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누구를 위한 황금연휴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7. 10. 10. 09:07


누구를 위한 황금연휴인가? 

 

 

인천공항에 입국자들이 개선장군처럼 환한 표정으로 들어옵니다. 연휴 마지막날 9일 저녁뉴스에 따르면 이날 11 4천명이 입국할 것이라 합니다. 바로 전날인 8일에는 11 7천명이 입국해서 사상최대의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최장 10일 동안의 추석연휴기간동안 200여만명 가량이 공항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사진: 한국일보)

 

 

누구를 위한 황금연휴인가

 

라디오 대담프로에서 자영업자의 한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최장 10일 동안 사상 최대의 휴일로 인하여 절대적 영업일수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한달의 삼분의 일을 장사하지 못한 것입니다. 연휴가 너무 길어서 가게 문을 열어 놓았지만 손님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는 꼴이 된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외국에 나가서 달러를 쓰고 또 한편에서는 영업일수 부족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의 징검다리 연휴정책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빨간 날자만 쉬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징검다리처럼 되어 있는 검은 날자까지 모두 쉬게 하여 최장 10일의 휴일이 되었습니다.

 

징검다리 휴일을 연속적인 휴일로 만든 것은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엉뚱하게 외국에서 돈을 쓰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외국여행가서 달러를 펑펑 쓰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대체 누구를 위한 황금연휴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극화 사회라 합니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점차 고착화 되는 듯합니다. 예전에 중산층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행에 있어서도 빈부격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추석과 같은 명절날에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한편에서는 추석연휴를 여행가는 기회로 활용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본래 취지에 맞도록 차례를 지내는 등 전통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징검다리 날자를 모두 휴일로 만들어 해외여행을 조장했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명절연휴때 공항소식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입니다. 팔자좋은 시람들이나 여행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명절날 여행 가는 것은 국민정서법에도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명절 때 여행하는 자들의 입출국하는 장면을 보면 프라이드(Pride)로 가득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해외여행 갈 수 있습니다. 긴 연휴기간을 이용해서 밖에 나갔다 오면 시야도 넓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소비해도 모자랄 판에 외국에 가서 달러를 펑펑 썼을 때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연휴기간동안 수백만 사람들이 공항을 이용 했을 때 다름아닌 국부유출입니다. 국내에서 써야 할 돈이 외국으로 흘러 들어 갔을 때 무역수지 불균형을 초래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입국하는 사람들 표정을 보면 개선장군처럼, 마치 국위를 선양하고 온 것처럼 자신만만해 보이는데 집에서 TV로 지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본다면 착잡한 심경일 것입니다.

 

내가 누군데, 감히

 

누구나 해외여행 다닐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일 때문에 외국에 나갈 수 있고 즐기려고 나갈 수도 있습니다. 공항에 가면 각종인간군상들을 볼 수 있는데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프라이드입니다. 외국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자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사람들과 달리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일종의 자만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여행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가진 자의 자만이 지배할 수 있습니다. 부자의 자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만에는 학력의 자만도 있고, 태생의 자만도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내가 누군데하는 것입니다. 더 심하면 내가 누군데, 감히라 할 수 있습니다.

 

부자의 자만은 가난한 자를 경멸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가난한 것은 게으르기 때문이라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돈이 많아 세금을 많이 내는 것에 대하여 애국한다는 생각을 가진 자는 놀고 먹는 듯한 자들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는 가진 자의 자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력의 자만은 못배운 자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사람들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음에도 학위를 가졌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 차별하는 것입니다. 한번 취득한 학위로 평생먹고 사는 배운자의 자만입니다.

 

태생의 자만은 계급의식으로 나타납니다. 원래 고대인도에서 사성계급의 정점에 있었던 바라문계급이 태생의 자만을 가진 자라 볼 수 있습니다. 명문가나 부자집에 태어나 무형 또는 유형의 유산을 상속받았다면 태생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게 되는 태생의 자만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부자의 자만, 학력의 자만, 태생의 자만에는 공통적으로 계급의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사람들과 달리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끼리 모여 살고 자녀들도 같은 학교에 보냅니다. 그들끼리 모임을 갖고 그들끼리 어울리고 그들끼리 혼인관계를 맺습니다. 일종의 현대판 카스트제도라 볼 수 있습니다.

 

공항에 가 보면 프라이드로 가득찬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부자의 자만, 학력의 자만, 태생의 자만을 가진 자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티브이 뉴스에서는 국민정서를 고려해서일까 명절연휴 때 공항의 모습을 좀처럼 보여 주지 않습니다.

 

열등감도 자만이다

 

자만으로 가득한 자들은 일종의 계급의식으로 인하여 내가 누군데또는 내가 누군데, 감히라는 생각을 사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는 성직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성직자들은 유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에 태생의 자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직자가 되는 순간 새로운 계급이 되기 때문입니다.

 

많이 가진 자들, 많이 배운 자들, 유산상속자들은 필연적으로 자만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면 거기에 속하지 못한 자들은 열등감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처님은 열등감도 자만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디가니까야 ‘합송의 경(D33)’에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Tisso vidhā:

seyyo'hamasmī'ti vidhā.

Sadiso'hamasmī'ti vidhā,

hīno'hamasmī'ti vīdhā.

 

“세 가지 교만 곧,

내가 우월하다는 교만,

내가 동등하다는 교만,

내가 열등하다는 교만이 있습니다." (D33)

 

 

참으로 놀라운 가르침입니다. 이제까지 자만은 부자나 고학력자, 유산상속자나 부리는 것인줄 알았으나 이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열등의식을 가진 자도 열등의 자만이라 합니다.

 

자만은 뿌리깊은 것입니다. 아라한이 되어서나 없어지는 것이 자만입니다. 성자의 흐름에 들었더라도 내가 누군데라는 미세한 자만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자만은 어떻게 해야 완전히 제거될까요?

 

어떻게 해야 자만을 제거할 수 있을까?

 

초기경전에 따르면 무상, , 무아를 통찰 하는 것으로 자만이 제거됩니다. 상윳따니까야 ‘케마까의 경(S22.89)’에 따르면 향기상자의 비유로 설명합니다.

 

 

“그것을 향기가 밴

상자에 넣어 보관해서,

그는 거기에 배어있는

소금물냄새나 잿물냄새나

쇠똥냄새를 없애버립니다.(S22.89)

 

 

비누로 세탁한 옷을 향기박스에 집어 넣으면 비누냄새까지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누냄새를 잡는 향기박스는 다름 아닌 ‘삼법인’입니다. 현상에 대하여 무상, , 무아로 통찰했을 때 마음에 남아 있는 찌꺼기라 볼 수 있는 자만이 제거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사상최악의 10일간의 연휴

 

10일간의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여 했던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연휴기간동안 공항에는 사상최대의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또 한편으로 열등감도 발동합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열등감도 자만이라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프라이드가 가득한 자만으로 카트를 밀고 다니고 또 한편에서는 절대적 영업일수 부족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다면 징검다리 휴일은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빨간날자만 쉬게하는 것입니다. 이번 추석연휴는 가진 것이 없는 자들에게는 사상최악의 10일간의 연휴가 되었습니다.

 

 

2017-10-1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