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노인의 귀가길
가을비가 내립니다.
간신히 매달려 있는 잎파리가
매가리없이 떨어집니다.
추락의 계절입니다.
해마다 이맘 때쯤이 되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입니다.
가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다 간 것입니다.
또 한 해가 간 것입니다.
혹독한 추위의 계절이
머지 않았음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입니다.
모든 것은 절정에서 꺽어집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있듯이,
절정을 이루고나면 미끄러집니다.
늦가을 절정의 단풍이
비바람에 맥없이 떨어집니다.
비바람 부는 스산한 저녁입니다.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귀가길을 재촉합니다.
집에 가도 반겨 줄 이 없는
노인의 얼굴은 무표정하기만 합니다.
또 이렇게 한 해가 가는 것입니다.
2017-11-1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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