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이 세상의 빛이 되고자

담마다사 이병욱 2018. 5. 18. 13:01

 

이 세상의 빛이 되고자

 

 

비는 하염없이 주룩주룩 내립니다. 행사가 진행될수록 빗줄기는 더욱 더 거세집니다. 세차게 때리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스님들과 불자들은 108배를 합니다. 아니 200백 배를 넘어 천배까지 갈 것 같습니다. 300배를 앞두고 멈추었습니다. 5 17일 보신각 목요촛불법회 현장입니다.

 




보신각 광장에 천막이 쳐졌습니다. 햇볕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빗물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비가 예보 되어 있었는데 행사가 시작되자 마자 비가 쏟아졌습니다. 행사 내내 비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여름 장마도 아니고 봄철에 이렇게 오랫동안 쉼없이 내리는 비를 근자에 보지 못했습니다.

 

비가 오면 야외행사가 차질을 빚습니다. 대개 행사가 취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대에서 하는 말 중에 비온다고 전쟁안하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의 기습은 가장 취약할 때 일어나기 때문 어떤 악조건 하에서도 만반의 대비를 갖추어야 함을 말합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열리는 보신각 목요촛불법회는 우중에 진행되었습니다.

 

종각 주변의 풍광은 환상적입니다. 비가 오지만 오색연등은 도시의 찬란한 불빛과 관계없이 신비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바로 앞에는 종로타워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유에프오(UFO)처럼 보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며칠 앞두 보신각 광장에는 두 종류의 촛불이 켜졌습니다. 하나는 길거리 오색연등이고 또 하나는 불자들이 손에 든 연등입니다. 두 개의 연등이 미래 공상도시처럼 생긴 타워 앞에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연등은 연꽃등(蓮燈)이 아니라 연소하는 등(燃燈)입니다. 기름을 연료로 하여 스스로 자신의 몸을 태워 빛을 내는 등을 말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일주일전에 벌어지는 행사의 공식명을 연등회(燃燈會)’라 합니다.

 

보신각 목요촛불법회에서 불자들이 연등을 든 것은 연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내몸과 마음을 연소함으로 인하여 이 세상의 빛이 되고자 함입니다. 빛을 내면 어두움은 사라지게끔 되어 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밤, 보신각 광장에서 불자들이 무명을 밝히는 연등을 들었습니다.

 







 

2018-05-1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