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지금 이대로가 좋은가, 인적없고 고요한 만기사

담마다사 이병욱 2018. 8. 19. 10:55


지금 이대로가 좋은가, 인적없고 고요한 만기사




경내에 들어서니 조용합니다. 나른한 오후에 고양이가 한켠에서 졸고 있습니다. 넓은 도량이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고, 고요하다 못해 적적합니다. 스님도 보이지 않고 신도들도 보이지 않는 도량은 잘 꾸며져 있습니다.

 








관음사를 출발한 정평불회원들은 승용차를 이용하여 만기사로 이동했습니다. 만기사, 처음 들어 보는 절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사찰이 900여곳 된다고 하는데 그 중의 하나입니다.

 

만기사에 간 목적은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스님을 만나서 조계종단의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재가불자들은 팀을 짜서 전국투어에 나섰습니다. 이를 희망버스라 했습니다.

 

전라남도 희망버스는 해남 대흥사로, 부산과 경남 희망버스는 부산 영주암과 양산 통도사로 향했습니다. 충북과 경북 희망버스는 단양 대흥사와 영주 부석사로, 경기와 충남 희망버스는 천안 광덕사와 공주 학림사로 출발했습니다. 수도권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태릉 불암사와 서초동 불교TV 무상사, 인천 법응사, 관악산 관음사로 떠났습니다. 모두 원로의원 스님들이 주석하고 있는 곳입니다.

 

정평불회원들은 관악산 관음사에서 원로의원 스님을 친견했습니다. 다음 행선지인 평택 만기사를 향해 떠났습니다, 그러나 원로의원스님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종무소 직원에 따르면 스님은 외출중이라 했습니다. 언제 들어 올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예상했던 일입니다.

 







너른 도량 이곳저곳 둘러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대웅전에 들어 갔습니다. 대웅전에는 보물이 있었습니다. 만기사 철조여래좌상입니다. 안내판을 보니 보물 제567호라 합니다.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현재는 금으로 도금 되어 있습니다.

 








불상을 보니 매우 친근한 이미지입니다.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니다. 불상이 조성 되었을 당시 장인은 한국사람을 모델로 했을 것입니다. 그때 당시는 외국인을 볼 수도 없었고 인도라는 나라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얼굴이 그대로 불상에 실린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함께 온 선생에 따르면 만기사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불사가 많이 이루어진 것을 말합니다.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납골당입니다. 마치 사리탑을 연상케 하는 납골탑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유골함이 늘어날 때 마다 탑은 높아져 갑니다. 그런데 이마저 부족했는지 또 다른 납골당 건립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한국불교는 기복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천도재는 사찰경제의 주 수입원입니다. 그래서일까 어느 사찰에서는 죽은 자를 위하여 재를 지내줍니다. 그런데 요즘 사찰에서는 납골당 건립에 불이 붙은 것 같습니다.

 

이제 사찰에서는 천도재뿐만 아니라 납골당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찰입장에서 본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신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원스톱 서비스를 받는 것이 됩니다.

 

결국 원로의원 스님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편지와 포럼자료, 그리고 음악씨디를 종무소 직원에게 전달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고 개혁에 부정적이라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변화를 갈망하는 불자들의 열망을 보여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만기사는 좌우대칭의 전각을 갖춘 너른 도량입니다. 오층석탑과 종루 등 갖출 것은 다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찰은 신도들을 위한 공간이라기 보다는 주석하는 스님의 사적영역처럼 보입니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만기사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원로의원 스님은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 같습니다. 나른한 오후에 고양이가 한가로이 졸고 있습니다.

 

 


2018-08-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