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왜 태아는 폭발적으로 성장할까? 물질을 생겨 나게 하는 네 가지 요인

담마다사 이병욱 2017. 4. 2. 14:53

 

왜 태아는 폭발적으로 성장할까? 물질을 생겨 나게 하는 네 가지 요인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들은

 

어느 날 고개를 돌려 보면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 있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허름한 건물을 허물고 원룸짓기가 대유행입니다. 도시의 인구는 늘어나지 않지만 끊임 없이 재개발되고 재건축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 가지 않을 것입니다.

 

벌써 10년 째 공사중입니다. 과천에서 양재인터체인지로 가는 길에는 공사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해는 산을 관통하는 유료도로가 건설되어서 혼잡했습니다. 그 공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지하차도 공사가 시작 되었습니다. 이어서 고가차도가 또 시작 되었습니다. 그러나 양재 IC는 여전히 교통체증이 심합니다.

 

신설동 풍물시장에 가면 온갖 것들로 가득합니다. 모두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고물이 대부분입니다. 중고상품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용한 것은 모두 판매의 대상입니다. 썩지 않으니 오늘 팔지 못하면 내일 팔면 그만입니다.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가 건설되고 온갖 잡화들이 난무합니다. 모두 인간들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썩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가루가 되어 없어 질 때 까지는 아마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것은 죽어서 썩어 없어집니다.

 

경이롭고 불가사의한 세상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호계동 효성공장내에 있는 진달래 동산에는 진달래가 울긋불긋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고 있습니다. 늘 이맘 때 보는 장관입니다. 일년에 한번 공개합니다. 낡은 아파트 화단에는 노랗게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봄이 왔다는 명백한 증거일 것입니다.

 

 

 

 

 

 

화무십일홍이라 합니다. 꽃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릴레이하듯 꽃잔치가 시작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 지은지 40년 가까이 되는 아파트 벚꽃나무에는 물이 잔뜩 올라와 있습니다.

 

새싹이 여기저기서 움트고 있습니다. 땅을 비집고 솟아난 여린 잎파리를 보면 생명이 불끈 솟아난 듯 합니다. 무에서 유입니다. 기적입니다. 모든 생명은 기적입니다. 없었던 것이 생겨나니 기적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새싹이 돋아 나는 것도 기적이고, 꽃을 피는 것은 더 큰 기적이고, 열매를 맺는 것은 또 다른 기적입니다. 세상은 경이롭고 불가사의하기만 합니다.

 

 

 

 

 

 

태어남에 대하여

 

기적중의 기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태어남입니다. 종종 자연다큐를 보면 새의 부화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새가 짝짓기 하여 알을 낳고 부화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새의 성장속도를 보면 놀랍습니다. 폭발적이라 해야 맞을 것입니다. 어미새가 부지런히 날라다 주는 벌레를 먹고 자라는 새끼새는 불과 몇 주면 다 성장해 버립니다. 그리고 비상하여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작년 천장사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보았습니다. 절에서 키우던 개 두마리가 서로 붙어서 새끼를 낳은 것입니다. 두 마리의 강아지가 갑자기 출현한 듯 보였습니다. 이전에는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났으니 기적입니다. 모든 생명은 기적입니다.

 

 

 

 

 

유튜브에서 감옥다큐를 보았습니다. 미국 여자교도소에서는 해마다 수 십명의 아기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감옥에서 출산하는 것입니다. 어느 여자 죄수는 마약으로 수감되었습니다. 그런데 감옥에서 임신사실을 안 것입니다. 임신했다고 특별대우는 없다고 합니다.

 

마침내 여죄수는 감옥에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단 이틀만 같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아기는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갔습니다. 여자죄수도 기구한 운명이지만 무엇보다 아기도 기구한 운명입니다

 

 

 

 

 

 

 

아무하고나 붙어 태어나는 강아지나 감옥에서 태어나는 아기나 처지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비록 개와 사람의 차이이긴 하지만 비천하게 태어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무리 형편 없는 음식이라도 생명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이 먹다 남은 형편 없는 음식을 먹고 자란 개가 새끼를 낳으면 경이롭습니다. 형편 없는 음식이 귀여운 강아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감옥에서 식사는 형편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자죄수는 감방에서 예쁜 아기를 낳았습니다. 이를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풀만 먹는 소가 덩치가 큰 이유

