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어머니, 저의 출가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담마다사 이병욱 2018. 3. 2. 14:55


어머니, 저의 출가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죽음은 확실히 두려운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도 죽었고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도

예외 없이 죽었습니다.

 

청소년기 때 참으로 갑갑했습니다.

이제까지 세상에 나왔던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죽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성인이라 추앙받던 사람들까지

모두 죽음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시점까지 죽음을 보지 못했습니다.

죽음은 나와 관련 없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럼에도 영웅호걸들이 죽는 것을 보면

죽음은 확실히 불쾌한 것이었습니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니 의도적으로 피하고

숨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입니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먼저 죽은 사람들처럼

그 죽음의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죽음은 피해 갈 수 없습니다.

피해갈 수 없다면 죽음과

한판승부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수행자에게 있어서

죽음은 명상주제 중의 하나에 속합니다.

 

죽음에 대한 명상이 있습니다.

이를 죽음에 대한 새김(maraasati)이라 합니다.

죽음에 대한 명상은 자애명상과 함께

수행승들의 가장 보편적 명상주제입니다.

 

탐욕적 성향은 부정관이 좋고,

분노적 성향은 자애관이 좋습니다.

생각이 많은 자는 호흡관이 좋습니다.

지성적 성향은 죽음에 대한 명상이 좋습니다.

 

나의 죽음은 확실하고 나의 삶은 불확실합니다.

먼저 반드시 나는 죽고야 말 것이다.’(Vism.3.58)

라 생각하고 집착을 여의어야 합니다.

죽음, 죽음이라고 이치에 맞게

정신활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나는 이러한 행도(行道)로써

반드시 늙음과 죽음에서 벗어나리라.’(Vism.4.22)

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밤과 낮은 지나가고

목숨은 다함이 있다.

작은 시내에 물이 마르듯,

사람의 목숨은 다해 버린다.”(S4.10, Thag.145)

 

결국 익은 과일처럼

아침에 떨어져야 하는 두려움에 처합니다.

이처럼 태어난 자들은 죽어야 하고

항상 죽음의 두려움에 떨어집니다.”(Stn.576)

 

이를 테면, 옹기장이가 빚어낸

질그릇이 마침내

작건 크건 구워졌건 구워지지 않았건

모두 깨어지고 마는 것과 같다.

이처럼 태어난 자들은 죽어야 하고

항상 죽음의 두려움에 떨어진다.” (Stn.577)

 

풀잎 끝의 이슬이

태양이 떠오르면 사라지듯,

이와 같이 사람의 목숨도 그러하니

어머니, 저를 방해하지 마시오.”(JA.IV.122)

 



 

수행자는 어머니에게

저를 방해하지 마시오라 했습니다.

출가를 방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죽음은 태어남과 함께 옵니다.

사람들은 늙음과 죽음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죽는 순간 결생(結生)으로 태어나고,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기 때문에

죽음도 태어남과 함께 옵니다.

 

여름에 뜨거워진 작은 하천이 고갈되듯,

과일이 익으면 나무에서 떨어지듯,

망치로 치면 토기가 부서지듯,

아침이슬이 햇볕에 사라지듯

죽음은 우리와 늘 가까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안 자는 그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 저의 출가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mama ammā nivāraya)라고.


 


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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