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은 깨져야, 한국신랑과 미국신부
“로이와 에밀리의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법우님아들 결혼식 청첩장 머리글입니다. 요즘은 인쇄된 청첩장 보다 ‘웹청첩장’이 대세입니다. 문자나 카톡으로 받은 웨청첩장을 단체카톡방이나 밴드,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를 통하여 공유하면 됩니다.
한국신랑과 미국신부
법우님아들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일반결혼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국제결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백인여성과 한국남성과의 결혼식입니다. 결코 흔한 일은 아닙니다. 대개 한국여성과 백인 남성의 결혼이 많지만, 그 역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입니다.
일요일 강남 역삼동 부근 한예식장에서 국제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주택가 가운데 있는 작은 연회공간에서 조촐하게 치루어진 혼례식입니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서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한 상쾌하고 싱그러운 날입니다. 소식을 듣고 인연 있는 법우님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습니다. 모두 잘 차려 입었습니다. 결혼식에 갈 때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잘 차려 입고 가는 것이 예의일 것입니다.
이날 결혼식은 주례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요즘 결혼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 대신 사회자가 있어서 식을 이끌어갑니다. 사회자는 일종의 결혼도우미라 볼 수 있습니다. 주례없는 결혼식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미리 준비한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여기에 양가부모의 당부말씀이 더해집니다. 결혼식도 시대에 따라 변해 감을 알 수 있습니다.
국제커플 탄생
법우님의 아들은 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 4년 동안 공부하고 현지에서 주방장으로 일한 경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프랑스식당을 운영하며 컨설팅 등 요리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부는 미국 백인 여성으로서 한국 대학원에서 식품관련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둘은 4년전에 만났는데 혼례식을 올림으로서 국제커플이 탄생되었습니다.
유리천장은 깨져야
요즘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새정부에서 고위공직자 중에 30%를 여성에게 배당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극히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능력에 따라 여성을 장관 등 고위공직에 기용하는 것에 대하여 해당여성에게 붙여 주는 말이 “유리천장을 깼다”입니다.
유리천장은 개인이 능력과 자격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직장에서 고위직을 맡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이 용어는 성 차별뿐 아니라 청각 장애, 실명 등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아 승진에서 차별당하는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동양남성과 서양여성이 결혼한 것도 동양남성 입장에서 본다면 유리천장을 깬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돈나라
한국에는 수 많은 외국인 신부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베트남신부가 가장 많습니다. 거의 5만명 가량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한국에 시집와서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는 베트남을 “사돈나라”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그 역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베트남 남성과 한국여성의 결합을 말합니다.
한국을 기준으로 한국보다 후진국이면 신부가 많고, 반대로 한국보다 선진국이면 신랑이 많습니다. 베트남신부가 많고 미국인 신랑이 많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역은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베트남 신랑과 미국인 신부를 보기 힘듭니다. 그런면에서 법우님 아들의 혼례식은 일종의 관행을 깼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주례없는 결혼식이 대세
요즘은 주례없는 결혼식이 대세입니다. 주례는 서양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교회나 성당에서 결혼할 때 성직자들이 주례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밖에 스승이나 명성있는 사람들에게 주례를 의뢰합니다. 그런데 주례 있는 결혼식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입니다. 혼례식날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임에도 주례가 주인공인듯 착각이 일어납니다.
