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물을 기억하라!”대통령의 눈물과 세월호 유가족의 피눈물
새벽 YTN에서 대통령 구속을 알리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파면 된지 21일만에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된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천당에서 지옥으로’입니다. 이 나라 최고권력자에서 수감자로 전락한 것입니다. 이 보다 더 극적인 인생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운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예고된 운명
대통령은 한때 35%라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했습니다. 어떤 잘못을 해도 너그러이 봐주는 지지층이 있었습니다. 거의 맹목적이라 할 만큼 이미지에 매몰된 지지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야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하여 절망을 하소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권초기에 역사학자 한홍구박사는 여성대통령의 출현으로 인하여 이제 박정희 시대는 영원히 끝날 것이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번 당선으로 인하여 한 시대가 끝날 것임을 예견한 것입니다. 오늘 수감으로 인하여 마침내 박정희시대가 끝난 것입니다. 동시에 산업화 시대도 끝났습니다. 이제 산업화시대도 아니고 민주화시대도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가 펼쳐 질 것입니다.
대통령을 태운 차는 구치소로 향했습니다. 차창에 비치는 대통령의 얼굴은 침통한 듯하지만 애써 표정관리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눈가에 약간 눈물이 맺혔다고 합니다. 아마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구치소 독방으로 향하던 날 세월호가 목포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볼 수 있습니다.
국모(國母)로서 역할을 기대했으나
대통령이 파면되자 마자 세월호가 떠 올랐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떠 오른 것입니다. 그런데 파면된지 21일만에 독방에 들어 간 날 세월호가 목포신항을 향해 출항했습니다. 물론 바지선에 옆으로 누운채 실려 간 것입니다. 세월호와 대통령, 참으로 질기고 모진 악연입니다.
여성대통령이 처음으로 탄생했을 때 성공하기를 바랬습니다. 여성에서 대통령이 나온 다는 것은 국민통합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출현함에 따라 국민통합을 이루었듯이, 마찬가지로 여성이라는 소외 계층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는 사실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런 여성대통령에 대하여 일부 불교계 사람들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는 명칭을 붙여 주기도 했습니다. 국민들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들을 보살펴 주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대통령에 대하여 ‘국부(國父)’라 합니다. 나라의 아버지로서 역할을 기대한 것입니다. 여성대통령은 ‘국모(國母)’가 될 것입니다.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기대한 것입니다. 세월호 유족자들도 그렇게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졌습니다. 아이를 낳아 길러 보지 않아서인지 냉정했습니다. 이는 유가족들의 ‘수모’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면담을 위하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노숙을 하며 수 십일을 보냈지만 끝내 만나 주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세월호 때 흘린 눈물은 무엇이었을까요?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주르르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네 눈물을 기억하라!
세월호 100일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대통령이 유가족을만나 주지도 않고 오히려 세월호를 금기시 하는 분위기에서 열린 것입니다. 대통령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듬어 주기를 바랐으나 정반대의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때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주르르 흘린 눈물은 무슨 의미였을까요? 이에 대하여 주최측에서는 “네 눈물을 기억하라!”라는 주제로 촛불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눈물을 기억하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네 눈물’입니다. 유가족들의 눈물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눈물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세월호 100일을 맞아 열린 콘서트형식의 추모제는 무척 슬펐습니다. 유가족들이 오열하지만 “내 눈물을 기억해 주세요!”가 아니었습니다. 유가족들은 “네 눈물을 기억하라!”라 하여 대책을 촉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죽은 자와 산 자의 듀엣 김장훈의 ‘거위의 꿈’(2014-07-25)’라는 제목으로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14년 7월 24일 세월호 100일 추모콘서트, 故이보미양과 가수 김장훈의 듀엣송 '거위의 꿈'
추모콘서트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망자와 함께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평소 가수가 되기를 희망했던 여학생이 부른 노래를 가수 김장훈이 편집하여 함께 부르는 식으로 만든 것입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부른 ‘거위의 꿈’입니다. 아마 대통령이 이 듀엣을 들었다면 눈물이 진정성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부터 3년이 지난 오늘 대통령은 독방에 들어 갔고, 모로 누운 세월호는 목포를 향하여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빛에서 어둠으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독방으로 갔습니다. 이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간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되기 까지 악행이 있었을 것입니다. 초기경전에서는 ‘빛에서 어둠으로’라 했습니다. 이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사람이 어떻게 해서 빛에서 어둠으로 갑니까? 대왕이여, 여기 어떤 사람이 부유하고 돈이 많고 호화롭고 금과 은이 많고 재물이 풍부하고 재산과 곡식이 많은 권세 있는 귀족의 집이나 권세 있는 성직자의 집이나 권세 있는 장자의 집과 같은 고귀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아름답고 보기에 좋고 깨끗하고 연꽃과 같은 최상의 아름다움을 갖추었습니다. 그는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 탈 것, 꽃장식, 향료, 크림, 침상, 집, 등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신체적으로 나쁜 일을 하고 언어적으로 나쁜 일을 하고 정신적으로 나쁜 일을 합니다. 그가 신체적으로 나쁜 일을 하고 언어적으로 나쁜 일을 하고 정신적으로 나쁜 일을 몸이 부서진 뒤 죽어서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납니다.
