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은 왜?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 생겼을 때
“배우고 나니까 쉽게 못 떠나는 거에요.” 하루 종일 칼질 하는 사람이 한 말입니다. 도축된 소를 부위별로 칼질 하여 도려 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한 말입니다. TV에서 들은 것을 잊어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스마트폰 메모에 똑똑 쳐 넣은 것입니다.
“배우고 나니까 쉽게 못 떠나는 거에요”
흔히 하는 말중에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라 합니다. 도둑질하는 것도 기술(技術)일 것입니다. 소매치기 하는 것도 기술이라 합니다. 그 분야에 있어서 남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자가 기술자입니다. 그것도 한 두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평생 하는 일이라면 기술자가 됩니다.
자신만의 경험에 따른 노우하우(Know How)로 먹고 사는 사람들도 기술자라 합니다. 한번 배워 놓은 기술은 평생갑니다. 한번 기술을 배워 놓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기술이 있으면 든든합니다.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술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 가든 환영받습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기술을 배울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런 기술이 힘들고, 어렵고, 더럽다는 3D업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할 바를 묵묵히 다하는 자는 떳떳합니다. 팔뚝의 힘으로 이마의 땀으로 정당하게 벌어 들인 재물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가 소도축장에서 칼일을 해서 먹고 산다고 하지만 기술자입니다. 수십년 해 온 것이기 때문에 몸에 베어서 쉽게 그만 둘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배우고 나니까 쉽게 못 떠나는 거에요.”라며 나이 들어서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나레이터는 ‘누구든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직업에 귀천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부처님도 강조한 기술(技術)
부처님도 기술을 강조했습니다. 디가니까야 ‘씽갈라까에 대한 훈계의 경(D31)’에 따르면, 부모는 다섯 가지 경우로 자녀를 돌보아 한다고 했는데 그 중의 한가지가 “기술을 배우게 하고(sippaṃ sikkhāpeti)”(D31.18)입니다. 또 숫따니빠따 ‘위대한 축복의 경(Sn.2.4)’에 따르면 축복의 조건 중의 하나로서 “많이 배우고 익히며(bāhusaccañ ca sippañ ca)”(Stn.261)라 하여 기술을 배울 것을 강조 했습니다.
기술이라는 말은 빠알리어로 십빠(sippa)라 합니다. 영어로 ‘art; craft’의 뜻입니다. 우리말로 기술(技術)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든든합니다. 어디를 가든 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세상에 훌륭한 가문의 아들이 농사나 상업이나 목축이나 궁술이나 왕의 공무나 다른 기술과 같은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합니다.” (A8.54)라 했습니다.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먹고 살 수 있음을 말합니다.
기술을 있으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소매치기와 같은 기술을 가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하여 오계와 어긋나는 것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불선업을 짓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일까 부처님은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두 팔의 힘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이고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A8.54)을 지녀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 생겼을 때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귀천이 없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은 귀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면 도둑질이나 사기친 것과 같습니다. 도둑놈이나 사기꾼과 동급으로서 천한 자라 볼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가 불선업(不善業)을 짓습니다. 업과 업의 과보를 모르는 자가 고위직에 있거나 기술을 가졌을때 축복이 아니라 재앙입니다. 세상의 지식과 기술이 어리석음과 결합되었을 때 파멸의 문에 들어서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법구경에 이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 생겨난다.
오직 그의 불익을 위해서
그것이 그 어리석은 자의 행운을 부수고
그의 머리를 떨어 뜨린다.”(Dhp.72)
소매치기 하는 것도 기술은 기술입니다. 고문하는 것도 일종의 기술입니다. 고위직에 올라 가거나 명성을 얻는 것도 공부하는 기술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혜가 없는 지식에 의한 영화는 일시적입니다. 어리석은 자에게 생겨난 지식은 결국 그의 운명을 파괴하는 것으로 작용하는데 그의 운명이 파괴될 때 마치 그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처럼, 그가 애써 습득한 지식도 파괴되어 황폐화 되어 버린다는 것이 법구경 72번 게송의 가르침입니다. 유명한 지식인에게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원로시인은 왜?
요즘 ‘미투(Me Too)’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검사의 성추행에 대한 것부터 시작 되었지만 이제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는 듯 합니다. 최근 ‘괴물’이라는 시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여성 문인이 원로 문인의 성추행에 격분하여 시로 낸 것입니다. 시를 보면 괴물은 ‘En’입니다. 찾아 보니 놀랍게도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던 원로 시인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서 “유명하다고 해서 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떠 올려집니다.
원로시인은 왜 젊은 여성문인들을 대상으로 성추행했을까? 한마디로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업과 업의 과보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나 명성이 생겼을 때 “그의 머리를 떨어 뜨린다”라는 가르침이 법구경 72번 게송입니다.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지식은 “세속적인 기술이나 권위나 명예나 명성에 대한 앎의 힘”(DhpA.II.73)을 말합니다. 이런 지식은 누구나 함부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단한 노력과 집중의 결과로 얻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업(業: kamma)’과 ‘업의 과보(kamma vipaka)’에 대한 지혜가 없을 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자에게 있어서 지식은 처음에는 호사와 영화를 줄지 모릅니다. 그러나어리석은 자에게 있어서 지식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자신을 해치는 것으로 작용합니다. 유명하다고 하여 다 훌륭한 사람은 아닙니다. 괴물시인이 된 원로시인도 그런 경우에 해당될 것입니다.
2018-02-0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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