오래전에 친구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는 다니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루었습니다. 그 때 목사가 주례를 보았습니다. 친구를 잘 아는 목사입니다. 그래서일까 가운데 서 있는 목사는 신랑과 신부를 앞에 세워 놓고 일장 훈시하듯이 엄숙하게 이야기 하는가 하면 때로 장난하듯이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마치 목사가 신랑신부를 갖고 노는 듯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런 장면을 보자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혼례식날에는 신랑신부가 주인입니다. 혼례식날은 신랑신부의 날이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이날 의 주인공인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돌아 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주례라는 이름으로 훈계하듯이 대하거나 신도대하듯이 장난끼 섞인 말을 했을 때 빛이 바래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의 주례사
우리나라 전통혼례식에서도 주례는 없었습니다. 있다면 혼례도우미가 있었을 뿐입니다. 불교식 혼례에도 주례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스님이 주례를 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회나 성당에서 목사나 신부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출가수행자가 세상사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스님이 주례서는 것은 영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세간에는 스님의 주례사라는 말이 회자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륜스님의 주례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스님의 주례사’를 치면 법륜스님이 지은 책이 나옵니다. 책의 소제목을 보면 “최고의 배우자를 만나는 인연법, 사랑 좋아하시네,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한 인연 짓는 마음의 법칙”이라 되어 있습니다. 법륜스님이 평소 즉문즉설에서 말한 것을 모은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오래 전부터 법륜스님의 주례사라 하여 회자 되고 있습니다. 구구절절 새겨들어야 할 말이고 지당한 말입니다. 그러나 주례없는 결혼식에서 핵심을 말한다면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계준수가 될 것입니다.
사랑을 나눔에
오계는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적인 덕목입니다. 만일 오계를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부꾸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회가 되었을 때 약육강식의 짐승의 세계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은 이 세상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오계준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수덕목입니다. 그 중에서도 음행과 관련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했습니다.
“사랑을 나눔에 잘못된 행위를 떠나고 사랑을 나눔에 잘못된 행위를 삼갑니다. 어머니의 보호를 받고 있고, 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있고,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고, 형제의 보호를 받고 있고, 자매의 보호를 받고 있고, 친족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 이미 혼인했거나, 주인이 있거나, 법의 보호를 받거나, 심지어 약혼의 표시로 꽃다발을 썼거나 한 여인과 관계하지 않습니다.”(M42)
오계 중에 음행에 대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정형문은 초기경전 도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보호를 받고 있는 여인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보호받지 못한 여인을 범해서는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만일 음행을 일삼게 되었을 때 가정은 파탄날 것입니다. 그것은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함께 살기 힘듭니다. 믿음이 깨졌을 때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발각되었을 때 결혼생활은 파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종교에서나 어느 사회에서나 음행에 대한 계율은 매우 엄격합니다.
성공과 번영의 길
법륜스님의 주례사는 매우 유명합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불자들이 알아 두어야 할 것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입니다. 새출발하는 부부들 뿐만 아니라 기혼자들도 새겨 들어야 할 가치 있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초기경전을 보면 더 좋은 가르침으로 가득합니다. 항상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 한다면 성공과 번영의 길로 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결혼식할 때 일 것입니다. 일가친지는 물론 친구 등 인연있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런 축하는 다름아닌 축복입니다. 부처님 가르침 중에 ‘축복경’이 있습니다. 결혼식 주례사용으로 또는 부모의 당부말씀으로도 손색이 없는 축복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대한 축복의 경
어리석은 사람을 사귀지 않으며,
슬기로운 사람에 가까이 지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을 공경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분수에 맞는 곳에서 살고,
일찍이 공덕을 쌓아서,
스스로 바른 서원을 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많이 배우고 익히며 절제하고
훈련하며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섬기고,
아내와 자식을 돌보고,
일을 함에 혼란스럽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나누어 주고 정의롭게 살고,
친지를 보호하며,
비난 받지 않는 행동을 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악함을 싫어하여 멀리하고,
술 마시는 것을 절제하고,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존경하는 것과 겸손한 것,
만족과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때에 맞추어 가르침을 듣는 것,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인내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서로 논의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감관을 수호하여 청정하게 살며,
거룩한 진리를 관조하여, 열반을 이루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세상살이 많은 일에 부딪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슬픔 없이 티끌 없이 안온한 것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 길을 따르면,
어디서든 실패하지 아니하고
모든 곳에서 번영하리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Maṃgalasutta- 위대한 축복의 경, 숫타니파타Sn 2.4, 전재성님역)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 축복입니다. 결혼식장에서는 친지와 친구들이 “축하합니다”라며 축하의 메시지를 말합니다. 부모는 격려의 말로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줍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공과 번영입니다.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축복경은 예불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혼식에 사용되는 축복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2017-06-1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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