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두 손가락만큼의 지혜를 지닌 여자? 초기경전에서 본 여성차별

담마다사 이병욱 2017. 3. 8. 19:57

 

두 손가락만큼의 지혜를 지닌 여자? 초기경전에서 본 여성차별

 

 

다시 태어난다면

 

언젠가 여성 법우님 몇 분에게 물어 본 말이 있습니다. 여성 법우님들에게 다시 태어나면 다시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은가요?”라 물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그래도 반은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을 것이라는 대답을 기대했으나 빗나가서 놀랐습니다.

 

남성들은 대부분 다시 태어나도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성도 대부분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것입니다. 성차별 문제가 있음에도 여성이 여자로 태어나고 싶은 것은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여성으로 살아 온 것에 대하여 익숙한 것인지 모릅니다. 남성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남성들은 남자로, 여성들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이런 예는 테라가타와 테리가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테라가타와 테리가타에서도

 

최근 테라가타와 테리가타가 출간되었습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박사가 빠알리원전과 주석을 완역한 것입니다. 테라가타는 2016 11월에 출간되었고, 테라가타는 2017 2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사실상 한국에서 최초로 출간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자들은 테라가타와 테리가타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테라가타와 테리가타에 대하여 교정작업을 한 바 있습니다. 오자나 탈자 등을 잡아 내는 역할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주석과 인연담이 상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빠알리원문으로 된 주석을 우리말로 번역했는데 빠짐 없이 번역한 것은 세계최초라 합니다.

 

테라가타와 테리가타를 교정하면서 게송과 주석을 빠짐 없이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공통된 사항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남자제자의 게송, 즉 장로게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전생에 모두 남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부처님의 여자제자의 게송, 즉 장로니게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전쟁에 모두 여자로 태어났습니다. 한번 남자로 태어났으면 계속 남자로 태어나고, 한번 여자로 태어났으면 계속 여자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테리가타 사십련시집에 있는 이씨다씨장로니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이씨다씨 장로니이야기

 

이씨다씨는 출가하기전에 남편에게 소박맞고 쫏겨났습니다. 여자로 태어나 쫒겨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그녀의 자신의 전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씨다씨 장로니가 말하는 전생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Nagaramhi erakacche
Suva
ṇṇakāro aha pahūkadhano,
Yobbanamadena matto
So parad
āramaseviha.

 

에라깟차 시에서

나는 부유한 남자금세공사였는데,

젊음의 교만으로 미쳐서

남의 아내를 범했습니다.”(Thig.435)

 

 

 

 

 

 

게송에 남자금세공사라 했습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전생에 남자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젊음의 교만으로 미쳐서 남의 아내를 범했다고 했습니다. 오계에서 불사음계를 어긴 것입니다. 그것도 혈기 넘친 젊을 때 입니다.

 

젊음의 교만으로 인하여

 

젊음의 교만이라는 말은 빠알리어 ‘Yobbanamadena’를 번역한 것입니다. 영어로는 ‘the pride of youth’입니다. 젊음의 교만과 관련하여 앙굿따라니까야에 가르침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젊음의 교만과 관련하여 수행승들이여, 뭇삶들은  젊은 시절에 젊음의 교만이 있는데, 그 교만에 빠져 신체적으로 악행을 하고 언어적으로 악행을 하고 정신적으로 악행을 한다. 그가 그 사실을 관찰하면, 젊은 시절의 교만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버려지거나 약해진다.”(A5.57) 라 했습니다. 지금 건강하다고 하여, 지금 젊다고 하여 남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악행을 지었을 때 그에 대한 과보를 받을 것을 말합니다.

 

금세공사도 젊음의 교만을 남용하여 남의 아내를 범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 대가는 컸습니다. 이어지는 게송에 따르면 그러한 나는 거기서 죽어서 오랜 세월 지옥에서 고통을 겪었습니다.”(Thig.436)라 되어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 남의 아내를 강간한 과보를 지옥에서 받게 된 것입니다. 지옥고가 끝났을 때 원숭이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태어난지 이레 만에 거세 당했다고 합니다. 이 또한 남의 아내를 강간한 과보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축생으로 태어나다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하녀의 집에 태어났습니다. 불행하게도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것으로 태어났습니다. 게송에 따르면 여자도 남자도 아니었으니, 역시 남의 아내를 범한 것 때문이었습니다.”(Thig.441) 라 되어 있습니다.

