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

담마다사 이병욱 2017. 5. 10. 08:32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

 

 

비가 내립니다. 늦은 봄비가 메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셔 줍니다. 미세먼지로 인하여 외출을 자제경보령까지 내렸던 지난주이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사스때 그랬던 것처럼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그때 당시 매스컴에서는 연일 사스의 위험성에 대하여 보도했습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것 같았습니다. 눈만 남기고 온 얼굴을 마스크로 싼 사람들을 보면 지나친 건강 염려증인 것 같은 느낌도 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과장된 것이었습니다. 곧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사스의 공포도 지나고 보니 마스크의 이미지만 남아 있습니다.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의 공포를 말끔히 씻어 줄 듯 합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로 인하여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있습니다. 사스가 유행할 때는 사스공포가 마치 세상이 끝날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도 공포분위기였습니다. 이번에는 미세먼지입니다. 미세먼지로 인하여 뿌옇게 먼지가 쌓였을 때 공포를 느꼈으나 늦은 봄비에 눈녹듯이 사라집니다. 온 세상을 청결히 해주는 참으로 고마운 비입니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학의천을 지나 일터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 늘 걸어 다니는 길은 초록으로 가득합니다. 불과 이삼주전만 해도 나목이었지만 이제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늘과 땅과 비와 바람과 온도가 만들어낸 세상입니다. 촉촉이 비가 내립니다. 장마철에 내리는 폭우나 아열대의 몬순과는 비교되지 않은 작은 비입니다.

 

비가 내리면 지붕이 튼튼해야 합니다. 지붕이 성기면 비가 샙니다. 비가 새지 않게 지붕이 얹어져 있다면 안심입니다. 잘 이어진 지붕을 가진 자는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안은합니다. 부처님 당시 부처님 제자들은 몬순의 계절에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Vassati devo yathā sugīta
Chann
ā me kuikā sukhā nivātā,
Tassa
viharāmi vūpasanto
Atha ve patthayas
ī pavassa deva.

 

하늘이 리듬에 맞추어 비를 내리고

초암은 잘 덮여있고, 바람 없이 안락하여

그 속에서 적정에 들어 지내니,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Thag.325, 전재성님역)

 

 

 

 

 

 

 

 

이 게송은 기리마난다장로가 읊었습니다. 테라가타 오련시집에 실려 있습니다. 이 게송에 대한 인연담에 따르면, 기리마난다 장로는 라자가하 시에서 빔비사라왕의 제사장 아들로 태어나 기리마난다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이 라자가하 시에 계실 때 그 위신력을 보고 확신을 얻어 출가 하게 되었습니다.

 

장로는 노지에서 지냈습니다. 인연담에 따르면 천신들은 장로가 젖을까 염려되어 비를 내리지 않았다. 왕은 비가 내리지 않는 이유를 살피고 장로에게 초암을 지어 주었다. 장로는 초암에 살면서 알맞은 처소를 얻은 까닭에 집중을 얻어 정진에 의한 멈춤을 닦으면서 통찰에 매진하여, 거룩한 경지를 얻었다.”(ThagA.II.138) 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기리마난다는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 (Atha ve patthayasī pavassa deva)”라고 했습니다. 이 구절은 숫따니빠따 다니야의 경에서 부처님이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atha ce patthayasī pavassa deva)”라고 말씀 하신 것과 일치합니다. 여기서 하늘은 deva의 번역입니다. 번역을 달리 하면 신이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신 대신 하늘이라 한 것은 빠알리 사전의 다양한 용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빠알리어 deva에 대한 용례를 보면 “1. a deity; 2. the sky; 3. a rain cloud; 4. a king.”라 되어 있습니다. 신보다는 하늘이라는 말이 시어에 더 적합할 듯 합니다.

 

노지에서 초암에 살게 된 기리마난다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몬순의 계절에 폭우가 쏟아져도 지붕이 있어서 안락하게 된 것입니다. 기리마난다는 멈춤이라는 선정과 통찰이라는 위빠사나를 닦아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천신들은 비로소 비를 뿌렸습니다. 메마른 대지에 산천초목이 활기를 띠고 온갖 곡식이 잘 자랐습니다. 잘 엮어진 지붕에는 비가 셀 염려가 없습니다. 번뇌 다한 자에게 근심걱정이 있을 수 없습니다. 비내리는 날 장로는 이렇게 게송을 읊었습니다.

 

 

하늘이 리듬에 맞추어 비를 내리고

초암은 잘 덮여있고, 바람 없이 안락하여

그 속에서 적멸의 마음으로 지내니,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Thag.325)

 

하늘이 리듬에 맞추어 비를 내리고

초암은 잘 덮여있고, 바람 없이 안락하여

그 속에서 탐욕을 여의고 지내니,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Thag.326)

 

하늘이 리듬에 맞추어 비를 내리고

초암은 잘 덮여있고, 바람 없이 안락하여

그 속에서 성냄을 여의고 지내니,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Thag.327)

 

하늘이 리듬에 맞추어 비를 내리고

초암은 잘 덮여있고, 바람 없이 안락하여

그 속에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지내니,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Thag.325)

 

 

 

잘 엮여진 지붕이 있는 초암에는 비바람이 들이쳐도 안심입니다. , 귀 등 여섯 가지 대문이 잘 수호 되어 있는 성자에게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오염원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초암에 사는 성자는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려라.”라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2017-05-1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