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작은법회

부처님 가르침 끈으로 맺어진 형제들

담마다사 이병욱 2018. 3. 29. 10:22

 

 

부처님 가르침 끈으로 맺어진 형제들

 

 

 

 

 

다들 바쁘다

 

 

 

다들 바쁩니다. 이 세상에 한사람도 바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3년 임기의 총무소임을 보는 마지막 날입니다. 올해 처음 열리는 법회모임에 많은 법우님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카톡방에 공지를 하고 개별문자를 보냈습니다. 답신이 없는 법우님은 전화를 걸어 확인 했습니다. 대부분 바쁘다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많고 바쁩니다.”(A4.187)

 

 

 

 

 

이런 말은 초기경전 도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을 친견한 재가신자가 말씀을 듣고 난 다음 의례 하는 말입니다. 재가자에게는 가족도 있고 일도 있어서 지금 처리해야 할 것이 많아서 무척 바쁨을 말합니다.

 

 

 

총무(總務)는 문자 그대로

 

 

 

어느 모임이든지 총무가 있습니다. 총무(總務)는 문자 그대로 모든 일을 다 도맡아 하는 소임자입니다. 유급이 아닌 한 모임의 봉사자이고 머슴 내지는 마당쇠와 같은 역할입니다.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은 무어니무어니 해도 소집하는 것입니다.

 

 

 

어떤 모임이든지 참여로 유지됩니다. 모이지 않으면 모임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가급적 한사람이라도 더 모이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문자 하나 날리는 것으로 되지 않습니다. 답신이 없을 때는 직접 전화 걸어 확인 해 보아야 합니다.

 

 

 

정말 바쁜 사람도 있습니다. 그 자리를 뜰 수 없는 처지일 때 모임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경우 늦더라도 참석을 요청합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어서일까 30여명의 회원 중에 20명 가량 모였습니다.

 

 

 

최상의 공양물로

 

 

 

올해 처음 열리는 법우모임입니다. 법회를 여법하게 봉행하기 위해 공양물을 준비했습니다. 재무소임을 보는 법우님과 함께 대형 마트로 장을 보러 갔습니다. 흔히 하는 말 중에 공양물은 최상품으로 준비하라고 합니다. 배와 사과를 최상품으로 골랐습니다. 열대과일로서 멜론과 바나나를 골랐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법회모음 14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입니다.

 

 

 

 

 

 

 

 

 

밥을 함께 먹으면 식구

 

 

 

법회장소는 능인선원 소법당입니다. 14년 전부터 늘 법회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저녁식사는 도시락으로 준비했습니다. 늘 먹던 버섯불고기 도시락입니다. 반찬 가지수도 많고 맛도 있어서 먹을 만합니다. 도시락 업체에 특별하게 요청한 것이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도 있으니 밥을 약간 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언젠가 도시락을 시켰는데 밥이 딱딱해서 불편해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모이면 늘 밥을 함께 먹습니다. 밥을 함께 먹으면 식구가 됩니다. 비록 도시락이지만 한자리에서 먹으면 가족 같습니다. 이제까지 14년 동안 그렇게 해 왔습니다. 얼굴이 익숙한 법우님들은 이제 식구이고 가족입니다.

 

 

 

 

 

 

 

 

법회는 여법(如法)하게

 

 

 

법회는 여법(如法)하게 진행합니다. 비록 재가불자들만으로 이루어진 법회 모임이지만 식순에 따라 삼귀의를 시작으로 산회가 까지 10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법문은 따로 없습니다. 2004년 불교교양대학에 입교한 동기생들의 모임으로 법문 없이 자체적인 행사를 갖습니다.

