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합일

관음선종의 거주식 선원(residential Zen center)에 대하여

담마다사 이병욱 2016. 9. 4. 08:32

 

관음선종의 거주식 선원(residential Zen center)에 대하여

 

 

 

청정한 자만이

 

청정도론을 위숫디막가(Visuddhimagga)라 합니다. 청정에 이르는 길이라고도 합니다. 5세기 스리랑카 마하비하라에서 붓다고사가 편찬한 것입니다. 청정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일곱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했고 각 단계마다 지혜가 성숙되는 정도에 따라서 16단계로 설명했습니다. 청정도론은 니까야 주석서이자 동시에 수행지침서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청정도론을 접하면서 불교를 신행하는 목적은 결국 청정한 삶(brahmacariya)’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음 속의 오염원을 소멸시키는 과정이 청정에 이르는 길 입니다. 번뇌의 대표주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소멸입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청정한지 간단하게 아는 방법이 있습니다. 얼마나 욕망에서 자유로운지, 얼마나 화를 내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 치에서 멀리 벗어난 사람은 청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 청정해졌을 때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에 지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청정한 자만이 법을 설할 수 있습니다. 청정한 자만이 지도할 수 있기 때문에 청정한 자만이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승을 정할 때 욕망과 분노와 사견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보라고 했습니다.

 

폴란드출신 오진법사

 

관음선종 수행모임에 외국인 지도법사가 있습니다. 폴란드출신으로 오진법사라 합니다. 1981년에 숭산스님 문하에 들어 왔으므로 35년 불도를 닦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머리를 짧게 깍고 승복을 입어서 처음에는 스님인줄 알았습니다. 아마 관음선종의 전통인 것 같습니다. 오진법사에 대하여 궁금했습니다. 구글검색을 해 보니 딱 한 단어 발견 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 입니다.

 

 

파고다는 90년에서 92년 사이에 대광스님과 지도법사 오진스님, 다렉 고르제프스키, 스캇 레스티보, 헨리 그레벤버그, 잰 샤크, 그리고 개리 버넷트 같은 분들이 수고를 하셨습니다. 관음선종 20주년 기념으로 지어졌죠. 설계는 대광스님이 주로 하셨고요, 대광스님은 설계 뿐 아니라 건축에도 아주 유능하신 분이죠.”

 

(이종권님, 인터뷰 - 프로비덴스 젠센터 주지 청혜스님, 미주불교신문, 2001)

 

 

 

Providence Zen Center

 

 

 

이 글은 미주불교신문에 실린 기사로서 재미불자 이종권님이 2001년 관음선종 청혜스님(속명 Tim Lerch)을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청혜스님에 따르면 프로비던스 파고다건립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러 명의 이름과 함께 오진법사도 등장합니다.

 

관음선종에서 법사가 되려면

 

관음선종에서 법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될까요?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숭산스님의 관음스쿨에 대한 이야기가 이종권님의 글에 상세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긴 글을 읽으면서 관음선종이 매우 체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가지도법사에 대한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가 지도자(lay teacher)에 대해서 잠시 설명하면, 관음선종에는 승속을 가리지 않고 수행정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 타이틀을 부여하는데, 그 가운데 인가를 받은 지도법사(JDPS) 그리고 지도법사가 된지 최소한 5년이 지난 후 자격이 주어지는 선사(Zen Master)의 타이틀은 안거나 용맹정진 시 신도들에게 공안인터뷰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공안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 선원을 개원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겨남을 뜻하며, 또한 인가를 받은 지도법사와 선사는 다른 선원에서의 초청으로 빈번히 여행을 하며 안거를 이끈다.”

