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진짜꽃 보다 더 화려한 가짜꽃, 강원도립화목원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7. 6. 5. 11:42

 

진짜꽃 보다 더 화려한 가짜꽃, 강원도립화목원에서

 

 

싱그러운 유월의 하늘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에 부드러운 바람이 상쾌합니다. 온도와 습도는 적당하여 쾌적합니다. 이제 두꺼운 옷은 벗어버리고 얇은 옷이 더 잘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춘천시에 있는 강원도립화목원은 꽃천지입니다.

 

 

 

 

 

 

 

 

 

수목원이라는 말은 있어도 화목원이라는 말은 생소합니다. 꽃과 나무가 있어서 화목원일 것입니다. 화목원에 식물원이 없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열대식물과 난대식물, 그리고 다육식물 등 진귀한 식물로 가득합니다. 유월에는 신록만 무성할 뿐 꽃이 보이지 않지만 식물원에는 매혹적인 꽃들로 꽉 찼습니다.

 

 

 

 

 

 

 

 

 

 

 

 

 

 

 

 

 

 

 

 

진짜꽃 보다 더 화려한 가짜꽃

 

진귀한 열대꽃 중에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꽃입니다. 꽃이 너무 화려해서 황홀할 지경입니다. 마치 빨강 나비가 사뿐사뿐 앉아 있는 듯합니다. 식물원 사방에 피어 있는 꽃을 보니 마음도 풍요러워지고 정화 되는 듯합니다.

 

 

 

 

 

 

 

 

이 꽃 이름이 궁금했습니다. 꽃이 이름을 불러 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세상에 통용되는 이름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것입니다. 자세히 보니 부겐빌레아라 합니다. 어떤 꽃인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남미 원산의 분꽃과 덩굴식물이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화려한 꽃은 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잎파리가 꽃처럼 보인 것입니다.

 

부겐빌레아를 종이꽃(paper flower)라고도 합니다. 꽃으로 보이는 부분은 일종의 꽃받침으로 포엽입니다. 포엽이 붉은 색깔을 띠고 있어서 진짜꽃 보다 더 화려합니다. 진짜꽃은 꽃받침 속에 있어서 흰색으로 보일 듯 말듯합니다. 프랑스 식물학자가 1760년대 브라질에서 최초로 발견했는데 그의 친구 이름을 따서 부겐빌레아가 되었다고 합니다.

 

 

 

 

 

 

 

진짜 꽃 보다 가짜 꽃이 더 아름다운 꽃이 부겐빌레아입니다. 마치 머리는 텅 비었으나 화려한 옷으로 장식한 마리 앙트와네트를 연상케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화려한 형상에 눈을 빼앗깁니다. 법구경에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어떤 꽃은 찬란하고 아름답더라도

향기가 없듯,

말이 잘 설해져도 실천이 없으면,

열매가 없다.”(Dhp.50)

 

 

종종 TV를 보면 흘러간 여가수가 노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화장을 덕지덕지 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었으나 측은한 마음이 들어갑니다. 화려 했던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자 치장을 했으나 마치 향기 없는 꽃을 보는 듯 합니다.

 

겉만 번지르르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실속이 없습니다. 마치 화려한 꽃에 열매는 매우 작은 것과 같습니다. 반면 꽃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열매는 큰 것이 있습니다. 감나무꽃은 커다란 잎사귀에 가리어 꽃이 피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커다란 열매를 맺습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말에 알맹이가 없습니다. 듣고 나서도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언행일치가 되어 있지 않은 자의 말은 겉만 번지르르 할 뿐 듣고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무화과나무에서 꽃을 발견하지 못하듯

 

식물원에서 무화과나무를 보았습니다. 무화과는 말 그대로 꽃이 없는 나무입니다. 그러나 꽃이 없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습니다. 설명문을 보니 꽃이 없다는 뜻의 이름이지만 실상은 주머니 속에 수많은 꽃들이 피어있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무화과는 아무리 찾아도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무화과라 합니다. 이런 무화과는 초기경전에 우담바라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숫따니빠따에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Yo nājjhagamā bhavesu sāra

vicīna pupphamīva udumbaresu,
So bhikkhu jah
āti orapāra

urago jiṇṇamiva taca purāa.

 

무화과 나무에서 꽃을 찾아도 얻지 못하듯,

존재들 가운데 어떠한 실체도 발견하지 못하는 수행승은,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stn5)

 

 

게송에서 무화과 나무라 한 것은 빠알리어로 우둠바라(udumbara)라 합니다. 이 게송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 때에 세존께서 싸밧띠에 계셨는데, 마침 그때에 어떤 한 바라문이 자신의 딸의 결혼을 앞에 두고 ‘어떤 천민도 지금까지 사용한 적이 없는 꽃으로 딸을 장식하여 시집을 보내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싸밧띠 시의 안팎에서 그러한 꽃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성품이 못된 바라문 자제들을 모아놓고는 그러한 꽃이 있는 장소를 물었다. 그들은 바라문에게 ‘무화과의 꽃은 지금까지 이 세상의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꽃이니 그 꽃으로 장식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바라문은 다음날 아침 식후에 아찌라바띠 강변의 무화과 숲으로 가서 꽃을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낮이 지나 다음 강변으로 가보았다.

 

꽃을 찾다가 지친 바라문은 거기서 명상수행을 하는 수행승을 만났는데 그는 바라문에게 ‘무화과의 꽃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허황된 말이니 자신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고 알려준다. 세존께서는 수행승의 의도를 알아채고 사념과 자만에 빠진 자를 위해 빛을 놓아 이 시들을 읊었다.”(stn5 인연담, 전재성님)

 

 

인연담에 따르면 무화과의 꽃은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없는 꽃을 찾아 해매는 것은 마치 파랑새를 찾아 떠 돌아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쯤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상 기후 등으로 인하여 꽃이 꽃낭의 바깥에 나오는 경우라 합니다. 이런 경우 대승에서는 삼천년에 한번 피는 꽃이라 하여 전설의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떠한 실체도 발견할 수 없다

 

법화경에 따르면 우담다라 꽃이 피는 것에 대하여 부처가 출현하는 것처럼 희유한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우담바라꽃 피듯이 오래고 먼 세월에 출현하는 부처님을 오늘에야 만났으니 (여래수량품) 라든가, “오랜 겁에 한 번 피는 우담바라보다 부처님 만나기는 그 더욱 어려우면 여러 가지 많은 환난 해탈키도 어렵나니 (묘장엄왕품)이라 하여 피긴 피되 매우 보기 어려운 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우담바라꽃은 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대승불교에서는 우담바라꽃이 피면 부처나 전륜성왕이 출현할 것이라 하여 상서로운 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풀잠자리알을 우담바라꽃이라 하여 사람들을 속이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화과나무에서는 아무리 해도 꽃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하여 숫따니빠따에서는 “존재들 가운데 어떠한 실체도 발견하지 못한다(nājjhagamā bhavesu sāra)”라 했습니다. 무화과나무에서 꽃을 발견하지 못하듯, 오온에서 항상하는 존재또는 자아를 발견할 수 없음을 말합니다.

 

 

 

 

2017-06-0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