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먹고 싶다
대지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뭉게구름은 점점이 떠 있습니다. 강렬한 햇살이 따갑기는 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할 때 입니다. 아직 장마철은 멀었고 무더위철은 더 멀리 있습니다. 여름의 초입 6월 4일, 강원도 춘천시내에 있는 강원도립화목원을 찾았습니다.
화목원가는 길은 한가합니다. 오전이어서일까 도로에는 차도 별로 없고 인적도 거의 없어서 한적합니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자 입구에 있는 국수집에 들어갔습니다. 국수집은 온통 장독대천지입니다. 이전에 된장사업을 하던 곳을 인수한 것이라 합니다.
카페를 연상케 하는 국수집에서 뜻밖에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구렛나룻 주인아저씨의 특별한 서비스가 감동시켰습니다. 국수를 시켰을 뿐인데 서비스로 전이 나왔습니다. 국수를 다 먹고 난 다음에는 후식으로 원두커피를 제공했습니다. 국수를 시켰을 뿐인데 막 퍼주는 듯한 국수집 창가에 국수예찬시가 붙어 있습니다.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을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 하지만
때로는 허술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지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장거리길로
소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서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이 있어
마을의 문들이 닫히고
어둠의 허기 같은 저녘
눈물자욱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한적한 국수집 창문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작은 테이블 두 개에 지나지 않아 카페 같기도 한 국수집에 걸려 있는 시는 2015년 여름 율산 박지삼님이 쓴 것이라 합니다.
시가 있는 작은 국수집에서 특별서비스인 전과 함께 국수가 나왔습니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입니다. 어느 국수집과 특별한 맛의 차이는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대화가 있는 국수집입니다. 말을 하다 보니 블로그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구렛나룻의 주인아저씨의 친절과 시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에서 먹는 국수는 맛이 달랐습니다. 시에서처럼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집이고,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이 먹는 국수집이고, 눈물자욱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이 먹는 국수집입니다. 다시 올 것을 약속했습니다. 초면임에도 배웅하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2017-06-0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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