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 없는 베트남 쌀국수집 ‘미스 사이공’
일요일 점심시간에 사오십분을 헤매이었습니다. 밥을 먹기 위하여 사무실 주변 반경 사오백미터 가량을 샅샅이 뒤졌으나 만족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평일 점심은 부페형식의 셀프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사무실이 있는 지하 ‘한맛셀프식당’은 지금까지 먹어 본 바로는 최고입니다. 우선 가격이 저렴합니다. 5만원을 주면 식권을 11장 주는데 한끼에 4,545원 가량 합니다. 무엇보다 집에서 먹는 것 같습니다.
셀프식당은 본래 출장부페전문입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작은 공간에 셀프식당을 연 것입니다. 다양한 메뉴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채소가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돈을 내고 식사를 하면서도 주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기는 처음입니다.
일요일 점심 한끼 먹기 위하여 거리를 배회하였습니다. 두 번째 돌아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5천원 이하 메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홀로 식사를 하는데 있어서 5천원 이상 메뉴는 먹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졌습니다. 짜장면이나 햄버거로 때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늘 실패 했다는 사실입니다. 느끼하고 먹고 나면 찜찜해서 불쾌한 느낌이 오래 갔습니다. 그렇다고 라면으로 때울 수 없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당을 찾아 헤메이다 지쳐서 아무곳에 들어가 시켜 먹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실패한 것입니다. 두 번째로 거리를 헤메일 때 메뉴 3,900원 짜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베트남 쌀국수입니다. 가격이 파격적입니다. 요즘 이곳 저곳에 쌀국수집이 생기고 있는데 보통 오륙천원 합니다. 그런데 3,900원이라니! 잔치국수 보다 더 싸고 라면 값과 비슷합니다. 더구나 이곳에서 한번 먹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할 것 없이 들어 갔습니다.
가격이 싼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동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지하철에서 표를 사듯이, 발권기가 있어서 돈이나 카드를 넣으면 발권됩니다. 자동으로 주방으로 알려지게 되어 있어서 시간 되면 주문 한 음식을 가져 가면 됩니다. 말이 필요 없는 시스템입니다. 가격이 3,900원인 것은 간판 메뉴이기도 하지만 자동화와 셀프서비스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주문한 쌀 국수와 마주 했습니다. 이름 하여 소고기 쌀국수라 합니다. 소고기 몇 점이 얇게 썰어져 얹어 있어서 푸짐해 보입니다. 국물은 육수로 되어 있어서 마시면 소고기국을 먹는 것 같습니다. 가격 3,900원에 접하는 쌀국수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점심을 잘 못 먹었을 때, 장고 끝에 악수를 두었을 때 그날 오후 내내 활력을 잃게 됩니다. 가격과 품질에 있어서 모두 만족했을 때 최상의 선택, 탁월한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는 ‘미스 사이공’이라 하여 체인점인 듯 합니다. 아마 베트남 사람들이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5만명 가량 되는 베트남 신부들이 있다고 하는데 베트남의 음식문화가 이제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것 같습니다. 이런 가격에 이런 맛이라면 칼국수집이나 잔치국수집, 라면집이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컴퓨터시스템에 의한 자동발권과 셀프서비스를 특징으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식당들이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비싸고 먹을 것은 별로 없습니다. 점심 한끼 먹으려고 거리를 헤메이었지만 5천원 이하는 보이지 않아 마땅히 들어가서 먹을 곳이 없습니다. 이럴 때 맛과 가격에서 모두 만족하는 신개념 서비스를 도입한 베트남 쌀국수집이 등장했습니다. 조만간 거리에는 쌀국수 체임점으로 넘쳐 날 듯 합니다. 베트남 쌀국수집 ‘미스 사이공’은 분명히 시대를 앞서 가고 있습니다.
2017-10-0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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