대왕이여, 예를 들면 사람이 궁전에서 코끼리의 어깨에 내리고 코끼리의 어깨에서 말의 등에 내리고 말의 등에서 수레로 내리고 수레에서 땅으로 내리고 땅에서 암흑으로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이 사람을 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은 빛에서 어둠으로 갑니다.” (S3.21, 전재성님역)
부처님이 꼬살라국 빠세나디왕에게 설법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네 종류의 사람에 대하여 언급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빛에서 어둠으로’입니다. 천상의 삶을 누리는 자가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악하고 불건전한 행위(akusala)’를 했을 때 그에 대한 과보로 악처에 떨어질 수 있음을 말합니다. 마치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독방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빛에서 어둠으로 가는 자가 있다면, 반대로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자도 있을 것입니다. 비록 천한 집안에 태어나 미천하게 살아 갈지라도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착하고 건전한 행위(kusala)’를 했을 때 신분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합니다. 결국 행위(kamma)입니다. 행위로 인하여 빛의 세계로도 갈 수 있고, 어둠의 세계로도 갈 수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의 양은?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주르르 흘린 눈물입니다. 대통령의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기를 기대했으나 냉정했습니다. 어머니로서 다독여 주기를 바랐으나 세월호 이야기는 금기가 되었습니다. 유가족은 수 없이 오열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유가족들이 3년 동안 흘린 눈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초기경전에 따르면 “수행승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들이 오랜 세월 유전하고 윤회하는 동안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비탄해하고 울부짓으며 흘린 눈물의 양과 사대양에 있는 물의 양과 어느 쪽이 더 많겠는가?”라 했습니다.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의 양은 대통령의 눈물과 비할 바가 아닐 것입니다.
대통령이 유가족들의 눈물을 기억했더라면 독방에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3년전 유가족들이 “네 눈물을 기억하라!”라며 추모콘서트를 열었을 때 그 눈물의 의미를 기억했다면 구치소로 향하는 길에 눈가에 이슬은 맺히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벽만 바라보고
대통령은 하루 종일 벽만 바라보고 살 것입니다. 24시간 중에 오로지 단 1시간 운동할 시간만 주어집니다. 나머지 시간은 벽을 바라보고 살아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본 감옥다큐에 따르면 독방에 수감 되었을 때 자신을 비로소 되돌아 보게 된다고 합니다. 감옥 중의 감옥이라 볼 수 있는 독방에 수감되면 아무 하고도 이야기 할 수 없어서 점점 미쳐 간다고 합니다. 벽이 조여 오는가 하면 환시와 환청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제 대통령은 혼자가 되었습니다. 빛에서 어둠으로 간 것입니다.
3년전 추모 콘서트장에서 주제어가 “네 눈물을 기억하라!”입니다. 유가족들의 눈물은 흘릴 만큼 흘렸습니다. 유가족들의 눈물을 거두어 주고 닦아 주었어야 했으나 외면한 과보는 오로지 하루 종일 벽만 바라보는 생활일 것입니다. 대통령은 수감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유가족들이 흘린 피눈물과 비할 바가 아닐 것입니다. 일찍이 “네 눈물을 기억하라!”라는 충고를 알아 차렸어야 했습니다.
2017-03-3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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