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파트는 낡아가도 벚꽃은 터널을 이룬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7. 4. 10. 09:35

 

아파트는 낡아가도 벚꽃은 터널을 이룬다

 

 

아파트는 갈수록 낡아 갑니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 벌써 12년째 살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쓴 세월과 같습니다. 바람이 불면 창문이 덜컹거려 잠못 이룰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두 세달 전 같은 층 바로 옆의 옆으로 이사했습니다. 다행히 페어글라스로 되어 있어서 덜컹거림은 없어졌습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아파트를 지은지 거의 40년 되었다고 합니다. 70년대 후반에 지었다고 하니 이제 거의 불혹의 나이가 된 것입니다. 평촌신도시가 생기기 훨씬 오래 전에 지은 아파트에도 봄이 왔습니다. 늘 봄은 화단의 벚꽃나무에서 옵니다. 지난 십여년 동안 죽 지켜 보아오던 나무가 있습니다. 해마다 사월 초순 이맘때가 되면 아름다은 자태를 뽐내는 뜰 앞의 벚나무입니다.

 

 

 

 

 

 

벚나무는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해마다 벚꽃이 필 때 마다 이 나무에 대하여 사진을 찍고 글로 표현해 왔습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벚꽃을 볼 때 웨딩드레스를 떠 올립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니다. 가지마다 가득 핀 벚꽃이 마치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처럼 느껴집니다.

 

벚꽃이 구름을 이루어

 

벚꽃은 대게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홀로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룹을 이루고 있을 때 구름을 연상케 합니다. 벚꽃 구름입니다. 멀리서 보면 희고 고운 뭉게구름 같습니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도 벚꽃이 구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벚꽃은 오엽의 흰 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미터 높이로 자라는 벚꽃은 개별적인 꽃들이 모여 나무 한 구루 자체가 커다란 꽃과 같습니다. 벚꽃이라 했을 때 개별적인 꽃이라기 보다 나무 전체를 일컫는 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나무가 열을 지어 있을 때, 그것도 도로 양옆에 있을 때 터널을 이룹니다. 지은지 40년 가까이 된 아파트의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터널을 이루었습니다.

 

 

 

 

 

 

 

 

 

 

 

 

 

 

엔트로피법칙과 네겐트로피법칙

 

아파트는 갈수록 낡아져 갑니다. 반면 벚꽃은 벚꽃철이 되면 터널을 이룹니다. 아파트는 엔트로피(Entropy)법칙이 적용되고, 아파트는 네겐트로피(Negentropy)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없는 사물은 갈수록 균열이 생기고 무너져 가지만, 생명이 있는 생류는 갈수록 조직화 되고 번성합니다. 하늘을 뒤덮는 듯한 벚꽃나무는 절정을 구가하고 있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아파트는 점점 낡아져 갑니다.

 

한마음벚꽃축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한마음벚꽃축제입니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만들고 기획한 축제가 아닙니다. 이벤트 업체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마치 시골 오일장처럼 임시로 장이 선 것입니다. 이전에도 벚꽃이 필 무렵 이런 장이 섰었습니다. 물론 기록으로 남겨 둔 바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는 비교적 넓직합니다. 도로도 넓직하고 화단도 넓직합니다. 농구장도 있고 공터 주차장도 있습니다. 70년대 말이 지었다고 하니 넉넉하게 지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종종 장이 섭니다. 특히 벚꽃 필 무렵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재건축 추진위와 비대위의 갈등

 

요즘 아파트가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에는 추진위와 비대위의 갈등 양상이 심각합니다. 거의 10년전 재건축 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지은지 30년 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를 허물고 그 자리에 요즘 유행하는 타워형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것입니다.

 

노무현정부시절 부동산거품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곳저곳에 재건축, 재개발열풍이 불었습니다. 국회의원이 재개발공약을 발표하면 당선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거품은 빠졌습니다. 저성장시대를 넘어 어쩌면 마이너스성장시대에 접어 들지 모릅니다. 그에 따라 거품은 걷히고 아파트 가격은 폭락했습니다. 그럼에도 재건축 이야기는 10년을 끌고 있습니다.

 

재건축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논의만 무성했지 실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바로 옆의 저층아파트단지는 재건축되어서 새로운 아파트단지가 되었고, 큰 도로 건너편의 비탈진 주택단지는 재개발 되어서 타워형 고층아파트 단지로 변모 했습니다. 그러나 지은지 40년 된 아파트는 지난 10년 동안 추진위와 비대위의 갈등만 있을 뿐입니다.

 

지은지 40년 된 아파트는 매우 튼튼합니다. 70년대 말에 제대로 지은 것 같습니다. 이대로 100년은 갈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10년 전부터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것은 투기를 목적으로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대판 오일장

 

일일시장이 열렸습니다. 이름은 한마음벚꽃축제라 하여 동네잔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대판 오일장과 같습니다. 마치 현대판 보따리 장수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고급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고,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도 볼 수 없습니다. 지은지 40년 된 아파트, 그것도 벚꽃이 흐러러지게 핀 날 현대판 오일장이 열렸습니다.

 

 

 

 

 

 

 

 

 

 

 

 

 

 

 

 

 

현대판 오일장에는 농산물, 의류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러나 무어니무어니 해도 먹거리만한 것이 없습니다. 임시로 가설된 천막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밤이 되자 야시장으로

 

현대판 오일장은 밤이 되자 야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적한 날씨입니다. 더구나 하늘에는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래된 아파트에서 현대판 오일장과 야시장이 열렸습니다.

 

 

 

 

 

 

 

 

 

 

아파트는 갈수록 낡아져 가지만

 

이른 아침 아파트 벚꽃이 절정입니다. 이런 날은 일부로 아파트 단지를 빙둘러 봅니다. 아름드리 나무에는 벚꽃이 구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갈수록 낡아져 가지만 벚꽃나무는 갈수록 큰 구름이 되고 터널을 이룹니다.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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