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봄은 신학기와 함께

담마다사 이병욱 2018. 3. 13. 09:26


봄은 신학기와 함께

 

 

언제나 그렇듯이 삼월은 활력이 넘칩니다.

아마도 신학기가 되어서일 것입니다.

절기상으로 봄은 봄인데 여전히 춥습니다.

봄은 신학기와 더불어 옵니다.

 

늘 걸어다니는 학의천길입니다.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웠습니다.

날씨가 풀리자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일터가 있는 곳까지는 이십여분 걸립니다.

 

일터로 가는 길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덕천초등학교라 합니다.

안양구시가지에 있는 학교로서

주로 서민들의 자녀들이 다녔던 곳입니다.

 




오전 아홉시경 초등학교를 지날 때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과 엄마들입니다.

처음 취학하는 아이의 손을 잡은 젊은 엄마들입니다.

 




인구감소로 인하여 사회가 활력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아이들이 없어서 점차 폐교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유년시절 시골학교도 폐교되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폐교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농촌은 점차 폐허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기들 울음소리가 그친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시골학교가 폐교된 원인도 있을 것입니다.

학교가 살아 있다면 인구가 유입될지 모릅니다.

 

도시는 동적(動的)이어서 활력이 넘칩니다.

정적(靜的)인 시골과 여러 가지로 비교됩니다.

결정적으로 아이들 숫자입니다.

일터로 가는 길에 아이들을 보니 생동감을 느낍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들은 아파트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모릅니다.

년 동안 이 길을 지나면서 역사를 보았습니다.

 

노무현정부시절 부동산 투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덕천마을에서도 재개발 바람이 불었습니다.

낡고 허름한 주택과 저층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서민 주거지역이었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거리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유령의 도시에는 철거반대를 외치는

살벌한 현수막이 이곳 저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철거는 강행되었고 공사는 시작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되었습니다.

무려 오천세대에 달하는 초대형단지입니다.

새로 온 사람들은 이 땅의 역사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늘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년전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오늘도 새로 건설된 멋진 아파트단지에서

자동차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2018-03-1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