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시대
몽고전란 때 황룡사구층탑에 불에 탔습니다. 의문이 드는 것은 어떻게 한반도 동남쪽 거의 끝자락에 까지 몽고군대가 들어 왔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의문이 풀렸습니다. 최근 EBS다큐에서 ‘몽골과의 이상한 전쟁’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권이 바뀌어서인지 교양다큐프로의 내용도 바뀐 듯합니다.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민감한 주제도 거침없이 다루는 듯 합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역사인식에 대한 것입니다. EBS 역사다큐에 따르면 고려시대 최씨정권은 몽고를 대상으로 이상한 전쟁을 했습니다.
몽골과의 이상한 전쟁
고려시대 무인정권시대가 있었습니다. 정중부의 난부터 시작하여 최씨정권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 가량 지속되었습니다.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무신정권시기는 그야말로 하극상 시대입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배신을 당하고 정권을 잡기 위하여 배반하는 시대였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여 죽고 죽이는 약육강식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일까 정권을 잡은 다음에는 사병을 두었습니다.
최충헌의 아들 최이가 집권하던 시기에 몽고군이 쳐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나가서 싸우지 않았습니다. 적극적으로 막지도 않았습니다. 이는 200년 전 거란이 쳐 들어 왔을 때 강감찬장군 등이 적극적으로 막은 것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이에 대하여 EBS다큐에서는 무인정권의 특징 때문이라 했습니다.
최이가 몽고군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은 정권의 안위 때문이라 했습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시대에 사병을 전장으로 보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 적극적으로 막았다고 하더라도 정권에 위험이 되기 때문에 바라지도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매우 소극적으로 전쟁에 임했습니다.
강화도로 천도한 것도 정권의 안위 때문이라 합니다. 사실상 나라를 방치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최씨정권 39년 동안 강화도로 천도 하여 대몽항쟁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 무인정권이 정권의 연장을 위한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합니다. 아무도 막지 않은 고려에서 몽고군은 마치 제집 드나들듯이 전국토를 유린했습니다. 대장경이 불타버리고 황룡사구층탑도 불에 타 버렸습니다.
정통성이 없을 때
고려 무인정권은 정통성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힘에 의해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었던 시대입니다. 믿을 것은 오로지 자신을 켜주는 힘뿐이어서 사병(私兵)을 두었습니다. 외적이 침입하든 말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오로지 정권의 안위만이 최고이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왕도 있고 국가체제를 있어서 큰 변화가 없는 듯 보였으나 주요 결정은 중방 등 무인들의 독자적인 정치기구를 통하여 정책이 결정되었습니다.
정통성이 없는 정권이 들어 섰을 때 민중은 따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고개 숙일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힘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습니다.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입니다. 칠십년대 유신시대와 팔십년대 오공시대가 대표적입니다. 이럴 때 적이 쳐들어 왔을 때 어떻게 될까? 아마 고려시대 무인정권시대의 재판이 될 것입니다.
힘으로, 폭력으로,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자들은 힘과 폭력과 무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힘이 곧 정의이고 평화입니다. 이는 초기경전에서 아수라의 리더십과 유사합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상윳따니까야에 ‘잘 읊어진 시에 대한 승리의 경’이 있습니다. 제석천과 아수라 제왕이 시로써 한판 대결을 벌인 것입니다. 먼저 아수라의 제왕은 “제어하는 자가 아무도 없으면, 어리석은 자들은 전보다 더욱 화를 내네. 그러므로 강력한 처벌로 현자는 어리석은 자들을 눌러야 하리.”(S11.5)라 했습니다. 일종의 하드파워(Hard Power)라 볼 수 있습니다. 강력한 처벌만이 질서와 평화를 가져 옴을 말합니다
아수라 제왕의 리더십은 힘에 의존합니다. 힘이 곧 정의인 것입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리더십이 있습니다. 신들의 제왕 제석천은 다음과 노래 했습니다.
“나를 두려워하여 그것을 참는다고
제 맘대로 생각하든 말든
참사람이 최상의 이익을 성취하려면,
인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네.
참으로 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 없는 자에게 인내하네.
그것을 최상의 인내라 부르네.
힘 있는 자는 항상 참아내네.
어리석은 자의 힘은
힘없는 자의 힘이라네.
진리를 수호하는 힘 있는 자에게
대적할 사람은 없다네.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면,
그 때문에 그는 더욱 악해지리.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지 않는 것이
이기기 어려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네.
다른 사람이 화내는 것을 보고
새김을 확립하여 고요히 하면,
자신을 위하고 또 남을 위하고
둘 다의 이익을 위한 것이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를 치료하는 사람을
가르침을 모르는 자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네.”(S11.4)
제석천의 리더십은 아수라의 제왕의 리더십과 정반대입니다. 오로지 힘에 의존하는 아수라와는 달리 제석천은 힘이 있어도 힘을 남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인내하고 참아 내었습니다. 인내하고 참아 내는 것이 결국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 했습니다. 이는 다름 아닌 부처님 가르침에 따른 것입니다. 제석천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여 인내의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이를 소프트파워(Soft Power) 리더십이라 할 것입니다.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 없어서
누구든지 힘이 있으면 힘을 행사하고 싶어 합니다. 주먹 깨나 쓰는 자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갑니다. 힘이 축적되면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 없어서 반드시 힘을 쓰게 되어 있습니다. 조직폭력배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나 사병을 가진 무인들이 정권을 탈취하는 것도 축적된 힘에 따른 것입니다. 조직이나 단체에서 성폭력도 힘의 논리가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힘으로 정권을 장악한 하드파워는 정통성이 없기 때문에 힘이 없으면 유지 할 수 없습니다. 전쟁이 났을 때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것도 정권이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출직이 리더가 되었을 때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민중의 지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은 소프트파워는 정통성을 확보 했기 때문에 외적의 침입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어떤 희생도 감내할 수 있습니다.
황룡사 구층탑은 1238년 몽골의 침입으로 소실 되었습니다. 최씨 무인정권시절 고려는 무방비상태였습니다. 외적을 막으면 오히려 역적이 되는 시대였습니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오로지 정권의 안위만 문제 되었던 시대입니다. 이제야 의문이 풀렸습니다. 정통성 없는 하드파워시대에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대장경과 황룡사 구층탑 등이 파괴 되었습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하드파워보다 소프트파워입니다. 힘이 곧 정의인 시대는 하드파워시대입니다. 딱딱한 것은 부러지기 쉽습니다. 부드러운 것은 부러지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을 이깁니다. 가르침이 강물처럼 흐르는 시대는 소프트파워시대입니다. 가르침이 곧 정의입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시대는 소프트파워시대입니다.
2018-02-03
진흙속의연꽃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성지순례 앨범을 받고 (0) | 2018.02.06 |
---|---|
치킨 보다 꿀고구마 (0) | 2018.02.05 |
키치(kitch)불교에 대하여 (0) | 2018.02.03 |
여성을 가족처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수컷들 세상에서 (0) | 2018.02.01 |
어리석은 자와 우정은 없으니 (0) | 2018.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