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대군이 포말이 되어
동으로 동으로 달렸네.
양양을 향해 달렸다.
가는 길이 거침 없다.
협곡에는 다리 놓고
산에는 굴을 팠다.
긴긴 터널 끝은
또 다른 세상이다.
이쪽세상에서 저쪽세상으로
세상이 달라졌다.
마침내 세상의 끝에 이르렀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그곳에
백만대군이 밀려 온다.
포말이 되어 부서진다.
물질은 포말 같고
느낌은 아지랑이 같고
지각은 거품 같고
형성은 파초 같고
의식은 환술 같다고
스승이 말씀하셨네.
오온은 텅 빈 것이고
공허한 것이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스승이 말씀하셨다.
눈 밝은 자가 보고
고요히 관찰한다.
이치에 맞게 탐구 하면
실체가 없음을 발견한다.
파도치는 포말에 실체가 있는가.
빗방울 거품에 실체가 있는가.
대낮 아지랑이에 실체가 있는가.
속대 없는 파초에 실체가 있는가.
마술사의 환술에 실체가 있는가.
하늘과 맞닿은 곳, 저곳에서
백만대군이 밀려온다.
물밀듯이 밀려와서는
포말과 함께 여지 없이 부서진다.
2017-11-2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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