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안거철에 수행하고 해제철에 포교하고, 이상적인 출가자의 삶의 방식

담마다사 이병욱 2017. 6. 17. 23:14

 

안거철에 수행하고 해제철에 포교하고, 출가자의 이상적인 삶의 방식

 

 

진주선원 불자님들의 봉선사 대중공양에 동참했습니다. 봉선사 보림선원에서 하안거 수행정진 중에 있는 진주선원장 원담스님을 찾아 가는 날이기도 합니다. 진주에서 모두 18명이 불자님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봉선사로 왔습니다. 아침 6시 반에 출발하여 거의 11시에 도착하였으니 꼬박 4시간 반가량을 달려 온 것입니다. 그러나 안양에서 봉선사까지는 70여 키로미터로 한시간 십여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연지에는 수련이 가득하고

 

6 17일 토요일 오전 10시 경에 도착하니 봉선사는 한산합니다. 가장 먼저 연꽃단지를 보았습니다. 봉선사에서는 매년 7월 하순 연꽃축제가 열립니다. 아직 한달 여가 남아서인지 잎사귀가 큰 연꽃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련은 지금이 한창인 것 같습니다. 탁해 보이는 물가운데 매혹적인 빛깔의 홍련이 이곳 저곳에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천진불 같은 노스님

 

연꽃단지 저쪽에서 지팡이를 짚은 노스님이 연꽃단지 사이길을 따라 오고 있습니다. 가까이 오길레 인사를 했습니다. 노스님은 월자 운자 월운스님입니다. 봉선사에서 가장 법랍이 높고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른스님입니다. 노스님에게 역경불사에 대하여 물어 보았습니다. 역경은 조계종 3대 역점사업 중의 하나이지만 그다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방문한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이야기 하는 모습이 인자한 할아버지 같고 천진불다는 느낌이 들어 갑니다.

 

 

 

 

 

 

선방스님에게 보시했을 때

 

진주선원 불자님들이 도착했습니다. 하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에게 보시할 공양물을 들고서 선원으로 향합니다. 안거철에 볼 수 있는 대중공양입니다. 안거철의 대중공양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일까 신심있는 불자들은 안거철에 선방을 찾아 다니면서 대중공양물을 전달합니다. 선방에서 수행정진하는 스님들에게 공양하면 그 공덕이 가장 수승함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처님은 보시의 공덕에 대하여 초기경전 도처에서 말씀했습니다. 축생에게 먹을 것을 주면 백배의 갚음이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수행자에게 보시한 공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앙굿따라니까야 공덕이 넘침에 대한 경(A5.45)’에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수행승이 어떤 사람에게 탁발음식을 받으면서 무량한 마음의 삼매를 성취하면, 그에게 무량한 공덕을 넘치게 하고, 선행을 넘치게 하고, 행복의 자양분이 되고, 천상의 삶의 조건이 되고, 행복의 열매를 거두고, 하늘나라에 태어나게 하고, 그를 원하는 것, 바라는 것, 유익한 것과 행복한 것으로 이끈다.”(A5.45, 전재성님역)

 

 

 

 

 

 

어떤 사람이 수행자에게 먹을 것 등을 보시했을 때, 수행자가 그 보시물로 인하여 삼매를 성취했다면, 보시한 자는 무량한 공덕을 지을 것이라 했습니다. 같은 스님이라도 선방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이 공덕이 큰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보시를 해도 청정한 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진주선원 대중공양물은 선원에 전달 되었습니다.

 

봉선사 보림선원

 

하안거 정진 중에 있는 원담스님을 보림선원 선방에서 만났습니다. 안거중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대중공양하는 날이기 때문에 특별히 출입이 허용된 것입니다. 선원으로 통하는 작은 쪽문 진여문을 들어가니 두 개의 전각이 나옵니다. 하나는 대중선방이고 또하나는 스님들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봉선사와 백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있어서 사람들이 발길이 미치지 않습니다. 더구나 주변에는 숲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수행정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듯합니다.

 

 

 

 

 

안거철에 수행하고 해제철에 포교하고

 

보림선원 대중선방에 들어갔습니다. 중앙에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용상방이라 하여 소임을 맡은 스님들의 법명이 적혀 있습니다. 대나무로 된 시렁에는 스님들의 괴색 가사가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하루 종일 정진만 하는 곳이어서일까 청정한 기운이 베어 있는 것 같습니다가장 먼저 부처님에게 삼배했습니다. 그리고 원담스님에게 삼배했습니다. 이어서 원담스님의 법문이 있었습니다.

 

 

 

 

 

원담스님은 안거에 대하여 설명했습니다. 원래 인도에서는 안거는 일년에 한번 있었습니다. 몬순 때가 되면 비가 내리기 때문에 돌아 다닐 수 없습니다. 우기에 모두 모여 정진하게 된 것이 안거의 시작이라 합니다. 그러나 사계절이 뚜렷한 동아시아에서는 여름과 겨울 두 번의 안거가 있어서 지역에 맞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 안거가 끝나면 수행승들은 유행했습니다. 각자 인연 있는 곳을 찾아 가는 것입니다. 인연 있는 곳에 머물면 포교가 됩니다. 그런데 목숨을 거는 포교도 각오해야 합니다.

