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행을 실천하는 천사들
잔잔한 행복이 있습니다. 늘 글 쓸 때 거친행복과 잔잔한 행복을 비교해서 설명 했습니다. 봉사활동하고 나서 귀가할 때 느끼는 잔잔한 행복은 꽤 오래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제대로 봉사를 해 보지 않았습니다. 단지 들어서 생각한 바를 적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요일 저녁 8시 30분 을지로역 부근 굴다리에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중소기업본점 뒤에 있는 지하도로 입니다. 봉사단체‘작은손길(사명당의 집)’에서 자원봉사하는 현장 입니다. 노숙자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는 봉사 입니다. 봉사현장에 있게 된 동기는 전재성박사님로 부터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입니다. 이에 대하여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의 할 바를 묵묵히, 지행합일 김광하님의 무주상보시(2016-12-18)’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린 바 있습니다. 글을 쓴지 3주만에 현장에 있게 되었습니다.
노숙자 봉사 이야기를 듣고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더구나 2월말이면 15년 동안 지속하던 봉사가 끝난다고 하길래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봉사를 주도 하고 있는 김광하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김광하님은 전박사님과 대불련 친구이자 후원자이자 편집자로서 노숙자 봉사를 15년 동안 해 왔습니다.
김광하님은 몸만 오라고 했습니다. 전철로 이동하여 종각역 12번 출구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걸어 갔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김광하님과 석명용님, 그리고 여성자원봉사자 3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박사님은 따로 승용차를 타고 왔습니다. 모두 5명 입니다.
이날 노숙자 봉사에는 백설기 두 쪽과 바나나 세 개가 제공 됐습니다. 그리고 봉지커피와 둥글레 차를 종이 컵에 준비 했습니다. 이날 노숙자는 약 100명 가량 모였습니다. 준비한 탁자 두 개를 펼치고 맨 앞에 백설기 박스를 배치 했습니다. 그 다음에 바나나 박스입니다. 이날 백설기 나누어 주는 역할을 담당 했습니다. 바로 옆에는 여성자원봉사자가 바나나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여성봉사자는 바나나를 나누어 주면서 “안녕하세요” 라든가 “맛있게 드세요” 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이를 따라 했습니다. 그러나 노숙자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입니다.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에서 혹시 오해하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많이 드세요” “안녕하세요”라 하자 그들은 “고맙습니다”라며 감사의 말을 하며 받아 갔습니다. 어떤 이는 무표정하게 받아 갑니다.
김광하님과 전재성박사님과 석명용님은 커피와 둥굴레차 봉사를 했습니다. 봉사는 15분 만에 끝났습니다. 15분 준비를 위해서 일주일 준비한 것입니다. 김광하님에 따르면 그곳에서는 매일 봉사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월요일에는 교회에서, 화요일은 성당에서 등 매일 하는데 일요일이 비어서 일요일에 떡봉사한다고 합니다.
봉사자들의 인상이 매우 좋습니다. 자비가 넘쳐 나는 얼굴 입니다. 초면임에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거룩해 보이는 느낌입니다. 아마 10년 이상 매주 봉사함에 따라 얼굴에 드러난 것이라 봅니다. 더구나 수요일에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봉사도 하고 있다 하니 문외한이 보기에는 불가사의할 뿐 입니다.
굴다리 지하도로에 형성되었던 긴 줄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이 추운 날에 어딘가에서 잠을 잘 것입니다. 그들 노숙자에 대하여 김광하님은 “거사님”이라 부릅니다. 그러고 보니 그들도 우리와 똑 같은 사람들 입니다. 걸인도 아니고 행패부리는 사람도 아닙니다.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고 사업실패해서 집에서 살 수 없어서 나온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거사님(노숙자)은 줄을 한번 더 서기도 합니다. 백설기를 두 번 타가는 겁니다. 아마 내일 아침 먹을 것까지 챙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재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거사님들 중에서도 몇 명이 자원봉사 하는 겁니다. 겉 모습으로 봐서 도저히 노숙자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노숙자 자원봉사에 참여 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거사님들(노숙자)을 대했습니다. 고개도 뻣뻣이 들지 못하고 눈도 맞추지 못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량 없는 윤회의 과정에서 “한때 나도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 라는 겁니다. 그들을 자비의 마음으로 대하면 불공평 합니다. 자비를 베푸는 것과 자비의 베풂을 당하는 것은 평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을 보면 “나도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 라고 관찰하라 했습니다. 행복하고 부유한 자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는 자만을 제거 하기 위함 입니다. 자만은 우월감뿐만 아니라, 동등감과 열등감도 자만이라 했습니다.
봉사는 15분만에 끝났습니다. 현장에서 남은 백설기와 커피, 둥글레차를 마시며 간단히 환담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흩어졌습니다. 오늘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티내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봉사입니다. 그런데 김광하님은 봉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무주상보시 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티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바를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보살들이고 진정한 천사들 같습니다.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작은손길 카페에서는 1월 8일 봉사에 대하여 ‘1월 8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2017-01-0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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