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고래바위 계곡에서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고래사냥 노래 입니다.
삼등완행 열차타고 고래사냥
떠난다는 낭만적인 노래입니다.
도시에도 고래가 있습니다.
관악산 고래바위입니다.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됩니다.
3월 3일 완연한 봄날씨입니다.
그렇게 혹독하게 추웠던 겨울이 갔습니다.
한기로운 토요일 오후 집을 출발했습니다.
목표는 우리계곡 고래바위입니다.
우리계곡은 그냥 붙인 이름입니다.
지도에는 없는 이름입니다.
22년전 우리들이 ‘우리계곡’
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사오년전 하나의 바위를 발견했습니다.
생긴모습이 영락없이 고래모습입니다.
그것도 귀여운 돌고래 형상입니다.
고래바위 있는 곳을 고래바위계곡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우리계곡 아래에 고래바위 계곡이 있습니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은
서울대 관악수목원으로 흘러갑니다.
이어서 안양예술공원계곡에 합류합니다.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고래바위 계곡까지는 1.2키로 가량 됩니다.
산 하나 넘으면 별세계가 펼쳐집니다.
온통 초록의 세상입니다.
겨울의 도시는 삭막합니다.
앙상한 나목이 더욱 삭막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산 하나 넘으면 소나무로 가득합니다.
따스한 햇살에 마음도 포근합니다.
고래바위계곡에 도착했습니다.
계곡에는 얼음이 있어서 아직도 한겨울입니다.
온통 암반의 계곡에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늘 즐겨 찾는 비밀의 계곡입니다.
이름은 붙이기 나름입니다.
고래바위라 이름 붙였지만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생긴 모습이 고래처럼 보여서 붙여 본 것입니다.
여기 자동차가 있습니다.
모두 분해 하여 펼쳐 놓으면
뭐라 불러야 할까?
부품의 무더기일 뿐
더 이상 자동차라 하지 않습니다.
여기 소(牛)가 있습니다.
소를 잡아 부위별로 해체하여
시장에 내다 팔면 여러 명칭의 고기가 됩니다.
더 이상 소라 하지 않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물질, 느낌, 지각, 형성, 의식으로
분별 했을 때 더 이상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이란 오온(五蘊)이 집적된 관습적 표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我)라는 말도 관습적 표현입니다.
분해된 것을 자동차라 할 수 없듯이,
오온으로 분별하면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몸, 느낌 등을
나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오온은 무상(無常)합니다.
몸과 느낌 등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변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고,
변하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꿈 깨는 것이 아닙니다.
오온이 무상하여 실체가 없음을 아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조건발생하여 조건소멸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겁니다.
부처님은 한순간이라도
무상에 대한 지각을 닦는다면
그 과보는 엄청날 것이라 했습니다.
무상에 대한 지각은
다름 아닌 오온에 대한 지각입니다.
오온에 대하여 느낌을 예로 든다면
“이것이 느낌의 발생이고,
이것이 느낌의 소멸이다.”(S22.102)
라 하여 생성과 소멸을 관찰하라고 했습니다.
즐거운 느낌이 발생되면
즐거운 느낌이라고 알아 차릴 뿐
끌려 다니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였을 경우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욕,
물질에 대한 탐욕,
존재에 대한 탐욕,
무명, 자만을 뿌리째
뽑아 없앨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래바위는 그냥 이름 붙인 것입니다.
바위가 언제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많이 알려지면 고래바위라 부를 겁니다.
고래바위는 이름이 고래바위일 뿐입니다.
고래바위는 우리만이 알고 있습니다.
우리만이 알고 있는 비밀의 계곡,
고래바위 계곡을 금년 들어 처음 찾았습니다.
2018-03-03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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