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용오름 구름을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7. 10. 16. 11:06


용오름 구름을 보고

 

 

관악산에 올랐습니다. 남사면에 있는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가보지 않은 코스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가시밭길 이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두손으로 두발로 기어 올랐습니다. 네 발로 오른 것이나 같습니다. 날씨는 청명하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퍼져 있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천고마비의 가을날씨입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도시가 장관입니다. 인공의 구조물에서 경이를 느낍니다.

 

이름 모를 작은 봉우리에서 하늘을 쳐다 봅니다. 청색하늘에 흰구름이 그림 같습니다. 과천 쪽 하늘에서 용오름구름을 보았습니다. 구름이 회전을 하며 솟구치는 모양입니다. 오래 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용오름 구름은 예상대로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30분도 안되어서 뭉개져 사라져 버린 것 입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합니다. 구름처럼 무상한 것이 없습니다. 푸른 산은 그대로 있는데 구름은 덧없이 흘러갑니다. 그래서 청산백운(靑山白雲)이라했을 겁니다.

 

제행무상입니다. 생겨난 것은 소멸하기 마련입니다. 흘러가는 구름뿐만 아니라 삼라만상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 몸과 마음도 변해갑니다. 그래서 고래로 부터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막론하고 이렇게 노래 했습니다.

 

 

諸行無常     제행무상

是生滅法     시생멸법

生滅滅已     생멸멸이

寂滅爲樂     적멸위락

 

Aniccā vata sakhārā

uppādavayadhammino

Uppajjitvā nirujjhanti

tesa vūpasamo sukho ti.

 

모든 조건지어진 것은 무상하니,

생겨나고 소멸하는 법이네.

생겨나고 또한 소멸하는 것,

그것을 그치는 것이 행복이네.” (S15.20)

 

 

조건 지어진 것은 무상하다고 했습니다. 일어나고 사라지기 때문에 무상한 것입니다. 삼라만상이 다 그렇습니다. 여기에 우리 몸과 마음도 예외 일 수 없습니다. 오온(五蘊)은 저 하늘의 구름처럼 생겼다가 사라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지은 행위로 인하여 저 하늘의 구름처럼 또다시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할 뿐입니다.

 

생멸의 원리를 아는 자는 오온이 생멸하는 것을 멈추고자 할 것입니다. 멈추었을 때 행복이 찾아 옵니다. 언어적으로 사유와 숙고가 멈추고, 신체적으로 호흡이 멈추고, 최후로 지각과 느낌이 사라졌을 때 적멸이 됩니다. 게송에서는 적멸위락(寂滅爲樂: vūpasamo sukho)이라 하여 열반이 지고의 행복이라 했습니다.

 

 

2017-10-1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