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눈물 나게 추운 날에

담마다사 이병욱 2017. 11. 25. 08:29


눈물 나게 추운 날에

 

 

어제 밤 눈물 나게 추웠다.

추운 날 외로움과 괴로움에

잠 못 이루는 자들이 있다.

노지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다.

 

부모님은 늘 정직하라고

성실하라고 말씀 하셨네.

스승께서는 마지막으로

불방일정진(不放逸精進)’을 말씀 하셨네.

추위와 외로움에 떠는

자들에게는 이제 옛말이 되었네.

 

밖에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돌아 갈 보금자리가 있다.

가족이 있고 일자리가 있어서

세상은 견딜만한 것이네.

 

따뜻한 잠자리에서

그들을 생각한다.

백설기 한 덩이와 바나나 몇 개,

따끈한 커피와 유자차로

몸을 녹였던 자들이다.

지금도 을지로 굴다리에는

긴 줄이 섰을 것이다.

 










이렇게 눈물 나게 추운 날

군대 보낸 어머니는 잠 못 이룬다.

이렇게 혹독하게 추운 날

노지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발 뻗고 자는 것도 죄스럽다.

 

도시의 들개 마냥 도시를

헤매는 자들이 있다.

어둠 저편에서 형벌 같은

삶을 사는 자들이다.

아무 것도 없는 그들이다.

어쩌면 탐욕의 시대에

무욕(無慾)의 성자들일지 모른다.

 





 

2017-11-2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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