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7. 11. 18. 08:17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찬바람 쌩쌩 부는 학의천길입니다.

가을 들어 최고로 추운날입니다.

체감온도는 영하 십도입니다.

준비 안된 추위에 옷깃을 잔뜩 여몄습니다.

이십 여분 걸리는 일터가 아득합니다.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낙엽이 우수수 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흔해 빠진 은행나무가 나목이 되면

가을이 다 간 것입니다.

철공소 거리에는 부채만한

플라타너스 잎파리가 나뒹굽니다.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무엇이든지 생겨나는

것은 소멸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것이든지 흥망성쇠가 있습니다.

왕자처럼 위풍당당하던 나무도

찬바람에 여지없이 속살을 드러냅니다.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이제 낙엽이 지면

혹독한 계절이 시작될 것입니다.

베짱이처럼 즐기기만 한 자들은

시련의 계절이 될 것입니다.

그 좋았던 시간을 허송한 자들은

추위와 외로움에 떨 것입니다.

마른 호숫가 날개 꺽인 늙은 왜가리처럼,

쏘아져 버려진 화살처럼.

 

추위와 바람에 총총걸음으로

피난처같은 일터에 도착했습니다.

떠 오른 아침 햇살이 안은합니다.

커피원두를 그라인더에 갈았습니다.

 

뜨거운 커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입안 가득 달콤하면서도 쓴 맛이 납니다.

산사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커피 한잔으로 또 일상이 시작됩니다.

 



 

2017-11-1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