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간의 국민휴가기간에
어제 KBS 9시 뉴스에서 앵커가 “아직도 추석연휴가 3일이나 남았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남겼습니다. 9월 30일 토요일부터 10월 9일 한글날까지 내리 10일간 국민휴가기간입니다. 자영업을 하는 일인사업자에게 국민휴가기간은 큰 의미 없습니다. 그러나 직장 다니는 월급생활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휴일이 이틀 남았습니다.
국민휴가기간을 이용하여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관광을 목적으로 나갑니다. 뉴스에서는 국민정서와 감정을 고려 하여 보도 하지 않지만 사상 최대의 인파가 공항을 빠져 나갔다고 합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예나 지금이나 즐기는 삶을 사는 자들은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친구가족이 외국여행 갔습니다. 최장 10일 동안 쉬기 때문에 철철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매우 치밀하게 준비 했다는 사실입니다. 일년 전에 예약했기 때문입니다. 추석차례가 끝나자 마자 공항을 빠져 나간 것입니다. 3박 4일 대만여행이라 합니다.
정부에서는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징검다리 평일을 공휴일로 지정 했습니다. 빨간 날자만 쉬는 날이라는 통념을 깨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국민들이 소비하며 놀지 않습니다. 일부 여유 있는 자들만이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쉬는 데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입니다.
자영업자에게는 밤낮이 따로 없고 주말이 따로 없습니다. 물론 명절휴가도 따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은 일요일 입니다.
일요일 한가한 점심 때 길을 나섰습니다. 관악산 둘레길 입니다. 관악산 남사면에 있는 내비산 코스입니다. 그렇다고 꼭대기까지 않습니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한적한 숲속의 정취를 즐기면 그만입니다.
산림욕장 입구에는 농산물 파는 노점이 있습니다. 작은 텃밭에서 나온 호박, 시금치, 미나리, 얼갈이 배추 같은 것 등입니다. 이런 농산물을 보면 지나치지 않습니다. 팔아 줍니다. 사는 것이 아니라 “팔아 주는” 것입니다. 그래보았자 고작 이삼천원어치 입니다.
얼갈이 무우잎을 팔아 주었습니다. 한바구니 가득 2천원이라 합니다. 마트에 가면 두 배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호박을 팔아 주었습니다. 크기가 사람 머리통만 합니다. 천원이라 합니다. 너무 싼 것 같아 그 보다 약간 큰 것을 2천원에 팔아 주었습니다.
얼갈이 무우 잎파리 한가득과 머리통만한 호박 사는데 4천원 들었습니다. 무게가 꽤 나갑니다. 마음도 든든 합니다. 시커먼 시골된장 풀어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이틀이나 남은 국민휴가 기간, 이곳 내비산산람욕장 입구 정자는 한가롭습니다.
2017-10-0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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