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울 것이 얼굴밖에 없는 사람에게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사랑합니다.
내 세울 것이 얼굴밖에 없는 그녀에게
‘뾰두라지’ 하나 나면 큰일납니다.
그녀는 얼굴을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그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합니다.
내 세울 것이 몸밖에 없는 ‘몸짱’입니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 나는 겁니다.
그는 몸을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그 또는 그녀는 호(好)와 불호(不好) 그리고
쾌(快)와 불쾌(不快)에 대하여 대단히 민감합니다.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느낌이 바뀝니다.
그 사람에게 느낌은 자신과 같은 것입니다.
그 사람은 고학력자입니다.
남들에게 없는 학위가 있습니다.
비록 표현은 하지 않지만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 사람에게 학위는 그 사람과 같은 것입니다.
그 사람에게 많은 재산이 있습니다.
오로지 돈 만이 가치 있는 것이라 여겨
물불 안가리고 개처럼 벌어 모은 것입니다.
그 사람에게 재산은 분신과도 같습니다.
그 사람은 높은 지위에 있습니다.
공부를 잘 해서 ‘든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지위를 자신과 동일시 하고 있습니다.
지위가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런데 무상하고 괴롭고 변화하는 것을
‘이것은 나의 것이고,
이것은 나이고,
이것은 나의 자아이다.’라고
여기는 것은 옳은 것인가?”(S22.100)
몸, 느낌, 지각 등 오온을 나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유신견(有身見)이라 합니다.
내 세울 것이 얼굴 밖에 없는 여인에게
얼굴은 그녀의 것이고, 얼굴은 그녀이고,
얼굴은 그녀의 자아입니다.
뾰두라지 하나에 신경쓰는 이유입니다.
가진 것이 돈 밖에 없는 수전노,
한번 취득한 학위와 한번 패스한 고시로
평생 먹고 사는 ‘난사람’과 ‘든사람’은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꽉 움켜 쥐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합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변한다는 그 사실 자체도 변합니다.
몸도 변하고, 느낌도 변하고, 지각도 변하고
변한다고 생각하는 의식도 변합니다.
얼굴에 뾰두라지 나면 어떻습니까?
죽을 정도로 괴로운 것은 아닙니다.
시간 되면 낫게 되어 있습니다.
얼굴을 자아와 동일시 하면 안절부절못합니다.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얼굴만 보아도 토할 것 같습니다.
느낌을 자아와 동일시 하면
호와 불호, 쾌와 불쾌를 자신의 것이라 봅니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미모에 안도합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매를 보며 만족해 합니다.
현재의 재산과 지위가 영원하길 바랍니다.
과연 10년후, 20년후, 30년후에도 그대로일까요?
“물질을 자아로 여기거나,
물질을 가진 것을 자아로 여기거나,
자아 가운데 물질이 있다고 여기거나,
물질 가운데 자아가 있다고 여기며,
‘나는 물질이고 물질은 나의 것이다.’라고 속박됩니다.
그는 ‘나는 물질이고 물질은 나의 것이다.’라고
여겨 속박되지만 그 물질은 변화하고 달라집니다.
그 물질이 변화하고 달라지는 것 때문에
그에게 슬픔, 비탄, 근심, 절망이 생겨납니다.”(S22.1)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얼굴 표정이 시시때때로 변하듯이,
마음 또한 호와 불호, 쾌와 불쾌로 요동칩니다.
과연 어느 것이 나의 진짜 마음일까요?
무상하게 변하기 때문에 괴롭고,
무상하게 변하기 때문에 나의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배우지 못한 범부들은 몸, 느낌, 지각 등을
자아와 동일시 하여 다섯 가지 감각에 목숨을 겁니다.
“지금 죽어도 좋아”라고.
사람들은 실체도 없는 자아에 집착합니다.
늘 변하는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님에도
한번 좋으면 ‘죽어라’ 좋아하고,
한번 싫으면 ‘죽ㄷ도’ 싫다합니다.
그 결과는 항상 슬픔, 비탄, 근심, 절망으로 귀결됩니다.
2018-03-20
진흙속의연꽃
'나에게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춘분(春分)이 되었으니 (0) | 2018.03.23 |
---|---|
열등한 자의 자만 (0) | 2018.03.22 |
업이 익기 전까지는 희희낙낙(嬉嬉樂樂) (0) | 2018.03.20 |
교학승과 선정승이 서로 얕잡아 보았는데 (0) | 2018.03.19 |
인생의 그윽한 향기 품고 새출발 하는 거다 (0) | 2018.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