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나를 지나치지 않도록
늦은 귀가시간 전철에서
노인이 독백하듯이 떠들어 댑니다.
가끔 욕설도 튀어 나옵니다.
자신과 사회에 대한 불만입니다.
전철에는 젊은이들로 가득합니다.
다들 피곤한 모습입니다.
불만을 토로하는 노인에게
어느 하나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은 노인을 멀리합니다.
추하고 냄새난나고 싫어합니다.
잔소리하면 더 싫어합니다.
노인이 되면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휴게소에서 형편없이 늙어 버린 할머니가
버스를 내리면서 노래한 것입니다.
잘 걷지도 못하는 노인이 유행가
가락을 멋지게 뽑았습니다.
한편으로 우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내 나이가 칠십이야.
엇그제 제대한 것 같은데
이게 말이 되냐고? 나는 억울해.”
동네에서 들은 말입니다.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면서
거나하게 취한 노인이 세월을 한탄했습니다.
나이 먹었다고 세월을 원망했습니다.
젊은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어렸을 적에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노인들은 왜 살까?’라고.
빛나고 싱싱한 젊음과 너무나도 비교 되었습니다.
나이 사십 이상은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늙어지면 못노나니.”
“부기부기 기타부기
이밤이 새도록 춤을 춥시다.”
“젊은이여, 지금여기서 즐겨라!
나중에 후회한다.”
세상에는 젊음과 청춘예찬으로 가득합니다.
젊음은 즐기는 것이라 합니다.
한살이라도 더 먹기전에 즐기자고 합니다.
그럼 노인이 되면?
젊어서 즐기자는 것은
젊음의 교만이고 건강의 교만입니다.
감각적 욕망에 따른 쾌락에 묶였을 때
노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겁니다.
하늘사람이 젊은 수행승에게 말 했습니다.
[하늘사람]
“수행승이여, 그대는 향락 없이 걸식하네.
향락을 누리고 나서 걸식하지 않네.
수행승이여, 시절이 그대를 지나치지 않도록
향락을 누리고 나서 걸식하시오.”(S1.20)
이에 젊은 수행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싸밋디]
“그대가 말하는 시절을 나는 모르네,
그 시간은 감추어져 있고 볼 수도 없으니,
시절이 나를 지나치지 않도록
나는 향락 없이 걸식하며 사네.”(S1.20)
젊은 수행승은 천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하늘사람이 이렇게 유혹합니다.
[하늘사람]
“수행승이여, 인간의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시오.
시간에 매인 것을 좇기 위해
현재를 버리지 마십시요.”(S1.20)
이에 부처님제자는 이렇게 답합니다.
[싸밋디]
“벗이여, 나는 시간에 매인 것을
좇기 위하여 현재를 버리지 않습니다.
벗이여, 세존께서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시간에 메이는 것이고,
괴로움으로 가득찬 것이고,
아픔으로 가득찬 것이고,
그 안에 도사린 위험은 훨씬 더 크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현세의 삶에서 유익한 가르침이며,
시간을 초월하는 가르침이며,
와서 보라고 할만한 가르침이며,
최상의 목표로 이끄는 가르침이며,
슬기로운 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가르침이다.’라고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S1.20)
부처님의 제자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재난을 본 것입니다.
감각적 욕망을 즐기면 시간이 잘 갑니다.
악마는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즐기라고 합니다.
현명한 제자는 즉각 간파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싸밋디]
“그대가 말하는 시절을 나는 모르네,
그 시간은 감추어져 있고 볼 수도 없으니,
시절이 나를 지나치지 않도록
나는 향락 없이 걸식하며 사네.”(S1.20)
2018-02-2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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