 

식물은 물만 주어도 잘 자랍니다. 쑥쑥 대가 나오고 마침내 꽃을 피워 냅니다. 유정물은 더욱더 신비롭습니다. 소는 풀만 먹고 자랍니다. 풀만 먹는데 어떻게 거대한 뼈와 거대한 몸집을 만드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미디어붓다에 과학향기칼럼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풀만먹는 소가 덩치가 커진 이유가 있습니다. 칼럼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는 풀만 먹지만, 풀을 소화하기 위해 미생물을 이용하고, 그 미생물이 발효한 산물들을 소화, 흡수해서 단백질과 같은 필요한 양분을 얻는다. 풀만 먹는 소가 몸무게 500kg에 이르는 덩치로 자라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풀만 먹는 소는 미생물을 먹고 덩치가 커졌다, 미디어붓다 2016-03-28)

 

 

소의 내장기관

 

 

소는 끊임 없이 풀만 먹습니다. 풀이 모두 살로 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는 끊임 없이 풀을 먹지만 또한 끊임 없이 되새김질 합니다. 그래서 소는 풀만 먹는 위와 반추위 등 위만 네 개라 합니다. 그런데 네 번째 위는 인간 위와 비슷한데 강한 산성의 소화액을 내뿜는다고 합니다. 이 소화액으로 반추위에서 생성된 미생물을 소화시킨다고 합니다. 소가 풀만 먹고 사는 것 같지만, 미생물을 만들어 그것을 영양분으로 하기 때문에 거대한 덩치로 자란다고 합니다.

 

물질에 대하여

 

소는 성장기가 멈추면 더 이상 덩치가 커지지 않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입태하면 태아는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태어나서도 성인이 될 때 까지 지속적으로 덩치가 커집니다. 이런 원동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아비담마에서는 깔라빠(kalāpa)’로 설명합니다.

 

아비담마에 따르면 구경법(Paramatta dhamma)이 있습니다. 이를 82법이라 합니다. 물질이 28, 마음부수가 52, 마음 1, 열반 1법 입니다. 마치 원소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근본 법입니다. 그러나 열반을 제외하고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건에 따라 생멸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아공법공(我空法空)’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구경법 82법 중에 물질에 대한 것이 28법입니다. 28법 중에 지, , , 풍을 사대라 하여 근본물질이라 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파생물질로 봅니다. 그래서 십이연기 정형구에서 물질에 대하여 네 가지 광대한 존재, 또는 네 가지 광대한 존재에서 파생된 물질을 색이라고 한다. (Cattāro ca mahābhūtā, catunna ca mahābhūtāna upādāyarūpa, ida vuccati rūpa.)”(S12.2)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느 불교학 교수는 명색(Nama-rupa)에 대하여 이름-형태로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을 예로 듭니다. 컵이라는 이름이 있어서 컵인 줄 알고, 컵이라는 형태가 있어서 컵인 줄 안다는 것입니다. 우파니샤드 철학을 나마-루빠에 대입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존재 전반에 대하여 개념화 된 것이라 합니다. 분별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부처님의 진실한 가르침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가르침을 지나치게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 몸과 마음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주제별로 분류 되어 있는 상윳따니까야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상윳따니까야 2권에는 연기상윳따(S12)가 있고, 3권에는 오온상윳따(S22)가 있고, 4권에는 육입처 상윳따(S35)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모두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것입니다. 컵 등 사물에 대한 것이나 지렁이와 같은 미생물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것입니다. 이를 오온, 십이처, 십팔계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상입니다. 나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 세상의 발생이고, 나의 몸과 마음에서 소멸하는 것이 세상의 소멸입니다. 그래서 아비담마에서는 82법이라 하여 물질 28, 마음부수 52, 마음 1, 열반 1법으로 설명합니다.

 

명색은(Nama-rupa)은 이름-형태가 아니라 정신-물질입니다. 이는 부처님이 12연기 정형구에서 명확하게 정의해 놓았습니다. 특히 물질에 대해서는 지, , , 풍 사대와 파생물질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파생물질에는 24가지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나열해 보면 눈, , , , , 형상, 소리, 냄새, , 감촉, 여성, 남성, 심장토대, 생명기능, 영양소, 허공, 몸의 암시, 말의 암시, 가벼움, 부드러움, 적합함, 생성, 지속, 쇠퇴, 무상이 있습니다. 파생물질에는 구체적인 것도 있지만 추상적인 것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영양소(음식, 자양분)이 있습니다.

