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촛불혁명이 완성된 날
인터넷으로 헌법재판판결을 보았습니다. 당초 한시간 걸릴 것이라 하여 12시 정도에 발표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30분만에 결론 났습니다. 이정미재판관이 읽어 가는 것을 듣지 않고 자막만 보았습니다. 판결문을 읽은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화면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자막이 떴습니다. 그 순간 대통령은 파면 된 것입니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작년 10월 29일 촛불집회에 참석했습니다. 법회모임의 동생이 “형님, 촛불집회 한번 가보지 않을래요?”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날 영통에서 조카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에 광화문까지는 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약속을 했기 때문에 늦더라도 가고자 했습니다.
10월 29일 청계천 소라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들어 갈 수 없었습니다. 분위기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예상 보다 열배나 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쳤건만, 1차 촛불집회에 참가하고(2016-10-31)’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글에서 1차라고 한 것은 나중에 제목을 고친 것입니다. 촛불집회가 차수가 진행됨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차 촛불집회때 현장에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강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전에 볼 수 없는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가두행진을 할 때 사람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라고 통일되어 한목소리를 내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한 개인의 기록에 불과한 것이지만 세월이 흐르면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라고 끝말을 썼습니다.
이어지는 촛불집회에 대부분 참석했습니다. 4차촛불에 참석에 대하여 ‘두려움과 감동과 전율의 촛불쓰나미, 4차 촛불에 참가하고(2016-11-20)’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평범한 이웃들이 나왔습니다. 이날 4차 촛불집회는 쉬어가는 주이었지만 60만명이 모였다고 했습니다.
11월 26일 열린 5차 촛불집회때는 몹시 추웠습니다.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였습니다. 손이 시리고 발이 시림에도 사람들은 몰려 나왔습니다. 가수 양희은이 상록수를 불렀는데 “끝내 이기리라”라는 구절이 널리 퍼져서 전율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이날 백만명 넘게 모였다고 하는데 ‘“끝내 이기라” 명예혁명은 이루어 질것인가, 5차 촛불에 참가하고(2016-11-28)’라는 제목으로 기록해 놓았습니다.
촛불집회에서 가장 하일라이트를 꼽으라면 아마 6차 촛불집회일 것입니다. 국회에서 탄핵선고를 앞두고 열린 집회에서 긴장이 최고조로 달했습니다. 사실을 알아 버린 사람들은 국회표결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하여 광화문 광장으로 집결했습니다. 이번 탄핵의 분수령이라 볼 수 있는 초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입니다. 사람들의 표정도 비장했습니다. 가수 한영애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라 했습니다.
6차촛불에서 구호는 박근혜퇴진에서 ‘박근혜구속’으로 바뀌었습니다. 6차 집회에 대하여 스스로 “위대한 촛불”이라고 이름 지어 보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한국불교는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6차 촛불에 참가하고 (2016-12-04)’라는 제목으로 기록을 남겼습니다.
6차 촛불
6차 촛불집회를 참석하고 승리를 예감 했습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이런 느낌은 귀가길 지하철 안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전동차를 몰고 가는 역무원은 방송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늘 촛불집회가 있었습니다. 우리 기관사들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촛불집회에서의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미있는 촛불이 되기 바랍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어느 지하철기관사)
기관사도 촛불집회에 참석코져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건이 되지 않아 참석 못했는데 마음속으로도 응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추운 날씨에도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에 대하여 “오늘 참석하신 촛불집회에서의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미있는 촛불이 되기 바랍니다.”라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촛불이 승리할 것을 확신 했습니다.
결국 촛불이 승리했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고 난 다음 국정원대선개입 촛불, 세월호 촛불 등에 참석했습니다. 그때 마다 좌절과 패배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작년 촛불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기관사가 방송에 격려의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전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촛불이었습니다. 마침내 오늘 촛불혁명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이정미재판관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말과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가 새로 쓰여진 것입니다.
2017-03-1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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