림이 익는동안에 봉사자분들은 김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김치통에 잘 담았구요, 열기가 적당히 식은 두부조림도 찬통에 수북히 담겼습니다. 이번 따비에는 총 49가구분의 반찬들이 만들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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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이제 제법 가을기운이 완연해 옷을 가볍게 걸치고는 가을 햇살속을 오토바이로 달려가 두 곳의 경로당을 들렀구요, 용두동 골목길의 8가구 노인분들께도 안부인사와 함께 정성이 가득한 반찬들을 잘 전달해 드렸습니다. 이어서 고시원의 할머니와 안암동의 독거노인 할아버지께도 반찬 잘 전달해드렸습니다.
(수요 독거노인 반찬봉사 따비(2016-12-14/2주차), 제영 석명용 )
작은손길(사명당의 집) 사무국장 ‘석명용’이 작성한 글입니다. 글을 보면 독거노인 49세대 분의 반찬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찬을 만드는 장소가 있습니다. 신설동에 집을 하나 빌려서 자원봉사자들이 반찬을 만드는 것입니다.
무주상보시를 통해
전재성박사님에 따르면 처음 봉사할 때는 매우 미미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커피 봉사부터 시작 했다고 합니다. 첫 주에 50명에 몰렸는데, 다음주에는 100명,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여 500명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과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매주 그것도 한주도 빠지지 않고 15년동안 봉사 해 왔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났을까요? 카페 공지에 그 답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 청하지 않아도 찾아가는 마음 편한 벗이 되기를 서원합니다.
- 무주상 보시를 통해 다 함께 깨달음으로 나아갑니다.
- 모든 활동은 회원들의 자발적인 보시와 자원봉사로 운영합니다.
작은손길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작은손길 위치
주소: 130-814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114-81 작은손길(사명당의집)
(작은손길 후원 안내, 2007.11.09.)
2007년 작성된 공지사항입니다. ‘무주상보시’가 키워드 입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보시이고 순수한 봉사입니다. 국가나 지방단체 등 외부의 도움이 없이 순수하게 자발적 보시와 자발적 봉사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주 한주도 빠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놀랍고 경외스런 일입니다.
때가 되어 활동을 마감하는 것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전재성박사님에 따르면 봉사는 내년 2월까지라 합니다. 봉사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광하님의 건강 등이 큰 이유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카페에 김광하님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일부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년에는 제가 세는 나이로 65세가 됩니다. 한 두 해가 지나며, 몸도 마음도 기력이 확실히 떨어집니다. 저는 원래 눈이 좋아 늦게 까지 책을 보아도 피로를 몰랐는데, 근자에는 조금만 책을 보면 눈이 가물가물하고 글자가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 참선도 자꾸 시간이 늦어집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며, 하는 일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지난 몇 달 동안 고민하던 바를 존경하는 회원님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동안 여러 회원님들과 함께 꾸려온 작은손길의 활동을 내년 2월 말로 모두 회향하려고 합니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활동 중, 매주 수요일 독거노인 반찬봉사는 12월 말로 종료합니다. 그리고 을지로 노숙자와 탈북청소년 활동은 겨울을 감안하여 내년 2월 말까지 지속하려고 합니다. 2월 말 을지로 따비와 사진예술반 활동을 끝으로 3월 초에는 모든 작은손길 후원통장과 CMS 후원계좌를 모두 해약하고 종료하겠습니다.”
(김광하님, 작은손길(사명당의집) 2016년 11월 활동보고 (서문), 2016-12-15)
글에 따르면 반찬봉사는 12월 말까지이고, 노숙자 음식봉사는 내년 2월까지라 합니다. 이에 대하여 “회향하려고 합니다”라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단체가 내부의 불화나 재정난이 원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겨울을 맞는 나무처럼 때가 되어 활동을 마감한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 했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때가 되어 활동을 마감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김광하님을 중심으로 한 봉사는 2002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이에 대하여 “돌이켜보면, 2002년 김포에서 외국인노동자 상담활동을 시작하여, 2004년 작은손길을 창립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니”라 한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이 외국인 노동자 상담활동부터라 합니다. 2004년 작은손길이라는 봉사단체를 창립하여 오늘에 이르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작은손길 또는 사명당의 집이라는 봉사단체를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전재성박사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는데 내년 2월에 종료 된다고 하니, 참가 한 적이 없음에도 아쉽고 서운한 생각이 들어갑니다.
김광하님은 어떻게 봉사를 하게 되었을까요? 김광하님은 글에서 “저는 잘 아시다시피 전문적인 사회사업가가 아닙니다. 그냥 작은 회사를 운영하며 후원을 하다가, 어느 날 우연한 인연으로 이 일을 직접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김광하님은 우연히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회사와 작은손길을 번갈아 가며 두 번 출근하는 일이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평생 옷 한 벌과 발우를 들고 살아간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생각했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의 할 바를 묵묵히
김광하님을 딱 한번 봤습니다. 테라가타출간 기자간담회장에서 입니다. 테라가타 공동교정자로서 인연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광하님은 본인의 ‘고양이의 경’에 대한 글을 읽고서 전재성박사님에게 알려 주어 상윳따니까야 합본 출간시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 합니다. 고양이경과 관련하여 ‘고양이를 먹었나? 고양이가 쥐를 먹었나? 논란의 고양이의 경(S20.10)(2013-10-19)’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 것입니다.
김광하님의 봉사이야기를 접하면서 지나온 생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특별하게 이웃과 주변을 위해 한 것이 없습니다. 글쓰는 것도 일종의 봉사라 여기고 매일 글을 올리고 있지만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는 것과는 다른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수요일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봉사와 일요일 저녁 노숙자들을 위한 음식봉사를 지난 십 수 년 동안 해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천주교에 가톨릭대상이 있습니다. 가톨릭 대상은 조계종에서 수요하는 불자대상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조계종의 불자대상은 유명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사성장군이 주요대상입니다. 그러나 가톨릭대상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자가 대상입니다. 김광하님과 자원봉사자들 역시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의 할 바를 묵묵히 다 하고 있다고 봅니다.
2016-12-1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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