 

네 가지 음식에 대하여

 

부처님은 네 가지 음식(식사, 자양분, 영양소)을 말씀 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으로 알 수 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이미 태어난 뭇삶의 섭생을 위하거나 혹은 다시 태어남을 원하는 뭇삶의 보양을 위한 네 가지 자양분이 있다. 그 네 가지 자양분이란 무엇인가? 첫째 거칠거나 미세한 물질의 자양분, 둘째 접촉의 자양분, 셋째 의도의 자양분, 넷째 의식의 자양분이다. 수행승들이여, 이들 네 가지 자양분은 이미 태어난 뭇삶의 섭생을 위하거나, 혹은 다시 태어남을 원하는 뭇삶의 보양을 위해 존재한다. (S12.11, 전재성님역)

 

 

음식을 빠알리어로 아하라(āhārā)’라 합니다. 그런데 경에 따르면 놀랍게도 음식에는 물질의 자양분(Kabalikāra āhārā) 뿐만 정신적 자양분(음식)도 있다고 했습니다. 정신적 자양분은 접촉의 자양분(sukhumo phasso āhārā), 의도의 자양분(manosañcetanā āhārā), 의식의 자양분(viññāa āhārā) 이라 하여 세 가지 입니다.

 

사람이 음식만 먹고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 정신적 식사라는 것입니다. 이런 정신적 식사(자양분)는 물질적 식사와 함께 다음 생에 태어 나게 하는 요인이라 합니다.

 

감옥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감옥에 들어 가기 전에 입태 되었으므로 감옥에서 태어났을 것입니다. 더구나 형편 없는 음식을 먹고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예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반드시 먹는 음식만으로 아기가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정신적 식사도 했기 때문입니다.

 

업에서 물질이 생겨난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단지 음식만 먹고 태어나고 자라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몸을 물질(rupa)이라고 볼 때 물질을 생성케 하는 요인이 있습니다. 아비담마에 따르면, ‘업에서 생긴 물질(kammaja-rupa)’, ‘마음에서 생긴 물질(cittaja-rupa)’, ‘온도에서 생긴 물질(utuja-rupa)’, ‘음식에서 생긴 물질(āhārā-rupa)’ 이렇게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흔히 업생(業生)이라 합니다. 업으로 태어난 것을 말합니다. 이 말은 비물질적인 업이 존재를 만들어 냄을 말합니다. 이는 12연기 정형구에서 의식을 조건으로 명색이 생겨나고(Viññāapaccayā nāmarūpa)” (S12.2) 라 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마음(viññāa)이 우리의 몸과 마음(nama-rupa:名色)’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여기서 마음은 재생연결식을 말합니다.

 

아비담마에서 업에서 생긴 물질(kammaja-rupa)’이라 했을 때 이는 다름 아닌 재생연결식을 말합니다. 모두 25가지 유형의 업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2가지 해로운 의도, 8가지 욕계의 유익한 의도, 5가지 색계의 의도입니다.

 

강아지로 태어날 운명은 이전 생에서 행위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감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홀로 자랄 운명도 이전 생에서 업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선업을 지어 고귀하게 태어날 수도 있고, 색계천상에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두가 업에서 생긴 물질에 따른 것입니다.

 

어떻게 마음에서 물질이 생겨날까?

 

마음에서 생긴 물질(cittaja-rupa)’이 있습니다. 마음도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는 생명연속심이라는 바왕가찟따에서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에서 물질을 만드 수 있을까요?

 

마음으로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아비담마에서는 삼매를 들고 있습니다. 붓다아비담마에 따르면 “75가지 마음 가운데 26가지 본삼매 속행의 마음(appanā-javana-citta)은 마음에서 생긴 물질을 생기게 할 뿐만 아니라 4가지 몸의 자세인 걷기(), 서기(), 앉기(), 눕기()를 지탱해준다.”(308) 라 했습니다.

