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기 위해서, 정평불 하계수련회1-예불

담마다사 이병욱 2018. 8. 27. 11:40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기 위해서, 정평불 하계수련회1-예불

 

 

행복보다 평온

 

행복에도 거친 행복과 잔잔한 행복이 있습니다. 오욕락에 따른 육체적 행복은 거친 것입니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할 때 느끼는 잔잔한 정신적 행복은 긴 여운과 함께 꽤 오래 지속됩니다.

 

네 가지 선정에 따르면, 선정이 높아짐에 따라 희열도 행복도 버려집니다. 처음 것은 나중 것에 비하면 거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청정도론에서는 행복은 거친것이기 때문에 선정의 고리가 약하다고 거기에서 허물을 보고”(Vism.180)라고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사띠가 있고 평온하고 청정한 상태가 됩니다. 평온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행복은 거친 것이 됩니다.

 

정평불 하계수련회

 

행복보다 평온이 더 수승합니다. 수련회를 가는 목적은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 산중이 최적입니다. 정평불에서는 8 25일과 26일 주말을 이용하여 서산으로 수련회 다녀 왔습니다.

 

이번 하계수련회 참석인원은 18명입니다. 참가하기로 했다가 개인사정으로 빠진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만 참가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4월 말에 월정사 12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하계수련회는 8.26승려대회와 겹쳤습니다. 본래 승려대회가 8 23일이었으나 태풍으로 연기 되었습니다. 이에 맞불집회를 계획한 총무원측에서도 태풍을 이유로 따라 연기했습니다. 그러나 수련회는 이미 예정된 것이고 일요일 오후에 열리는 승려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오전 일정을 당겨서 진행했습니다.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

 

수련회 참가자는 토요일 오후 5시까지 집결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입니다. 서산 인터체인지에서 약 사오키로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미황사 금강스님의 서산도량입니다.

 

서산도량은 유마선원을 인수한 것입니다. 법보신문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이학종 선생이 다리를 놓았습니다. 이학종 선생에 따르면 음심적으로 팔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불교도량이 고기냄새가 진동하고 술판으로 변질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금강스님에게 건의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큰시주자가 나타났고 금강스님을 따르는 서울신도들이 십시일반 한평사기 운동을 하여 지금의 서산도량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서산도량은 평소에 비어 있습니다. 단체 수련회가 열리면 개방됩니다. 마애삼존불에서 불과 이삼백미터 밖에 되지 않는 서산도량은 청정한 자연환경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막바지 여름철 주말이어서인지 아래 용현계곡에서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 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 합니다. 계곡의 음주가무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서산도량의 선방 분위기

 

토요일 일정은 오후 6시에 저녁예불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현대식으로 지은 숙소에서 사오십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선방에 참가자들이 모였습니다. 선방건물 역시 현대식입니다. 사찰이라는 것이 반드시 팔작지붕으로 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듯합니다.

 



 

선방이라 하여 출가자들만 들어 가는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식 건물로 된 서산선방은 시민선방개념입니다. 재가불자들이 단체로 집중수행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선방은 매우 넓습니다. 약 백명 가량 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른 선방에는 괘불과 관세음보살상만 있습니다. 이런 간소함은 선방의 특징입니다. 법당과는 달리 울긋불긋 탱화나 단청 연등이 보이지 않습니다.

 




서산도량에 법당은 따로 없습니다. 너른 선방 한켠에 불단이 있어서 법당을 겸하고 있습니다. 괘불은 미황사괘불을 모사한 것이고, 관세음보살상은 세월호 당시에 팽목항 법당에 모셔져 있던 것이라 합니다. 선방의 간소함을 보니 선의 정신이 잘 구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에는 일곱 가지 정신이 있습니다. 나열해 보면 1)간소(簡素), 2)탈속(脫俗), 3)자연(自然), 4)유현(幽玄), 5)고고(枯高), 6)정적(靜寂), 7)변화(變化) 입니다. 선은 소박하고 간단한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세속적인 것에서 멀리 떠나 고요한 분위기에서 어떤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런 것이며, 동시에 변화무쌍한 것이라 합니다. 서산도량의 선방 분위기 그런 것 같습니다.