 

 

 

 

 

 

 

  

 

축복경을 독송하고

 

 

 

총무소임을 맡으면서 법회순서에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그것은 초기경전 독송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여러 차례 법회를 했는데 축복경, 자애경, 초전법륜경을 독송했습니다. 이 중에서 재가불자들이 독송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 아마 축복경(magala-sutta, Sn.2.4)’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축복경

 

 

 

어리석은 사람을 사귀지 않으며,

 

슬기로운 사람에 가까이 지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을 공경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분수에 맞는 곳에서 살고,

 

일찍이 공덕을 쌓아서,

 

스스로 바른 서원을 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많이 배우고 익히며 절제하고

 

훈련하며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섬기고,

 

아내와 자식을 돌보고,

 

일을 함에 혼란스럽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나누어 주고 정의롭게 살고,

 

친지를 보호하며,

 

비난 받지 않는 행동을 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악함을 싫어하여 멀리하고,

 

술 마시는 것을 절제하고,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존경하는 것과 겸손한 것,

 

만족과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때에 맞추어 가르침을 듣는 것,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인내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서로 논의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감관을 수호하여 청정하게 살며,

 

거룩한 진리를 관조하여,

 

열반을 이루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세상살이 많은 일에 부딪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슬픔 없이 티끌 없이 안온한 것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 길을 따르면,

 

어디서든 실패하지 아니하고

 

모든 곳에서 번영하리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Magalasutta- 위대한 축복의 경, 숫타니파타, Sn 2.4, 전재성님역)

 

 

 

 

 

 

 

 

난항을 겪은 신임회장단 선출

 

 

 

이날 법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후임자를 뽑는 것입니다. 회장, 총무, 재무, 감사라는 4직의 회장단이 구성되어 지난 3년동안 활동을 했는데 이제 임기가 다 된 것입니다. 앞으로 3년을 이끌어갈 회장단을 뽑아야 합니다.

 

 

 

신임 회장단 구성은 난항을 겪었습니다. 서로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추천 받은 법우님들은 바쁘다는 이유 등으로 모두 고사합니다. 사회를 본 회장은 참으로 난감해 합니다. 시간을 자꾸 흘러가고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전에 했던 사람을 또 시킬 수 없습니다.

 

 

 

 

 

 

 

 

 

하나의 원칙을 정했습니다. 돌아가면서 소임을 맡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공평합니다. 소임을 맡은 자는 철저하게 봉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번도 소임을 맡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이론 논리에 따른다면 일 때문에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 법우님들도 대상이 됩니다.

 

 

 

마침내 새로운 회장단이 구성되었습니다. 비록 바빠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3명의 법우님이 새로 회장단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능인37기 금강회를 3년 동안 이끌어갈 법우님들입니다. 봉축법회, 순례법회, 송년법회를 준비하고, 법우님들의 경사와 조사를 챙기는 봉사자로서 소임입니다.

 

 

 

총무하면서 많이 배웠다

 

 

 

3년 동안 총무소임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전에 한번도 이런 역할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서툴기도 했지만 몇 번 해 보니 익숙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책임감입니다. 누구든지 역할을 맡겨 놓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해 내게 되어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인내입니다. 모임은 참여로 이루어지는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제하고 인내해야 합니다.

 

 

 

법문 없는 재가법회

 

 

 

법문 없는 법회입니다. 불교교양대학 동기생들이 자체 모임을 만들어 14년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모임을 이끌어갈 회장, 총무, 재무, 감사를 뽑아 이제까지 모임이 유지되었습니다. 그 동안 재정문제, 사람문제 등으로 모임이 깨질 뻔한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백명 넘게 시작했던 인원은 30여명으로 줄었지만 앞으로 끝까지 함께 할 법우님들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신임회장단 선출이 끝나고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불전에 올려진 공양물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방석을 치우고 책상을 깔아 놓습니다. 한켠에서는 과일을 깍고 접시에 나누어 담는 작업을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합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여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수와 세정수를 마련하고

 

남은 음식을 넣을 통을 마련합니다.” (M128)

 

 

 

 

 

아누룻다가 부처님에게 한 말입니다. 이 말은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준비하기와 같은 말입니다. 맞벌이 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먼저 오는 사람이 밥을 준비하고 청소를 하는 식입니다. 쓰레기가 떨어져 있습니다. 먼저 보는 사람이 줍는 식입니다.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하면 다툼이 있을 수 없습니다.

 

 

 

법회모임에서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먼저 보는 사람이 치우고, 먼저 보는 사람이 준비합니다. 방석을 치우고 책상을 까는 것도 자발적이고, 과일을 깍고 음식 준비하는 것도 자발적입니다.

