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텅 빈 집에서 명상을 하면,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

담마다사 이병욱 2018. 7. 24. 09:25

 

텅 빈 집에서 명상을 하면,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

 

 

참선이 저절로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들리는 것은 풀벌레소리와 새소리뿐 입니다. 호흡에 집중한다든가 무엇을 알아차리든가 하는 것 없이 눈을 감고 그저 앉아 있을 뿐인데도 행복했습니다. 크고 넓직한 법당은 고요했습니다. 참선이 저절로 되는 것 같습니다.

 

 



7 22일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날 서산에 있는 작은 수행처에 갔습니다. 이름하여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이라 합니다.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땅끝 미황사 금강스님의 서산도량입니다. 금강스님을 따르는 서울과 수도권 불자들이 십시일반 한평사기 운동으로 만든 도량이기도 합니다.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

 

서산도량을 보통 서산법당이라 부릅니다. 서산법당에서 음식봉사하고 있는 유병화샘을 따라 네 명이 한차로 하여 출발했습니다. 사당IC에서 서산법당까지는 자동차로 106키로 가량 거리로 1시간 30분 이내입니다. 요즘은 도로가 잘 발달 되어 있어서 금방 달려갑니다. 그래서일까 서산도량 다니는 불자들은 매월 한차례 23일동안 집중수행한다고 합니다.

 

서산도량은 마애삼존불 바로 옆에 있습니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우는 삼존불에서 불과 이백여미터의 거리입니다. 주변은 온통 숲이어서 도시의 폭염과 무더위는 무관한 곳입니다. 그늘에만 들어가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머물기 좋은 도량입니다.

 

사산도량은 본래 유마선원이라 했습니다. 이제열법사가 운영하던 것을 금강스님이 인수했는데 이학종 샘이 소개한 것이라 합니다. 서산도량은 신도들이 운영하는데 큰시주가 있어서 인수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또한 불자들이 한평사기 운동으로 만든 도량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 서산도량에서 수행하는 불자들은 자기절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것 같습니다.

 

모두 5개의 건물로

 

서산도량은 모두 5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불자들이 도착하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오로지 수행만 할 수 있는 선방이 있습니다. 이 밖에 공양식당 건물이 있고, 금강스님의 처소가 있고, 별장처럼 생긴 갤러리가 있습니다. 모두 다섯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서산도량은 현대식입니다.

 














6개의 방에 30명 가량 가능

 

서산도량은 수행도량입니다. 한번 둘러 보고 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숙박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숙소로 사용되는 건물에는 20여명이 잘 수 있는 대방이 있고, 3명 내지 5명이 잘 수 있는 소방이 세 개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뚝 떨어져 있는 선방에는 남자 지대방과 여자 지대방이 있어서 숙소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방이 모두 여섯 개가 있어서 30명 가량 수용 가능합니다. 방에는 모두 화장실과 세면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선방을 보면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은 수행처입니다. 수행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도량이기 때문에 선방이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숙소에서 약 50미터 가량 뚝 떨어진 외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선방은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무척 넓습니다. 선방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백명 정도 들어 갈 수 있는 무척 넓은 공간입니다. 그러나 울긋불긋 단청이나 연등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쪽 벽면에 불탱화와 관세음 보살상 두 개만 있을 뿐입니다.

 




매주 서산법당에 다니는 유병화 샘에 따르면, 불탱화는 미황사 괘불을 모사한 것이라 합니다. 미황사에서는 매년 가을에 불제를 하는데 그 궤불을 작게 그려 놓은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상은 팽목항에서 가져온 것이라 합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절이 미황사였습니다. 그런 인연이어서일까 금강스님은 팽목항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때 모셨던 관세음보살상을 서산법당으로 이운한 것이라 합니다.

 

서산도량 또는 서산법당은 시민법당 개념입니다. 금강스님 신도들이 주로 활용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연수장소로도 활용됩니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 집중수행하기 위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 모든 편의 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선방이 있는 건물은 지대방이 있어서 참선이 끝나면 차를 마시면서 담소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남자지대방과 여자지대방이 분리 되어 있습니다. 지대방에는 화장실과 세면대도 설치 되어 있습니다.

 


 

 

명상이 저절로 되는 듯

 

서울 사당동에서 네 명이서 출발했습니다. 이날 서산도량에 간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서산도량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입니다. 매월 정기적으로 23일 동안 집중수행한다고 하는데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애삼존불이 가까이 있어서 더욱 끌리기도 했습니다. 또하나는 8월 중에 정의평화불교연대에서 12일 워크샵이 예정되어 있는데 사전 답사형식으로 가 보고자 했습니다.

 

크고 넓직한 선방에 앉았습니다. 창측을 바라보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서산도량에서 음식봉사를 하고 있는 유병화 샘은 점심준비를 위해 도중에 자리를 떴습니다. 세 명이 앉아서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은 저절로 되는 것 같습니다. 도심에서는 5분 집중하기 힘듭니다. 앉아 있으면 온갖 잡념으로 인해 번뇌 망상이 일어납니다. 번뇌 망상도 알아차려야 할 대상일 것입니다.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 있는 선방에서는 문명과는 담을 쌓은 곳입니다. 도시에서는 37도 가량 폭염과 고습도의 무더위로 찜통 같지만 숲속에 있는 선방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어도 쾌적합니다.