 

선정에 들면 이 보인다고 합니다. 호흡이 빛으로 바뀌는 니밋따(nimmitta)’현상을 말합니다. 이를 심월(心月)’이라 하여 마음의 달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명상중에 어떻게 이런 일이 날까요?

 

아비담마에 따르면 대상에 집중했을 때 마음이 빛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초기경전 도처에서 확인 됩니다. 주로 빛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비담마에 따르면 신통지도 마음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경전에서는 그는 하나에서 여럿이 되며, 여럿에서 하나가 된다. 나타나기도 하고..”(M12) 로 시작되는 정형구로 묘사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박사는 상윳따니까야 신통의 기초 해제에서 집중에 든 마음은 일반적인 감각적 의식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물질적 에너지의 내밀한 관계를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명상이 성취된 요가수행자에게 자연적 인식과정의 기저에 놓은 깊은 존재의 흐름 속으로 뛰어들게 하여 신비적으로 보이는 능력을 구사할 수 있게 만든다.”라 했습니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치 돋보기로 햇볕을 한 곳에 집중시키면 연기가 나고 불이 붙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정신을 한곳에 집중시키면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에서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했습니다.

 

온도와 습도가 적당히 유지되면

 

온도에서 생긴 물질(utuja-rupa)’이 있습니다. 온도도 물질을 만들어 냄을 말합니다. 지수화풍으로 구성되어 있는 모든 물질에서는 온도에 따라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말합니다. 마치 식물이 온도와 습도가 적당히 유지되면 잘 자라는 원리와 같습니다.

 

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너무 차가워도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온도에 대하여 아비담마에서는 차고 더운 것으로 알려진 불의 요소는 머무는 [아찰나]에 이르러서 온도에서 생긴 안의 물질과 밖의 물질을 적절하게 생산한다.”(아비담마길라잡이 2 563)라 했습니다.

 

입태하면 태아는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태어나서도 성인이 될 때까지 몸집이 커져 갑니다. 이런 원동력에 대하여 아비담마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재생연결이 일어나는 순간에서부터 업에서 생긴 물질의 무리(깔라빠) 속에 있는 최초의 불의 요소[火界]는 외부의 불의 요소와 결합하여 온도에서 생긴 유기물질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 다음부터 모든 네 가지 원인으로부터 생긴 물질의 깔라빠 속에 있는 불의 요소는 삶의 전과정을 통해서 온도에서 생긴 유기물질을 일어나게 한다. 외부적으로는 온도나 불의 요소가 대기나 지질학적인 변질과 같은 물질을 생기게 한다.” (아비담마길라잡이 2 563)

 

 

 

 

 

 

 

온도에서 생긴 물질은 우리 삶의 전과정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온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나마토막처럼 되어 버릴 것입니다. 이는 맛지마니까야에서 사리뿟따가 이러한 생명력은 체열을 조건으로 존재합니다.”(M43)라 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체열에 대하여 업에서 생겨난 열력”(770번 각주)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명력은 또 체열을 조건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리뿟따는 등잔불의 비유를 들어 등불이 타오르면, 빛은 불꽃을 조건으로 알려지고, 불꽃은 빛을 조건으로 알려지듯이, 생명력은 체열을 조건으로 존재하고 체열은 생명력을 조건으로 존재합니다.”(M43)이라 했습니다.

 

이 세상에 불의 요소가 없다면 어느 생명도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식물이 물만 주어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 되기 때문에 자랍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는 온도에서 생긴 안의 물질과 밖의 물질을 적절하게 생산한다.”라는 말에서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밥만 먹는다고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없음을 말합니다. 온도로 인하여 안팍으로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했습니다. 태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안팍에서 물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 태아는 폭발적으로 성장할까?

