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추운 날에
어제 밤 눈물 나게 추웠다.
추운 날 외로움과 괴로움에
잠 못 이루는 자들이 있다.
노지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다.
부모님은 늘 정직하라고
성실하라고 말씀 하셨네.
스승께서는 마지막으로
‘불방일정진(不放逸精進)’을 말씀 하셨네.
추위와 외로움에 떠는
자들에게는 이제 옛말이 되었네.
밖에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돌아 갈 보금자리가 있다.
가족이 있고 일자리가 있어서
세상은 견딜만한 것이네.
따뜻한 잠자리에서
그들을 생각한다.
백설기 한 덩이와 바나나 몇 개,
따끈한 커피와 유자차로
몸을 녹였던 자들이다.
지금도 을지로 굴다리에는
긴 줄이 섰을 것이다.
이렇게 눈물 나게 추운 날
군대 보낸 어머니는 잠 못 이룬다.
이렇게 혹독하게 추운 날
노지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발 뻗고 자는 것도 죄스럽다.
도시의 들개 마냥 도시를
헤매는 자들이 있다.
어둠 저편에서 형벌 같은
삶을 사는 자들이다.
아무 것도 없는 그들이다.
어쩌면 탐욕의 시대에
무욕(無慾)의 성자들일지 모른다.
2017-11-2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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