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정에 서서
추분이 소리소문 없이 슬쩍 지나 갔습니다. 방송에서 기상캐스터가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습니다.”라고 짤막하게 언급한 것을 보고 추분인줄 알았습니다. 이제 낮보다 밤이 더 길어집니다. 가면 갈수록 밤이 길어져 동지(冬至)에 절정에 달합니다.
추분이 지나면 어둠이 밝음을 이깁니다. 그래서일까 추분을 기리는 행사나 축제는 일체 보이지 않습니다. 낮의 길이가 절정에 달하는 하지 때 유럽 북구권 국가에서는 하지제(夏至祭)가 열립니다. 밤이 절정인 동지에는 ‘작은 설날’이라 하여 한국에서는 동지행사가 절마다 성대히 치루어집니다. 그러나 낮과 밤의 길이가 교차 하는 춘분제나 추분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낮과 밤이 교차 하는 추분주간이어서일까 늦게 일어납니다. 날이 밝을 때는 새벽같이 일어났으나 눈 뜨면 아직도 어둠입니다. 생체리듬도 계절을 따라 가는 듯합니다. 그런 추분기는 결실의 계절입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일조량이지만 강렬한 햇빛으로 곡식이 알차게 익어갑니다.
봄이 청춘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중년의 계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계를 바라문 인생사주기로 구분한다면 봄은 학습기, 여름은 가주기, 가을은 임서기, 겨울은 유행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요즘 나이로 구분하다면 학습기는 1-25세, 가주기는 26-50세, 임서기는 51-75세, 유행기는 76-100세가 될 것입니다. 이중에서 가장 황금기가 51-75세에 해당됩니다. 이 기간에 대해 김송호박사는 ‘봉사기’라 말한 바 있습니다.
학습기에는 열심히 공부하여 학업을 이루어야 합니다. 가주기에는 가정을 이루어 능력껏 일하는 시기로서 가장으로서 해야 할 바를 다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인생의 황금기는 51-75세 사이 25년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시기는 다름아닌 ‘봉사의 시기’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능력, 그리고 가진 것을 주변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시기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날씨입니다. 앞으로 낮은 점점 짧아지고 밤은 점차 길어지겠지만 지금은 추분주간이라 낮과 밤이 균형을 이루어 가장 안정된 때입니다. 결실의 계절이기도 한 가을은 인생의 중년기와도 같습니다. 공부를 하여 해야 할 바를 다해 마친 자가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삶을 사는 시기이기도합니다.
앞으로 3개월이 지나면 밤이 절정에 이를겁니다. 바라문 인생사주기로 본다면 유행기에 해당됩니다. 유행기는 겨울과 같은 시기로서 죽음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밤이 깊어지면 어둠이 멀지 않듯이, 인생과 자연과 우주에 대해 관조하며 조용히 다음생을 준비하는 시기라 볼 수 있습니다.
인생의 절정, 인생의 황금기는 공부만 하는 학습기도 아니고, 가장으로서 의무를 해야 할 바를 다하는 가주기도 아닙니다. 인생의 황금기는 이웃과 사회를 위한 삶을 사는 봉사기입니다. 지금은 인생의 절정이자 인생의 황금기입니다.
2017-09-25
진흙속의연꽃
'나에게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꼭지의 꿀과 같은 분노의 가학성(加虐性) (0) | 2017.10.10 |
---|---|
십일간의 국민휴가기간에 (0) | 2017.10.08 |
시물(施物) 받은 자는 시주(施主)에게 고개를 (0) | 2017.09.23 |
하잘 것 없는 것에도 만족하는 삶 (0) | 2017.09.08 |
밤낮으로 피곤함을 모르는 불자들이 있기에 (0) | 2017.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