 

마지막으로 음식에서 생긴 물질(āhārā-rupa)’입니다. 음식에서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아비담마에 따르면 투입한 양만큼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치 연쇄폭발 하듯이 몸안으로 들어간 음식은 여러 가지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이에 대하여 아비담마에서는 영양소라 불리는 음식은 삼킬 때부터 [시작하여] 머무는 단계에 이르러 음식에서 생긴 물질을 생산한다.”(아비담마길라잡이 563) 이라 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먹는 순간부터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했습니다. 만일 태아에게 탯줄을 통하여 영양이 공급된다면 공급이 되는 그 순간부터 물질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것은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뼈와 장기 등이 형성되는데 산모가 형편 없는 음식을 먹어도 건강하고 튼튼한 아기가 출산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사람의 형태를 갖춘 상태의 아기입니다. 이런 불가사의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비담마에서 음식으로 인한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부의 영양소는 외부에서 공급을 받아 유지가 되는데 그 음식을 삼키는 순간부터 머무는 순간에 물질을 생겨나게 한다. 음식에서 생긴 물질의 무리(깔라빠) 가운데 있는 영양소는 그 다음에 순수한 팔원소를 생기게 하며, 그 순수한 팔원소에 있는 영양소는 다시 그 다음의 순수한 팔원소를 생기게 한다. 이렇게 팔원소는 열 번이나 열 두 번까지 생긴다.

 

임신한 어머니가 섭취한 음식은 태아의 몸에 퍼져 들어가서 태아의 물질을 생기게 한다. 몸에 발라진 음식도 물질을 생기게 한다고 한다. 다른 세 원인들에 의해서 생긴 몸속의 깔라빠들에 있는 영양소도 역시 잇달아서 여러 번 순수한 팔 원소들을 생기게 한다. 하루에 섭취한 음식은 칠 일 동안 몸을 지탱 할 수 있다고 한다.”(아비담마길라잡이 565)

 

 

 

 

 

여기서 팔원소는 지, , , , 사대를 포함하여 형색, 냄새, , 영양소를 말합니다. 그런데 태아에 공급된 영양소는 태아에 머무는 순간에 물질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만들어진 물질에서 또 다른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잇달아서 여러 번 순수한 팔 원소들을 생기게 한다.”라 했습니다. 최대 열 번이나 열 두 번까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붓다아비담마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깔라빠는 영양소(Ojā)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에서 생긴 물질은 안의 영양소가 확산될 때 밖의 영양소를 만나서 안팍의 영양소가 머무는 단계에 이를 때 형성된다. 그 순간부터 음식에서 생긴 물질은 또한 모든 아순간에 형성된다.”(붓다아비담마 317)  

 

 

공통적으로 물질이 한번 생성되면 그 물질은 다시 물질을 생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모든 깔라빠에는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깔라빠에 있는 영양소가 또다른 물질을 만들어내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아가 태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질에서 어떻게 또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물질이 물질을 만들어낸다!

 

아비담마에 따르면 물질에서 또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치 세포분열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사실 태아의 아기는 세포분열하듯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런 배경에는 마치 핵분열하듯이, 물질에서 물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도 열 두 번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물질구성요소의 특징 때문이라 봅니다. 이에 대하여 붓다아비담마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은 미립자나 지구전체는 분리 할 수 없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하여 지구는 8가지 물질인 지대, 수대, 화대, 풍대, 형색, 냄새, , 영양소를 포함해야 한다. 지구는 이 물질들 가운데 지대가 지배적이다.”(붓다아비담마, 306)

 

 

흔히 지대라 했을 때 이는 땅의 요소(pathavīdhātu)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땅의 요소 안에는 다른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등 다른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땅의 요소가 많아서 지대라 합니다. 마찬가지로 물도 8가지 모든 분리할 수 없는 물질을 포함해야 하고, 수대가 지배적일 것입니다. 물이 불을 포함하고, 불이 물을 포함하고 있는 식입니다. 이런 논리로 따진다면 태아에 공급된 영양소가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그 물질안에는 여덟 가지 요소(깔라빠)가 포함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물질이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할 때 여덟 가지 물질이 동시에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비담마에 따르면 최대 12번 연쇄반응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태아가 태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라 보여집니다. 이와 같은 여덟 가지 깔라빠에 대하여 청정도론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습니다.

 

 

형상(색깔), 냄새, , 영양소, 사대

이 여덟 가지가 모여 있기 때문에

머리털이라는 일상적인 말이 있다.

그들을 분해할 때 머리털이라는 말도 없어진다.” (Vism.11.88)

 

 

머리털도 여덟 가지의 깔라빠(요소)일 뿐이라 합니다. 몸털 등도 그와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업에서 생긴 부분은 생명기능과 함께 열 가지 법의 깔라빠라 합니다. 그러나 현저한 것에 따라 땅의 요소 혹은 물의 요소라고 이름한다고 합니다.

