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당신은 깨달은 사람입니까?” “저는 잠을 잘 자는 사람입니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7. 4. 7. 09:31

 

당신은 깨달은 사람입니까?” “저는 잠을 잘 자는 사람입니다.”

 

 

잠이 보약이라 합니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은 있지만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그다지 많이 쓰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잠을 잘 자고 나면 가쁜 합니다. 깊은 잠을 자고 나면 세상 살 맛이 납니다. 이쯤 되면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잠을 잘 자면 병도 치유 된다는 사실입니다.

 

병이 났을 때

 

어느 비구니 스님은 병이 났을 때 잘 먹고 잘 잔다고 했습니다. 푹 쉬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잠을 한숨 푹 자고 나면 거뜬하다고 했습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병은 대게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됩니다. 몸이 아픈 현상은 잘못된 생활습관에 대한 일종의 경고입니다.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병이 생기면 우선 쉬면서 청정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절제있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잠을 잘 자야 한다는 것입니다.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자고 나면 병이 씻은 듯이 나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몸안에서 작동되는 자연치유시스템에 내 맡기는 것입니다.

 

왜 잠 못이루는가?

 

현대인들은 잠을 잘 못 이룹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큰 것은 번뇌라 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근심과 걱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회한도 잠못 이루는 밤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입니다.

 

어떤 이는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이룬다고 합니다. 커피에 카페인 성분이 있어서 숙면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차도 마시지 않습니다. 차에도 잠을 방해하는 성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커피도 마시지 않고 차도 마시지 않는다고 잠을 잘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했습니다.

 

 

왕자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세상에 장자나 장자의 아들에게 안팍으로 잘 장식되고 바람이 없고 빗장이 잘 꿰어지고 창문이 잘 잠기어진 저택이 있고, 그곳에 흑모의 담요가 깔리고 백모의 담요가 깔리고, 꽃 무늬의 양모가 깔리고, 까달리 사슴의 털로 된 최상의 모포가 깔리고 그 위에 덮게가 씌어지고 양쪽에 붉은 베게가 놓여있는 침대가 있는데, 거기서 호마유의 등불을 밝히고 네 명의 부인들이 성심껏 시중을 든다고 합시다. 왕자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는 잠을 잘 자겠습니까? 아니면 어떻겠습니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A3.35, 전재성님역)

 

 

장자의 아들은 요즘말로 재벌2세와 같습니다. 장자의 아들은 부인이 네 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잠을 못자는 것일까요? 부처님은 왕자에게 그 장자나 장자의 아들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탐욕으로 인한 고뇌가 생겨나면, 그 탐욕으로 인한 고뇌로 불타면서 괴롭게 잠을 자지 않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잠을 잘 자는 조건

 

탐욕에 사로 잡히면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잠이 와서 잠을 자려 하지만 욕망이 일어난다면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성냄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잠을 잘 자는 사람중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게송으로 말씀 했습니다.

 

 

“완전한 열반을 성취한 성자는

언제나 참으로 편히 잠자네.

감각적 쾌락에 더럽혀지지 않은 님은

청량해서 번뇌가 없다네.

 

모든 집착을 자르고

마음의 근심을 제거하고

마음의 적멸을 얻어서

고요한 님은 안락하게 잠자네. (S10.8,A3.35 , 전재성님역)

 

 

잠을 잘 자는 조건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등 모든 번뇌가 소멸입니다. 깨달은 자들이 잠을 잘 잡니다. 커피나 차 등 카페인을 마신다고 잠 못 자는 것이 아니라 번뇌 많은 자들이 잠 못 이루는 것입니다.

 

숲속의 성자는 하루 한끼만 먹어도 감관이 맑다고 했습니다. 얼굴이 맑고 깨끗한 것은 번뇌가 소멸되었기도 하지만 잠을 잘 자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은 나는 세상에서 잠을 잘 자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A3.35) 라고 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숲속의 성자들이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아닙니다. 잠을 자되 숙면을 취하는 것입니다. 죽음보다 깊은 잠입니다.

 

죽음보다 깊은 잠

 

죽음보다 깊은 잠은 현대인들의 꿈입니다.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잠을 잘 자는 것은 절박한 현실입니다. 잠을 못 이루었을 때 몸의 균형이 무너져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잠을 잘 자고 나면 세상 살 맛이 납니다. 그렇다고 잠은 자고 싶다고 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잠을 자려 할 때 잘 자려고 하면 잠은 달아나버립니다. 아무리 해도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점점 잠은 멀어집니다. 이는 욕망에 따른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노력하면 이루어집니다. 거기에는 욕망이 깔려 있습니다. 모든 성과는 욕망을 바탕으로 합니다. 명문학교에 가거나, 번듯한 직장을 잡거나, 예쁜 아내를 고르는 것은 강력한 욕망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잠을 자는 것입니다. 잠을 욕망으로 잔다고 해서 잠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잠을 잘 자야겠다는 생각을 내려 놓았을 때 잠을 잘 잡니다. 죽음 보다 깊은 잠입니다. 선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내려 놓으십시오!”

 

좌선을 할 때 온갖 번뇌망상이 지배합니다. 마음 속으로는 잘 해 보겠다고 다짐합니다. 호흡에 집중해 보지만 망상만 일어납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이럴 때 경험자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경험자는 내려 놓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할까요? 그것은 잘 할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 놓는 것입니다.

 

잠을 자려 할 때 잘 자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잠은 더 멀리 도망가듯이, 죄선할 때 사회에서처럼 무언가 성취하려 할 때 망상만 일어납니다. 그럴 때 내려 놓으라고 합니다. 이를 선가에서는 방하착(放下着)’이라 합니다. 방하착의 좋은 예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정형구입니다.

 

 

idha bhikkhave, bhikkhu vivicceva kāmehi vivicca akusalehi dhammehi savitakka savicāra vivekaja pītisukha pahama jhāna upasampajja viharati.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수행승이 감각적인 쾌락의 욕망을 여의고 악하고 불건전한 상태에서 떠난 뒤, 사유와 숙고를 갖추고 멀리 여읨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을 갖춘 첫 번째 선정에 든다.” (as45.8, 전재성님역)

 

 

 

 

 

 

첫 번째 선정에 대한 정형구입니다. 선정에 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감각적인 쾌락의 욕망을 여의는 것(vivicceva kāmehi)’악하고 불건전한 상태에서 떠남(vivicca akusalehi)’을 말합니다. 여기서 내려 놓아라라 했을 때 이는 ‘vivicca’를 말합니다.

 

빠알리어 ‘vivicca’‘separating oneself from’의 의미로 벗어남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vivicceva kāmehi’라 하면 감각적인 쾌락의 욕망을 여의고라는 뜻이 됩니다. 이 말은 다름 아닌 욕망을 내려 놓는다.”는 뜻입니다.

 

선정에 들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욕망을 내려 놓는 것입니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선정은 색계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욕계에서 색계로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욕망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vivicceva kāmehi(감각적인 쾌락의 욕망을 여의고)’라 한 것입니다.

 

저는 잠을 잘 자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무언가 잘 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대게 의도한대로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대게 내 뜻대로 됩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잠을 잘 자려 하는 것과 좌선을 잘 하려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안됩니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앉아서 고요함을 맛보고자 하지만 번뇌망상만 일어납니다. 잘 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욕망을 내려 놓았을 때 잘 됩니다. 세상의 흐름과는 정반대입니다.

 

어떤 이가 달라이라마에게 당신은 깨달은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달라이라마는 저는 잠을 잘 자는 사람입니다.”라고 동문서답하듯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2017-04-0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