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법란(法亂)상태, 한국선원수좌회의 총무원장직선제촉구 기자회견
역사적인 순간에
한국불교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불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불교인들에게는 커다란 화두입니다. 수좌스님들이 드디어 행동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은인자중’하던 스님들이 3월 23일에 성명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프레스센터에서 연합뉴스 등 중앙일간지와 불교계신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 했습니다. 제목은 “한국불교, 이대로는 안된다!”입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역사적 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단은 2008년 8.27범불교도대회 때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블로그에 “범불교도 대회는 평일에 열렸다. 다들 일하는 시간에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분수령이라 판단 되어서 참석하기로 하였다.”(8.27 범불교도대회, 지관스님도 바닥에 앉아, 2008-08-28) 라고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17년 3월 23일에 열린 수좌회의 직선제촉구 성명 역시 역사적 순간입니다.
이른 오전 시청역 인근에 있는 프레스센터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여유있게 도착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여유 있게 도착했습니다. 행사는 11시에 시작 되는데 한시간 반전에 도착한 것입니다. 시간이 남아서 인근 성공회교당이 눈에 띄어 구경했습니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구경하고 있는데 마침 정창진 부제님이 오셔서 성당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중앙의 대형 본당과 지하성당 등을 구경했습니다.
한국불교, 이대로는 안된다!
기자회견은 11시 정각에 시작되었습니다. 수좌회를 대표 하여 일곱 분의 스님이 참석했습니다. 수좌회 대표 의정스님, 수좌회 의장 월암스님, 전 부의장 원유스님, 복지위원장 강설스님, 사무처장 인선스님, 그리고 정행스님과 보석스님이 참석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앞서 허정스님이 가사를 수하고 의정스님에게 감사의 예를 표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주로 월암스님이 이야기 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기자회견 취지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하여 시원하게 답변을 했습니다. 특히 취지와 관련하여 단호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한국불교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월암스님은 한국불교가 망가진 원인이 자승총무원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재선하지 않기로 약속했음에도 손바닥 뒤집는 것 보다 쉽게 약속을 깨 버렸고 더구나 직선제 공약사항도 지키지 않았음을 말합니다.
월암스님의 사이다발언
지금으로부터 5년전 수좌회는 궐기했습니다. 자승스님이 재임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량이 부족하여 도중에 접어야 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오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 했습니다. 단지 성명서나 발표하고 물러서지 않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성명서나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행동으로 보여 주겠습니다.”라 했습니다.
수좌회에서 발표한 성명을 보면 결기가 느껴집니다. 종단지도부가 일탈하는 모습과 권승들의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로 인하여 불교이미지가 실추 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청정승가의 구현을 위해서 앉아만 있을 수 없음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청정승가는 어떻게 구현하려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직선제입니다. 총무원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면 간선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직선제를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라든가, “직선제 실현은 청정승가와 분리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라 했습니다.
월암스님은 시원시원하게 발언했습니다. 평소 불교TV에서 본 그대로 화통한 모습입니다. 이런 발언에 대하여 어떤 이는 ‘사이다발언’이라 했습니다. 실제로 월암스님이 명쾌하게 답할 때 박수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불교신문다운 질문입니다.”
이번 수좌회 성명에는 한국불교에서 존경받는 선사들의 이름이 죽 나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12명의 원로스님들의 이름이 돋보입니다. 월암스님에 따르면 “적명스님, 무여스님, 혜국스님 등 열 두분 스님의 가르침과 지시에 힘입어 기자회견을 하게 됐습니다.”라 했습니다. 참고로 열 두명의 원로 스님은 적명, 무여, 고우, 대원, 혜국, 현기, 성우, 지선, 원각, 인각, 지환, 정찬스님입니다. 이외 영진스님 등 25명의 선원장 스님이 있습니다. 또한 40여명의 한주스님과 1,200명에 달하는 대중스님들이 동참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는 연합뉴스, 중앙일보 등 일간지 기자들과 교계신문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특히 직선제 관련하여 거의 취급을 하지 않는 불교신문과 법보신문 기자들도 보였습니다. 그 중에 불교신문 여기자는 대표성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월암스님은 “불교신문다운 질문입니다.”라고 응수하며 원로스님들과 선원장스님들의 동의를 받았음을 강조했습니다. 더구나 원로스님들이 직선제에 적극적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불교신문 여기자는 “수좌회에서도 직선제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는 수좌회에서도 직선제 하지 않는데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아니냐는 말과 같습니다. 이에 월암스님은 “수좌회는 직선제 하지 않습니다. 격론을 벌이지만 대중공사 형식으로 전체 동의를 이끌어 냅니다. 박수로서 추대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불교신문은 정론직필하기 바랍니다.”라고 따끔하게 충고했습니다.
한국불교는 법란(法亂)상태
덕망 있는 스님이 총무원장 후보가 된다면 굳이 직선제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추대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행 간선제 하에서는 ‘매관매직’ 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나서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결과 범계행위로 인하여 한국불교 이미지는 갈수록 추락되고, 불자수 3백만명 감소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월암스님은 ‘법란(法亂)’이라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한국불교의 마지막 보루가 선방스님들이라 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수좌스님들이라 합니다. 한국불교에서 가장 청정한 집단을 말합니다. 그래서 수좌스님들이 일어나면 긴장하게 됩니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수좌스님들이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은 한국불교를 위기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란에 준하는 위기입니다. 이대로 두면 불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입니다. 그래서 강설스님은 “이대로가다가는 조계종은 파산입니다. 직선제 하나 밖에 없습니다.”라 했습니다.