 

 

 

1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케이크를

 

 

 

법당에서 책상은 용도에 따라 식탁이 되기도 합니다. 14년 전부터 있어 왔던 앉은뱅이 책상은 풍성한 과일과 케이크와 빵으로 가득한 식탁이 되었습니다. 불교교양대학 입학 1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케이크에 초를 꼽고 불을 붙였습니다.

 

 

 

 

 

 

 

 

 

2004년 능인불교교양대학에 입교함으로써 정식으로 불자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정서적 불자, 무늬만 불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때 인연 맺은 동기생들이 14년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모임입니다. 한번 연장자이면 계속연장자입니다. 모임의 막내는 39살에 들어 왔습니다. 14년이 흐른 지금 그이 나이는 53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막내입니다. 그렇다고 차별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 동기생으로 평등합니다.

 

 

 

 

 

 

 

 

 

LA 얼바인(Irvine)에서 온 법우님

 

 

 

이번 모임에 귀한 손님이 한분 왔습니다. 2007년 미국으로 이민 떠났던 법우님이 한국에 온 것입니다. 일년에 한차례 오는데 마침 연락이 되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법우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법회를 함께 했습니다. 무려 12년만에 자리를 함께 한 것입니다. 법우님은 미국 LA ‘얼바인(Irvine)에서 살고 있습니다.

 

 

 

 

 

 

 

 

 

법우님과는 초창기 때 함께 활동했습니다. 같은 지역이라서 지역모임에도 참석했고 무엇보다 2006년 연등축제 때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통신사 간부를 하다가 이민을 갔는데 특유의 성실함으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11년 만에 보았는데 얼굴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11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 자리에 다시 앉았습니다. 세월은 흘러갔지만 장소는 변함이 없습니다.

 

 

 

긴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법회모임이 끝났습니다. 신임회장단 선출건으로 늦게 끝났습니다. 서둘러 귀가했습니다. 집이 먼 법우님이 있습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오신 법우님입니다. 카풀해 드렸습니다. 안양에 사시는 법우님과 셋 이서 광주로 달렸습니다. 새로 난 도로로 달리니 금방 도착했습니다.

 

 

 

법우님은 늦은 시간에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잠시 커피타임을 갖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 보다 법우님의 배우자 건강이 염려 되어서 들렀습니다.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다행이 조기에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중입니다. 이전에 식당할 때 여러 번 뵈온 적이 있어서 친구처럼 익숙합니다.

 

 

 

집으로 돌아 오니 자정 가까이 되었습니다. 길고 긴 하루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동시에 총무소임도 내려 놓게 되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소임을 맡아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으나 능력 밖이었던 것도 많습니다. 늘 그렇듯이 소임을 맡은 자들은 봉사자들입니다. 그래서일까 신임회장단 선출을 할 때 난항을 겪자 사회를 보던 회장은 복받을 겁니다.”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다들 바쁩니다. 이 세상에 바쁘지 않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재가의 삶은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존경쟁이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에 바쁜 것입니다. 그래서 “세존이시여, 우리는 이만 가볼까 합니다. 우리는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M56)라는 정형구가 수없이 초기경전에 나옵니다.

 

 

 

부처님 가르침 끈으로 맺어진 형제들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2001)’가 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된 101공수사단 장병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0부작으로 이루어진 미니시리즈입니다. 드라마 말미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우리 행복한 소수는 형제이다.

 

나와 함께 피 흘리는 너는

 

내형제이기 때문이다.”

 

 

 

 

 

피를 나눈 형제는 끈끈한 정으로 맺어져 있습니다. 전쟁에서 피를 나눈 전우들 역시 피의 끈으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어서 형제나 다름 없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고락을 함께 한 법우님들 역시 형제나 다름 없습니다. 자녀들이 결혼할 때는 함께 기뻐해 주었고, 부모 등이 돌아 가셨을 때는 함께 슬퍼했습니다. 우리 법우님들은 부처님 가르침의 끈으로 맺어진 형제들입니다.

 

 

 

 

2018-03-2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