 

이씨다씨는 전생에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것으로 태어나 삼십년 살다 죽었습니다. 다음번에도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빚을 많이 진 비천한 가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이후 납치 되어 어느 남자의 처첩이 되었습니다. 빚투성이의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기구한 운명이 된 것은 젊음의 교만에 따른 남의 아내를 강간한 과보가 익었기 때문입니다. 테리가타에서 전생의 남자가 여자로 된 유일한 케이스입니다.

 

인연에 따라 남자로 또는 여자로

 

테리가타 게송에 따르면 남자였다가 여자로 태어난 것은 오계에서 불사음계를 어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인연담에서는 여자로 태어난 여인은 다음 생에도 여자로 태어난 것이라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마장로니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그녀는 빠두뭇따라 부처님 당시에 항싸바띠 시에서 태어나, 타인에게 의존하여 사는 자로서 다른 사람들의 하녀였다.”(Thig.A.121) 라 되어 있습니다. 케마는 이전 부처님 시대에 여자로 태어났는데 고따마부처님이 출현한 시기에도 여자로 태어난 것입니다.

 

부처님은 한번 여자로 태어나면 계속 여자로 태어나고, 한번 남자로 태어나면 계속 여자로 태어난다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이는 상윳따니까야 어머니의 경(S15.14)’에서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오랜 세월을 거쳐서 일찍이 한 번도 어머니가 아니었던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다.”(S15.14) 라고 말씀 하신 것에서 확인 됩니다. 이런 가르침은 아버지의 경, 형제의 경, 자매의 경 등에서 동일한 문구로 반복됩니다. 우리가 오랜 세월 윤회해 오면서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가 아니었던 때가 없었다는 것은 누구나 남자에서 여자로 또는 여자에서 남자로 번갈아 인연에 따라 태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손가락만큼의 지혜를 지닌 여자?

 

시작을 알 수 없는 한량없는 윤회의 과정에서 육도를 윤회하며 갖가지 존재로 태어났을 것입니다. 윤회의 과정에서 남자라면 여자로도 태어났을 것이고, 여자라면 남자로도 태어났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남자가 더 우월하다거나 여자는 열등하다거나 하는 성적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모두 동등한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은연중에 여성을 차별합니다.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본다든가 여성은 지혜가 낮은 열등한 존재로 보는 것입니다.

 

여성차별과 관련하여 초기경전에서는 악마의 행위와 같은 것으로 봅니다. 이는 상윳따니까야 수행녀의 모음(S5)’에서 악마 빠삐만이 쏘마비구니에게 두 손가락만큼의 지혜를 지닌 여자”(S5.2)로 묘사한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대체 두 손가락만큼의 지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두 손가락만큼의 지혜는 엄지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으로 잴 수 있는 만큼의 크기로, 아주 작은 양을 뜻한다.”고 합니다. 테리가타 주석에 따르면 열등한 지혜를 지닌 여자를 뜻하는데 여자들이 물에 쌀을 넣어 밥을 지을 때에 밥이 요리 된 것을 알지 못하므로 끓는 동안에 쌀을 스푼으로 건져내서 두 손가락-엄지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으로 눌러 보고서야 밥이 된 것을 알기 때문에 거기서 유래한 것이다.”(ThigA.65)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지혜가 없음을 두 손가락의 비유로 설명한 것입니다.

 

여성도 아라한이 될 수 있다

 

부처님은 여성도 아라한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앙굿따라니까야 고따미의 경에서 아난다여, 여인들이 여래께서 설한 가르침과 계율 가운데 집에서 집없는 곳으로 출가해서, 흐름에 든 경지나, 한번 돌아오는 경지나, 돌아오지 않는 경지나, 거룩한 경지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A8.51)라고 말씀 하신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또 테리가타에서 최상의 진리를 보는 자에게 지혜가 항상 나타난다면 여성의 존재가 무슨 상관이랴?”(Thig.61) 라고 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 여성의 지혜가 두 손가락 만큼밖에 안된다고 말한다면 이를 악마의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자로 태어났으나 이전 생에는 남자이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자 역시 전생에 여자로 태어 났을 수 있습니다. 여자나 남자나 능력에 있어서는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단지 성이 다르다 하여 여성에 대하여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지혜 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여성 차별이자 악마의 속삭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2017-03-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