 

상윳따니까야 뿐나의 경에 따르면 수행승 뿐나는 우기의 안거가 끝나자 자신의 고향에서 지내고자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뿐나의 고향은 이교도 지역입니다. 부처님은 뿐나가 이교도 지역에서 포교하다 목숨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이에 뿐나는 세존이시여, 만약 쑤나빠란따까의 사람들이 날카로운 칼로 저의 목숨을 빼앗으면, 그 때 저는 이와 같이 ‘몸 때문에 목숨 때문에 오히려 괴로워하고 참괴하고 혐오하여 칼로 자결하길 원하는 세존의 제자들도 있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고도 칼로 자결하는 셈이다.’라고 말하겠습니다.” (S35.88)라 했습니다. 고향인 이교도 지역에서 목숨을 건 포교를 하겠다는 말입니다.

 

원담스님에 따르면 스님들의 가장 이상적인 삶의 방식은 수행과 포교를 동시에 하는 것이라 합니다. 안거철에는 수행을 하고 해제철에는 포교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는 뿐나가 우기에 안거를 보내고 해제때 고향으로 돌아가 포교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대하여 원담스님은 안거철에는 수행하고 해제철에는 포교하는 것, 이것이 내가 찾은 가장 좋은 방식입니다.”라 했습니다.

 

스님은 안거방식을 바꿀 필요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안거때가 되면 스님들은 대개 참선위주로 수행정진합니다. 그러나 교학도 병행하면 더 좋을 것이라 합니다. 안거때 스님들이 모여서 빠알리어나 산스크트어 번역본을 강독하고 토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교학과 수행을 병행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새가 양날개로 나는 것과 같습니다.

 

스님은 죽음에 대한 명상을 강조했습니다. 미리 죽음을 준비해 놓으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나 둘 내려 놓으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끼는 것을 내려 놓으라고 했습니다. 아마 그것은 자기 목숨일 것입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니라고 했을 때, 즉 오온이 내것이 아니라고 여겼을 때 목숨마저 내려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 놓았을 때 가장 죽음에 대한 준비가 잘 된 것이라 합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신심을 일으키는 씨디

 

스님의 법문이 끝났습니다. 점심을 위하여 공양간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동하기에 앞서 준비해 간 음악씨디를 진주선원불자님들에게 나누어드렸습니다.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나 선물용으로 주는 불교음악씨디입니다. 두 종류를 한세트로 한 것입니다.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신심을 일으키며 때로 환희심이 나는 음악입니다.

 

 

 

 

 

 

최고의 포행코스

 

점심공양후에 봉선사 보림선원장 명고스님과의 차담이 있었습니다. 보림선원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목조건물이 있는데 일종의 지대방과 같은 곳입니다. 스님들이 차도 마시고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모두 21명이 들어가니 매우 비좁은 듯한 느낌입니다. 명고스님이 팽주가 되어 보이차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차담이 끝난후에 산행을 했습니다. 온통 숲으로 둘러쌓인 봉선사는 광릉수목원내에 있습니다. 보림선원 뒤는 수목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는 곳으로 선방스님들의 포행코스입니다. 초여름 소나무 등 갖가지 나무로 가득한 포행코스는 최고의 힐링코스입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길에는 온갖 나무로 가득합니다. 숲에는 산딸기도 있습니다. 어느 법우님이 익을 대로 익은 빨간 산딸기를 따서 건네 줍니다. 먹어 보니 단맛이 납니다. 지금 이때가 산딸기철인 것 같습니다.

 

 

 

 

 

 

포행길은 꽤 긴코스입니다. 비좁은 산길을 조금만 오르면 트럭이 다니는 산길이나타납니다. 주변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빼곡합니다. 스님들이 점심공양한 후에 주로 오후 나른 한 때 포행하는 코스라 합니다. 다리운동도 되고 기분전환도 되는 일석이조라 볼 수 있습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

 

다시 선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점심공양을 전후로 하여 스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부로 들어 갈 수 없다는 대중선방에 가서 앉아 보기도 하고, 선원장스님이 제공하는 차도 마시고, 스님들의 포행코스를 둘러 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영어로 헤어질 때 하는 말이 “See you again” 또는 “See you later”입니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만나자는 뜻에서 이 다음에 다시 뵈요라 합니다. 이것이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를 초면이라 합니다. 한번 더 만나면 구면이 됩니다. 명고스님과 지난 달 처음 만났습니다. 이번에 두 번째 만났습니다. 두 번 째 만나니 얼굴을 기억하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을 때 다시 만나면 반가울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진주선원불자님들과 처음 만났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함께 걷다 보니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금년 12 31일 인도순례 떠나는 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구면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 합니다. 일본 다도에서 많이 쓰는 말이라 합니다. 차를 마시면서 당신과 만나는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한번 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순간을 귀하게 여기고 지금 할 수 있는 최고로 당신을 맞이하겠습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차를 대접하는 사람의 손님에 대한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말이라 합니다.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 다시 인연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일생에 단 한번뿐일 수 있습니다. 오직 한번 뿐인 기회라면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대해야 할 것입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일기일회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모두 선연(善緣)이 될 것입니다.

 

 

 

 

 

 

 

 

 

 

 

2017-06-1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