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성지순례 앨범을 받고
택배를 하나 받았습니다. 진주선원에서 발송한 앨범입니다. 작년 끝자락인 12월 31일부터 금년 1월 8일까지 9일간의 인도성지순례에서 촬영한 사진을 앨범으로 만든 것입니다. 모두 32페이지로 되어 있는 수 백장의 사진을 보니 당시 현장에서 느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 오릅니다.
사진속의 법우님들은 모두 행복한 얼굴들입니다. 일생일대(一生一大) 행복한 순간처럼 보입니다. 불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불자들이 부처님이 태어나고, 정각을 이루고, 처음 설법을 하고, 완전한 열반에 든 이른바 사대성지를 순례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커다란 공덕을 짓는 것이 됩니다.
누구나 좋은 기억은 있습니다. 좋았던 기억을 떠 올리면 즐거운 마음이 들고 기뻐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지에서, 그것도 부처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지에서 기억은 기쁨과 즐거움을 넘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더구나 청정한 스님과 도반들과 함께 하는 성지순례는 일생일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성지순례 중에 어느 법우님은 성지에서 감동에 대하여 죽는 순간에도 잊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사실 이 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누구나 죽기마련인데 죽는 순간에 아름다운 표상(Nimitta)이 떠 올랐을 때, 그 표상을 대상으로 재생연결의 마음(結生識)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마하시사야도의 법문집 ‘빠띳짜사뭅빠다(十二緣起)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살면서 지었던 행위의 회상인 업(kamma), 업과 연관된 주변 조건인 업의 표상(kamma-nimitta), 태어날 곳의 표상(gati-nimitta)이 나타납니다. 업은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현재에 대한 환상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부는 임종하는 순간 마치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말하거나 보시를 많이 한 사람은 죽기 얼마 전 보시를 행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나는 쉐보에서 만달레이와 양곤의 파고다를 참배하는 성지순례단을 이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순례단에 있던 한 노인이 쉐보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습니다. 그는 성지순례의 경험을 회상하는 말을 되뇌면서 죽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은 또한 보시행과 관련된 가사, 승원, 비구, 불상등과 같은 행한 업의 환경을 보거나 살인자의 경우 흉기, 범행 장소, 피해자를 봅니다.
그리고 내생에 받게 될 운명을 봅니다. 예를 들면, 지옥으로 갈 예정이라면 지옥의 불이나, 지옥지기들을 볼 것이며, 천신계에 태어날 운명이라면 천궁, 천신을 볼 것입니다.”(마하시사야도, 십이연기)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지은 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삶은 불확실하지만 나의 죽음은 확실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비담마에 따르면 임종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임종순간에 내생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대상이 있어야 일어나는데, 내생을 결정하는 재생연결식 역시 대상이 있어야 일어납니다. 임종순간 최후로 일어나는 대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업, 업의 표상, 태어날 곳의 표상 이렇게 세 가지라 합니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대상으로 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어납니다.
임종순간 마음가짐이 무척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음이 혼란스런 상태에서 태어나면 악처에 나기 쉽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임종을 맞으면 선처에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죽어 가는 자를 위하여 독경을 해주고 좋은 기억을 떠 올리게 해 줍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성지순례일 것입니다.
죽는 순간에 마음을 통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합니다. 평소 훈련 또는 수행을 하지 않으면 탐욕으로 분노로 어리석음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데 악처에 태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전쟁이나 사고 등으로 죽는다면 공포가 가득할 것입니다.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두려움과 공포의 마음으로 임종을 맞게 될 것입니다. 무서운 질병에 걸린 자가 있습니다. 의사가 다량의 약물을 투입했을 때 평화로운 환경에서 죽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품고 죽는 자도 있을 것입니다. 또 죽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하여 당황해 하며 죽는 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 올바른 임종태도는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임종은 마음을 평온하게 가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보시와 지계등 많은 공덕을 쌓으라고 했습니다. 그런 공덕 중의 하나가 성지순례일 것입니다.
디가니까야 마하빠리닙바나경(大般涅槃經, D16)에 따르면 부처님은 사대성지를 순례 하면 커다란 공덕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 ‘여기서 여래가 태어났다.’라고 믿음 있는 고귀한 가문의 아들이 보고 경외의 념을 품어야 하는 장소가 있다.”(D16)라고 말씀 하시면서 성지순례의 공덕을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아난다여, 믿음있는 수행자들, 수행녀들, 청신자들, 여자 재가신자들이. ‘여기서 여래가 태어났다.’라고, ‘여기서 여래가 위없는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바르고 원만하게 깨달았다.’라고, ‘여기서 여래가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렸다.’라고, ‘여기서 여래가 잔여가 없는 세계로 완전한 열반에 드셨다.’라고, 아난다여, 누구든지 이러한 성지순례를 한다면, 그들 모두는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천상의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D16)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들기 직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탄생지, 정각지, 초전지, 열반지 이렇게 네 곳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이라면 한번쯤 찾아 가서 예경하라는 것입니다. 예경하면 나중에 죽음에 이르렀을 때 선처에 날 것이라 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성지순례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간도 내기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일생일대 기회를 내서 성지순례를 했다는 것은 큰 공덕을 쌓은 것이 됩니다. 무엇보다 성지에서 아름다운 마음 낸 것 자체도 공덕이지만, 임종에 이르렀을 때 좋은 표상으로 떠 오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원담스님과 함께 하는 진주선원불자들과 인도성지를 다녀 왔습니다. 택배로 받은 앨범을 보니 현지에서 좋았던 기억을 떠 올리게 합니다. 여러 법우님들의 사진을 모아서 해성법우님이 만들었습니다. 보시해준 법우님에게 감사드립니다.
2018-02-06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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