 

선정이라는 현미경으로

 

아비담마에서 물질에 대한 설명을 읽어 보면 매우 심오합니다. 그래서일까 회의론자들은 아비담마를 부정합니다. 자신이 이해 하지 못하면 회의하고 부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특히 구경법에 대하여 실체가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하여 아공법유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부파불교 당시 설일체유부유론이라면 비판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테라와다에서 말하는 아비담마는 설일체유부의 유론과는 다릅니다. 구경법에 실체가 없는 것으로 봅니다. 특히 물질과 관련하여 깔라빠를 관찰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붓다아비담마에 따르면 28가지 궁극적 물질을 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물질이라 하여 현미경을 들이대어 물질이 미립자 형태로 되어 있음을 관찰하려 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작을지라도 궁극적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따라서 궁극적물질(구경법)은 형태도 없고 질량도 없음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접근 방법이 필요할까요? 이에 대하여 레디사야도의 견해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이용하면 보이지 않고 미세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를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선정을 계발하여 선정삼매를 기초로 삼아 통찰명상을 하면, 매우 심오하고 미묘하고 매우 멀고 보기 어려운 무상--무아의 표상들을 쉽고 편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4가지 번뇌(asava)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도의 지혜와 과의 지혜가 일어난다. 매우 심오하고 미묘하고 매우 보기 어려운 사성제와 열반도 관찰된다.”(레디사야도, 붓다아비담마 321)

 

 

레디사야도에 따르면 궁극적 물질은 선정에서 관찰될 수 있는 것임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물질은 쪼개고 쪼개서 현미경으로 관찰되고, 우주는 망원경으로 관찰 될 수 있지만 궁극적물질(구경법)은 과학적 방식으로는 관찰되지 않음을 말합니다. 그대신 현미경에 준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것이 선정이라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선정은 법을 관찰할 수 있는 일종의 현미경이나 망원경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업이 작용했길래

 

만물이 살아 나는 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봄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또다시 화려한 꽃잔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비록 십일을 못간다고 하지만 새잎이 나고 꽃이 필 때가 되면 경이롭기만 합니다. 어떤 힘이 작용하길래 꽃을 피워 낼까 하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태어남입니다.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보면 한편으로 귀엽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쩌다 개로 태어났을까 하는 안타까움입니다. 개로 태어나 개로 일생을 마감할 것입니다. 무엇이 개로 태어나게 하는 원동력이었을까요?

 

감옥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있습니다. 여자 교도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 합니다. 형편 없는 밥을 먹고 태어난 아기들을 보면 최상의 환경에서 태어난 아기들과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이 생명을 잉태하게 만들었고, 태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을까요?

 

태어남은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그것도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축복일 것입니다. 그러나 교도소에 태어난 아기들은 마치 개에게서 태어난 강아지처럼 처량해 보입니다. 어떤 업이 작용했길래 악조건에서 태어났을까요?

 

아비담마에 따르면 물질의 형성조건으로 업, 마음, 온도, 음식 이렇게 네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업에서 생긴 물질은 재생연결식에 따른 것으로 잉태순간에 형성되기 시작하고 아순간에 끊임없이 계속 형성되어 정신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마음에서 생긴 물질은 재생연결식을 뒤따르는 두 번째 마음순간인 첫 번째 바왕가(생명연속심)가 일어나는 순간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일생동안 지속됩니다. 온도에서 생긴물질은 재생연결식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일생동안 온도에서 생긴 물질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합니다. 음식에서 생긴 물질은 순수한 팔원소를 생기게 하고, 그 팔원소에 있는 영양소는 또 다른 팔원소를 만듭니다.

 

물질현상은 불꽃처럼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습니다. 정신적 식사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정신적 식사, 즉 접촉의 자양분, 의도의 자양분, 의식의 자양분은 물질적 자양분과 함께 윤회의 원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은 반드시 물질적인 요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식이 작용함을 말합니다. 그래서 붓다아비담마에서는 업, 마음, 온도, 음식으로 생겨난 존재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 해 놓았습니다.

 

 

그러므로 물질현상은

불꽃처럼 혹은 강의 흐름처럼

삶이 끝날 때까지 욕계에서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다.”

 

 

2017-04-0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