 

(이종권님, 인터뷰 - 프로비덴스 젠센터 주지 청혜스님, 미주불교신문, 2001)

 

 

이종권님이 법사에 대하여 별도로 설명해 놓은 것입니다. 관음선종에서 지도법사는 승속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눈에 들어 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머리깍고 승복을 입고 구족계를 받은 스님만이 법사의 자격이 부여되고 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 재가법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재가불자도 있지만 대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음선종에서는 승속의 구별 없이 수행정도에 따라 수행능력에 따라 차별없이 법사자격을 부여한다고 했습니다. 법사자격이 있으면 재가불자라도 수행도를 할 수 있고, 법을 설할 수 있고, 공안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관음선종에서 재가법사의 조건이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나 머리를 짧게 하고 승복 입을 수 없음을 말 합니다. 어느 정도 청정에 이른 자만이 남을 지도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폴란드출신 오진법사는 선원을 이끌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주식 선원(residential Zen center)

 

관음선종은 여러모로 독특합니다. 전세계 외국인 수행자들로 이루어진 선 센터에서는 출가와 재가의 차별이 없는 것이 특징 입니다. 차별이 있다고 한다면 수행능력에 따른 것이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재가자라도 수행능력에 따라 법사지위를 부여 받아 새로운 선원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기독교에서 목사들이 개척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선원을 낸 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이는 관음선종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수행공동체를 말합니다. 한집에서 먹고 자면서 함께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관음선종 스님들과 재가법사들은 모두 수행공동체 출신 입니다.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현각스님도 자신의 책에서 수행공동체 생활에 대해서 자세하게 언급 해 놓은 바 있습니다. 이종권님의 인터뷰에서 청혜스님은 수행공동체에 대해 이렇게 설명 했습니다.

 

 

거주식 선원(residential Zen center)을 만들라는 임무를 받았어요. 우리는 수년간 거주식 선원이 없었고 그 이전에도 시도는 해보았지만 성공해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 일은 정말 도전할만한 일이었죠. 나이든 신도들은 다시 시도하는 데 내켜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숭산 스님의 가르침 "천년 만년을 쉬지 말고 하고 하고 또 해봐라 (try try try 10.000 years non stop)"을 기억했어요. 그리고 우린 했지요. 처음엔 네 명이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음악선생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서 일을 했죠. 왜냐하면 우린 집세를 지불할 돈이 필요했거든요. 우리는 한 장소에서 일주일에 이틀 밤 수행으로 시작해서 3곳에서 일주일에 12회 수행으로 발전했어요! 선원의 사무장(director)이자 주거가옥의 집사(house master) 그리고 스님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했던 바빴던 시절이었죠. 처음에는 내가 매일 아침 그리고 일주일에 네 번씩 수행을 이끌었지만, 곧 사람들이 잘 대처를 해줘서 모든 수행이 선원 거주자들을 포함한 선원식구들에 의해서 진행될 수 있게 되었지요."

 

(이종권님, 인터뷰 - 프로비덴스 젠센터 주지 청혜스님, 미주불교신문, 2001)

 

 

청혜스님은 수행공동체에 대하여 거주식 선원(residential Zen center)이라 했습니다. 함께 모여 살되 각자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혜스님도 스님임에도 직업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음악이 전공이라 음악지도를 하면서 번 돈으로 선원을 유지한 것입니다. 이는 한국스님과 비교 됩니다. 한국스님들은 취미 내지 여가로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업이 본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관음선종에서는 선원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직업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혜스님은 직업에 대하여 하지만 내가 음악승려혹은 그 비슷한 것이라도 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라 했습니다.

 

많은 감자를 솥단지에 넣고 휘저으면

 

거주식 선원은 가난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부유해지기 위해서 선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청혜스님은 인터뷰에서 우린 상황이 너무 좋아지길 원하지도 않습니다. 게을러질 수도 있으니까요.(웃음) 어려움이란 훌륭한 수행이죠.” 라 했습니다. 수행의 길로 들어선 이상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것이라 봅니다. 그렇다면 함께 살며 함께 수행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청혜스님은 숭산스님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스님은 그게 많은 감자를 하나의 솥단지에 함께 넣고 휘젓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감자들은 하나씩 개별적으로 닦아야 하는 대신 서로 부대끼며 모두가 함께 깨끗해지죠. 우리가 함께 살면서 수행할 때 우리는 우리의 업장을 매우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서로 도우며 더욱 강하고 선명해지는 것이죠.”