 

저녁예불을 올리고

 

저녁예불은 정평불에서 의례를 주관하는 이복우 선생이 주도했습니다. 준비된 목탁소리와 함께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으로 시작되는 예불문 중에 칠정례를 했습니다. 자비경독송과 반야심경 독송하는 것으로 예불을 마무리 했습니다.

 




어느 법회모임에서든지 예불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빠알리 예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문식의 예불문 대신 빠알리어 예불 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나모땃싸 바와또로 시작되는 예경문입니다. 다음으로 빠알리어 삼귀의문을  세번 합니다. 이어서 오계를 반드시 합니다. 오계는 학습계율이기 때문에 법회할 때 마다 받아 지니는 것입니다.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삼보예찬입니다. 붓다와 담마와 상가에 대한 찬탄문입니다.

 

한문식 예불문도 훌륭합니다. 특히 칠정례 같은 경우 장엄할 뿐만 아니라 불교적 이상과 목표가 잘 실려 있습니다. 반야심경은 빠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자비경을 예불문으로 넣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불에서 가장 기본은 삼귀의, 오계, 삼보예찬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예불을 마치고 각자 자리에 앉았습니다. 산란된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는 명상만한 것이 없습니다. 죽비소리에 맞추어 입정에 들었습니다. 고요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20분 이상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짧은 입정에서는 들뜬 마음을 진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서산도량 선방에 앉아 있으면 참선이 저절로 되는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들리는 것은 풀벌레소리 입니다. 시각은 차단 됐지만 청각은 차단할 수 없습니다. 대상이 집중하면 청각도 사라지고 모든 감각이 사라지겠지만 짧은 집중에서는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입니다. 육근이 청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장애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되어야

 

마음에도 장애가 있습니다. 신체에 장애가 있으면 불편하듯이, 마음에 장애가 생겨도 불편합니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 마음의 장애가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음의 장애에 대하여 1)감각적 쾌락의 욕망(kāmarāga), 2)분노(byāpāda), 3)해태와 혼침(thīnamiddha), 4)흥분과 회한(uddhaccakukkucca), 5)의심(vicikicchā)이라 합니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마음의 장애를 오장애라 합니다.

 

초기경전을 보면 오장애에 대하여 물의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해서는 다섯 가지 색깔로 물든 물로 비유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마치 물그릇이 붉거나 노랗거나 푸르거나 새빨간 색으로 물들었다면 거기서 사람이 눈으로 자신의 얼굴 모습을 관찰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알거나 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S46.55)라 했습니다.

 

분노에 대해서는 부글부글 끊는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마치 물그릇이 불에 달구어져 끓어오르고 거품을 일으켰다면 거기서 사람이 눈으로 자신의 얼굴 모습을 관찰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알거나 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S46.55)라 했습니다.

 

해태와 혼침에 대해서는 이끼 낀 물로 비유했습니다. 경에 따르면 마치 물그릇이 이끼낀 수초로 덮였다면 거기서 사람이 눈으로 자신의 얼굴 모습을 관찰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알거나 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S46.55)라 했습니다.

 

흥분과 회환에 대해서는 바람이 불어 파도치는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마치 물그릇이 바람에 흔들리고 소용돌이치고 물결친다면 거기서 사람이 눈으로 자신의 얼굴 모습을 관찰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알거나 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S46.55)라 했습니다.

 

의심에 대해서는 흐린 흙탕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마치 물그릇이 혼탁하고 혼란스럽고 흙탕물이고 어둠속에 놓여 있다면 거기서 사람이 눈으로 자신의 얼굴 모습을 관찰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알거나 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S46.55)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오장애에 대한 물의 비유를 보면 공통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오색물감 풀어 놓은 듯한 물이나 부글부를 끓는 물, 이끼 낀 물, 파도치는 물, 흙탕물에서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섯 가지 마음의 장애를 제거하면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되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한 것입니다. 흙탕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화 되어 바닥이 보이듯이, 마음을 깨끗이 하면 자신의 본래 바탕을 볼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사람이 눈으로 자신의 얼굴모습을 관찰하여 있는 그대로 알거나 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S46.55)라고 했습니다.

 

죽비소리에 아쉬워하며

 

더 앉아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일정을 위하여 자리를 일어서야 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토론하는 일정이 남아 있습니다. 죽비소리에 아쉬워하며 멈추었습니다. 다시 숙소를 향하여 이동했습니다.

 

 

2018-08-2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