키워드는 직선제
이번 수좌회 성명서의 키워드는 ‘직선제’입니다. 현재 직선제를 추진하고 있는 사부대중모임 입장으로 보았을 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강력한 엔진이 새로 장착된 것 같습니다. 구르면 구를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강력한 동력을 얻은 것입니다. 앞으로 비구니회 등 각종 불교단체의 지지 성명이 잇따를 때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월암스님은 분명히 말했습니다. 성명서나 읽고 끝내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이는 5년 전의 일 때문이기도 합니다. 5년전 궐기 했으나 실패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동안 조용히 수행하며 ‘은인자중’하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재임반대 투쟁하다 어설프게 끝나 욕 많이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로 12분 스님의 지지가 있고 선원장스님들의 지지로 이번만큼은 관철시키려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불교 최후의 보루 수좌스님들이 일어섰습니다. 그동안 은인자중하고 있던 스님들이 나선 것은 한국불교를 ‘법란’의 수준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날을 알 수 없습니다. 기자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라며 묻자 뚜렷한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종회모습을 지켜 보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번에도 종회와 총무원에서는 뭉개버릴까요?
월암스님과 대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식당으로 갔습니다. 19층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 있는 방입니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식사가 제공된 것입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월암스님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스님 중의 한명이었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서 아는 체 했습니다. 마침 옆에서 허정스님이 블로거 ‘진흙속의연꽃’이라고 소개 해 주었습니다. 월암스님은 필명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도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하며 추켜 세워 주었습니다. 이에 경전에 있는 것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 말했습니다.
프레스센터 19층은 전망이 좋습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서울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오전에 시간이 남아 들러본 성공회 건물도 보입니다. 1920년대 영국에서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지은 것이라 합니다. 바로 옆에는 덕수궁이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타임이 있었습니다.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님들 모두와 일부 재가불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역시 관심사는 직선제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직선제는 종회와 총무원에서 뭉개버린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현상황을 법란으로 규정하여 가장 청정한 수좌회가 나섰음에도 직선제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어느 스님이 말한 것처럼 조계종은 파산될 것이고 한국불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이지만
월암스님은 기자회견장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도 했습니다. 한국불교의 최후보루이자 가장 청정한 집단의 성명이 현실적으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을 말합니다. 가장 비난 받는 집단이 모든 기득권을 쥐고 있는 한 직선제를 장담할 수 없음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기자회견장에서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수좌스님들은 교계신문기자들 뿐만 아니라 중앙일간지 기자들 앞에서 직선제 관철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뜬 일간지 기사 제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계종 선원수좌회 "청정승가 회복 위해 총무원장 직선제 관철(연합뉴스, 다음뉴스)
조계종 선원수좌회 "청정승가 회복 위해 총무원장 직선제 관철”(중앙일보, 다음뉴스)
조계종 수행승 모임 전국선원수좌회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해야”(KBS, 다음뉴스)
조계종 수행승 1200명 총무원장 직선제 촉구(동아일보, 다음뉴스)
총무원장 직선제 조계종 '뜨거운 감자' 부상(문화일보, 다음뉴스)
총무원장 직선제 조계종 '뜨거운 감자' 부상(이데일리, 다음뉴스)
연합뉴스를 포함하여 중앙일보 등 주요 일간지, 그리고 KBS 등 방송매체 에서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소위 여당지라 불리우는 불교신문과 법보신문에서도 보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상한대로 부정적입니다. 불교신문을 보면 제목부터 ‘준비 안된 ‘긴급’ 기자회견’이라 했습니다. 내용 또한 “정작 직선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주장에만 그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라 했습니다. 이런 것을 예측해서인지 월암스님은 ‘정론직필’을 당부한 것이라 보여집니다.
대한민국 대부분 언론에서 직선제를 보도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도한 것입니다. 그러나 기관지라 불리우는 불교신문에서는 비틀어 보도 했습니다. 기관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라 보여집니다. 월암스님이 말한대로 불교신문다운 보도입니다.
그동안 은인자중하던 수좌스님들이 나섰습니다. 과연 한국불교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기득권자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상황이 지금 이대로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늘 변합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입니다. 어느 것 하나 항상한 것이 없습니다.
이익공동체에 균열을 내야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헛된 것은 아니냐고. 편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음에도 굳이 험한 길을 가느냐고. 수좌회 성명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저쪽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헛고생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좌회에서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직선제를 관철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직선제실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둔다면 상황은 점점 악화 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나서야 합니다. 나서야 하되 지혜와 자비를 겸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저들은 아주 단단한 콘크리트리그 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 보면 이익공동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바라는 그들만의 암묵적 카르텔 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나 어느 조직이나 단체나 헛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익으로 뭉쳐진 집단에도 헛점이 없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위를 자를 때 ‘쐐기’를 사용합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관련책이나 강연을 들어보면, 불상이나 탑을 만들때 우리 조상들은 나무쐐기를 사용 했다고 합니다. 바위에 작은 구멍 여러 개를 내서 거기에 나무 쐐기를 박습니다. 그 다음에 물을 붙습니다. 그러면 물먹은 쐐기가 팽창함에 따라 바위에 균열이 생겨 쉽게 바위를 자를 수 있습니다.
이익으로 뭉쳐진 집단에 균열을 내야 합니다. 구멍을 뚫듯이 헛점을 찾아야 합니다. 쐐기를 박듯이 성명서, 일인시위, 삼보일배, 촛불 등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을 붓듯이 명분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불상이나 탑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위를 잘라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하지만 지혜를 내면 이익공동체를 부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명분이 있습니다. 사부대중대중공사에서 직선제 찬성 61%와 직선특위에서 설문한 직선제 찬성 81%라는 명분입니다. 그 명분으로 이익으로 뭉쳐진 집단에 균열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코 헛된 일은 아닐 겁니다.
2017-03-23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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