 

텅 빈 집에서 선정을

 

선방에 앉아 있으니 명상이 저절로 되는 것 같습니다. 번잡한 도시에서는 차량소음 등으로 인하여 5분 앉아 있기 힘듭니다. 그러나 서산법당의 경우 들리는 것은 풀벌레 울음소리와 이름 모를 새소리뿐입니다. 그래서일까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나는 무위와 무위로 이끄는 길에 관해 설했다. 수행승들이여, 무엇이든 제자의 이익을 위하여 자비로운 스승이 자비심에서 해야 할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그대들에게 행했다. 수행승들이여, 이것들이 나무 밑이다. 이것들이 텅 빈 집이다. 선정을 닦아라. 방일하지 말라.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라. 이것이 너희들에게 주는 가르침이다.(S43.1)

 

 

부처님은 선정 닦을 것을 강조했습니다. 나무 밑이나 텅 빈 집에서 닦으라고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번잡한 도시보다는 인적 없는 숲에서 선정을 닦으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하지 않는 다면 크게 후회할 것이라 합니다.

 

부처님은 왜 인적 없는 곳에서 선정을 닦으라고 강조했을까? 이에 대한 주석을 보면 “젊음과 건강의 시기에 번영을 구가할 때에 스승이 앞에 있을 때에 이치에 맞게 정신활동을 기울이지 않고 밤낮으로 빈대의 밥이 되어 보다 나은 즐거움을 누리며 방일하게 지내면, 그들은 나중에 늙을 때에, 병들 때에, 죽을 때에, 불행의 시간에, 스승이 열반에 들 때에, 그 예전에 방일하게 지낸 것을 기억하고 결생(結生)의 시간에 그 이행을 보고 후회하게 된다.(Srp.III.111)”라고 설명 되어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새김(maraasati)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젊음과 건강이 천년만년 갈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수명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요즘 기대수명이 80대 중반이라고 하지만 기대일 뿐 어느 누구도 그때까지 살도록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옵니다. 주변에서 사고로 죽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청정도론에서는 “수명, 질병, 죽는 시간, 죽는 장소, 운명의 길의 이러한 다섯 가지는 이 삶의 세계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의 조짐이 없다.(Vism.8.29)라 했습니다. 왜 그럴까? 업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지은 업이 조건을 만나면 익게 되어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전 생에 어떤 업을 지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떤 과보를 받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죽음에 대한 명상(死隨念)을 하라고 했습니다.

 

오늘밤에 죽을 수 있습니다. 아니 한시간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운명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내가 하루 밤낮 동안만을 살더라도 세존의 가르침에 정신활동을 기울이면, 나는 많은 것을 이룬 것이다. (A6.19)라 했습니다. 더 나아가 “내가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동안만 살더라도”라 하여 한호흡(呼吸)기에도 죽음을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죽음에 대한 새김(maraasati) 또는 죽음의 명상이라 합니다.

 

죽음에 대한 명상은 한호흡기에도 죽을 수 있음을 말합니다.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부처님 가르침대로 산다면 잘 산 것이 됩니다. 하물며 일주일, 한달, 일년, 십년, 아니 평생을 부처님 가르침대로 산다면 어마어마한 공덕을 짓게 됩니다. 그런 공덕 중에서도 최상의 공덕이 선정공덕입니다.

 

선정공덕의 힘으로

 

흔히 불자들에 주는 가르침이 시계생천(施戒生天)입니다. 보시하고 지계하면 하늘나라에 태어난다는 가르침입니다. 초심자나 재가자에게 하는 설법입니다. 그러나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해탈과 열반의 실현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다름 아닌 공덕의 힘입니다.

 

공덕은 보시나 지계뿐만 아니라 선정삼매에 드는 것도 해당됩니다. 보시 등 선업을 하면 그 순간적인 공덕을 짓게 되지만 선정에 들면 그 시간만큼 선업공덕을 짓게 되므로 비교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업장소멸하는데 선정에 드는 것만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선정에 드는 것은 해탈과 열반을 실현하기 위한 힘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겨서 큰 힘을 발휘하듯이, 마찬가지로 명상을 하면 수행의 힘이 생겨납니다. 수행의 힘으로 결국 해탈과 열반을 실현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운 라훌라여, 이렇게 호흡새김을 닦고 이렇게 반복하면 커다란 과보와 커다란 공덕이 있다.”(M62)라 하여 선정을 닦을 것을 강조했습니다.

 

보약 한첩 같은 그윽한 사찰음식

 

서산도량에서 공양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침겸 점심을 겸한 공양은 최고의 맛입니다. 사찰음식전문가이기도 한 유병화 샘이 공양을 준비 했습니다. 네 명이 먹는 작은 식탁이지만 특별히 준비한 것은 가죽장아치와 약초장아치입니다.

 



 

숙성된 장아치의 맛이 깊고 그윽합니다. 여기에 제철에 나는 가지나물과 고추, 오이가 곁들였습니다. 또한 호박된장국 맛도 깊이가 있었습니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된장, 간장, 고추장으로 만든 음식을 먹어 보니 보약 한첩 먹는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상태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공양을 했습니다. 소박한 찬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사찰음식의 진수를 맛 보니 몸과 마음이 모두 청정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음을 내려 놓았을 때

 

선방에서 참선을 하여 마음이 청정해진 것 같습니다. 가만 앉아만 있어도 저절로참선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참선을 하면 고요함을 맛보기 위해 안달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번뇌만 일어납니다. 그럴 경우 내려 놓으라고 합니다. 잘해야 겠다는 마음을 내려 놓았을 때 명상이 잘 됨을 말합니다.

 




선방에서 그냥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들리는 것은 찌르르하는 벌레소리와 이름 모를 새소리뿐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이를 굳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행복이라 할 것입니다. 선방에 앉아 있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왜 서산도량에 와서 23일 참선만 하다 머물다 가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2018-07-24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