 

(이종권님, 인터뷰 - 프로비덴스 젠센터 주지 청혜스님, 미주불교신문, 2001)

 

 

감자를 씻을 때 바구니에 넣고 흔들면 함께 씻겨지기 때문에 하나씩 씻는 것 보다 더 효율적이라 했습니다. 수행한다 하여 나홀로 수행하면 효과가 없지만 함께 모여 살면서 수행하면 진전이 빠름을 말합니다. 공동체에서는 반드시 모범이 될만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따라 가는 경향이 있어서 결국 모두를 향상으로 이끈다는 말 입니다.

 

향상으로 이끄는 공동체생활

 

공동체생활과 관련하여 초기경전에 이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세 가지 행복을 바라면서

슬기로운 자는 계행을 지켜야 한다.

명예를 얻고 재산을 얻는 것과

죽어서 천상에서 기뻐하는 것이다.

 

악을 짓지 않더라도

악을 짓는 사람을 섬기면,

악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고

그에게 비난이 자라난다.

 

이와 같은 자를 친구로 삼아

이와 같은 자를 사귀면,

그는 실로 그와 같이 된다.

함께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악한 친구가 다른 사귀는 자와 사귀고

접촉하는 자와 접촉하는 것은

독 묻은 화살이

깨끗한 화살묶음을 오염시키는 것과 같다.

현명한 자라면 오염을 두려워하여

악한 친구와 함께 하지 않으리.

 

악취가 나는 물고기를

길상초의 잎사귀로 엮으면,

길상초 또한 악취가 풍긴다.

어리석은 자를 섬김은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잎사귀로 목향수를 묶으면,

잎사귀들이 향기를 풍긴다.

슬기로운 자를 섬김은 이와 같다.

 

그러므로 같은 잎사귀들의 바구니에서

자신의 성숙을 알아서

참사람이 아닌 자들을 섬기지 말고

현자라면 참사람들을 섬겨야 하리.

참사람이 아닌 자들은 지옥으로 이끌고

참사람들은 천상세계로 이끈다. (It.76)

 

 

이띠붓따까 행복의 열망에 대한 경에서 부처님이 말씀 하신 게송입니다. 자신이 악행을 하지 않더라도 악한 자들과 함께 있으면 악행하는 자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를 생선을 싸는 길상초 잎사귀로 비유했습니다. 요새 말하면 종이로 생선을 싸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자신이 선행하는 자가 아니더라도 선한 자와 함께 있으면 선행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종이로 향수를 싸는 것과 같습니다.

 

공동체생활을 하면 최상의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함께 살다 보면 점점 그 사람을 닮아 가게 됩니다. 결국 그 사람처럼 됩니다. 마치 감자를 한 바구니에 넣고 씻으면 서로가 서로를 씻어 주듯이 수행공동체생활을 하면 함께 향상됩니다. 그 중에서도 최상의 사람이 있다면 모두 그를 따라 가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도 거주식 선원이

 

제미교포불자 이종권님의 청혜스님 인터뷰기사를 보고서 관음선종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이해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공동체생할 입니다. 함께 거주하며 함께 수행하는 수행공동체 입니다. 이와 같은 수행공동체가 마치 목사들이 개척교회 만들듯이 전세계에 수 도 없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관음선종에서는 출재가의 차별이 없어서 수행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가자라도 법사인가를 받으면 수행지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중인 오진법사도 이에 해당될 것 입니다. 아마 서울에도 숭산스님이 강조했던 것처럼 조만간에 거주식선원이 등장할지 모릅니다.

 

 

2016-09-04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