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선진국과 정법시대

담마다사 이병욱 2017. 10. 10. 09:04


선진국과 정법시대

 

 

법우님 아들이 국제결혼했는데

 

법우님 아들이 국제결혼했습니다. 미국여자를 며느리로 맞아 들인 것입니다. 백인 중산층에서 자란 여자를 며느리로 맞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 역()의 사례는 많습니다.

 

법우님 아들은 결혼식을 두 번 치루었습니다. 올 봄에는 한국에서 했고 올 가을에는 미국에서 했습니다. 법우님은 미국 갔다 온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미국 뉴욕 근처의 한적한 곳인데 몇 일간 머물렀다고 합니다. 처음 가본 미국에서 머문 몇 일 간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들의 환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깨끗한 자연환경이라 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환경이 너무 마음에 들아 그곳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몇 번이고 말 했습니다.

 



 

우물안개구리가 되기 쉽습니다. 일년 365일 사는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살고 있는 곳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타고 외국에 나가보면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물론 TVEBS세계테마기행같은 여행프로에서 접하기도 하지만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문화충격을 받을 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이 말은 전대우그룹총수 김우중이 한 말입니다. 지금은 실패한 경영자로 알려져 있지만 한창 잘 나갈 때는 젊은 이들의 우상이었습니다. 외국에 나가 보면 한국의 위상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보다 못사는 후진국에 가면 당당해 지는 것 같고, 반면 우리 보다 잘 사는 선진국에 가면 위축 되는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 일본에 처음 일 때문에 갔었을 때 쇼크먹었습니다. 일종의 문화충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질서이었습니가. 어딜 가나 줄서기를 하고 서두르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모습은 평온해 보였고 차림새도 깔끔했습니다. 늘 적대적으로만 생각했던 일본인과 딴판의 모습을 보았을 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문화충격은 소위 선진국에 가면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럽에 가면 가장 먼저 건물을 보게 됩니다. 하나같이 고풍스런 모양이 인상에 남습니다. 몇 백 년 된 듯한 문화재와 같은 건물을 마주 하게 되었을 때 쇼크를 먹습니다. 그것은 압축성장으로 설명되는 우리의 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통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 했을 때 문화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법(正法)만나기가 쉽지 않다

 

일본이나 유럽,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에게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질서와 문화와 전통입니다. 이 세 가지로 인하여 깔 보거나 주눅이 듭니다. 후진국보다 선진국에 태어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부처님가르침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정법이 살아 있는 곳에 태어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정법(正法)을 만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경전에서는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遇)’라는 게송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맹구우목(盲龜遇木)의 비유를 들어 말하기도 합니다. 정법 만나기 어려운 것에 대하여 앙굿따라니까야 ‘좋지 않은 시간의 경(A8.29)’에서는 다음과 같아 여덟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지옥에서 태어나는 것.

둘째, 축생으로 태어난 것.

셋째, 아귀의 영역에 태어나는 것.

넷째, 수명이 긴 신들의 무리에 태어나는 것.

다섯째, 무지한 야만인들 사이에 태어나는 것.

여섯째, 잘못된 견해와 잘못된 관점을 가지는 것.

일곱째, 지혜가 없어 둔하고 어리석은 것.

여덟째, 세존이 출현하지 않은 것.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와 같은 사악도에 태어나면 정법만나기 힘듭니다. 좋지 않은 장소, 좋지 않은 시기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천상도 정법만나기가 좋지 않은 곳이라 합니다.

 

천상에서 정법만나기 어려운 이유

 

천상에서 정법만나기가 어려운 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너무 즐겁고 행복한 나머지 공부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구족된 자는 대부분 즐기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즐기는 삶에는 위험이 있습니다. 부자들이 풍족하게 살지만 잘못하면 유혹의 길로 빠질 수 있습니다. 식욕과 성욕을 충족하는 삶이나 마약 등과 같이 쾌락에 탐닉하는 것입니다.

 

천상에서 삶은 고통은 없고 오로지 즐거움만 있기 때문에 괴로움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부처님은 고()와 고의 소멸을 말씀하시면서 사성제를 설했지만, 천상의 존재들은 괴로움을 모르기 때문에 정법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천상의 존재들이 정법만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정법이 머무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이 무상하기 때문에 정법이 머무는 것도 무상합니다. 부처가 출현하여 정법을 펼치지만 변질되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합니다. 한량 없는 수명을 가진 천신들이 수명과 공덕이 다하여 인간세계에 태어나더라도 정법이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법만나기 좋은 시기는?

 

초기경전에 따르면 가장 수행하기 좋은 환경이 인간세계라 합니다. 그러나 정법이 살아 있는 인간세계라 하더라도 후진국가에 태어난다면 정법만나기가 힘들 것입니다. 아프리카 오지나 아마존 정글에서 태어나 늙어 죽을 때까지 살아도 정법이 미치지 않는 변경에서 살기 때문에 정법을 만나기 힘듭니다.

 

앙굿따라니까야 ‘좋지 않은 시간의 경’의 경에서는 여덟 가지로 부처님 정법을 만날 수 없는 좋지 않은 시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법만나기 좋은 시기는 어떤 조건일까요?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청정한 삶을 사는데 단 하나의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가 있다. 하나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여기 이렇게 오신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 명지와 덕행을 갖춘 님,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 세상을 아는 님, 위없이 높으신 님, 사람을 길들이시는 님, 하늘사람과 인간의 스승이신 님, 깨달은 님이신 세존이 세상에 출현한다. 그리고 고요로 이끌고 평화로 이끌고 깨달음으로 이끌고 바른 길로 잘 가신 님에 의해 선포된 가르침이 설해진다. 그리고 이 사람이 중앙지역에 태어나 지혜를 갖추어 둔하지 않고 어리석지 않아 잘 설해진 것과 잘못 설해진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단 하나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이다.(A8.29)

 

 

부처님은 단 한가지 정법을 만나는 올바른 시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부처가 출현해야 하고, 부처가 출현해서 정법을 펼쳐야 하고, 정법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중앙지역에 태어나서 지혜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했을 때 괴로움의 소멸과 윤회의 종식을 이룰 것이라 합니다.

 

지금은 정법시대

 

현시대를 정법시대라 합니다. 빠알리경전이 전승되어 내려오고, 팔정도의 수행이 있고, 자자와 포살이 있는 승가에서 성자가 출현한다면 정법시대로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입니다. 그리고 중앙에 태어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르침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은 선진국에 태어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정법시대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질되어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201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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