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과 계율안에서 성장하는 모임, 정평불 하계수련회3- 회칙토론
정평불 하계수련회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수련회 1일차 밤에는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번 수련회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회칙과 관련된 것입니다. 기존 회칙을 개정하는 토론입니다.
나라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은 가장 상위법으로서 법중의 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도 법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를 성문화 해 놓은 것이 회칙입니다.
정평불에도 회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 전에 만들어 진 것으로 10월에 열리는 총회를 앞두고 개정작업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회칙을 하나하나 읽어 가면서 초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정의평화연대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는
정의평화연대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는 무엇일까? 회칙에 명시 되어 있습니다. 회칙 전문에 이렇게 선언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대중들의 탐욕이 끝없이 증식하여 지구상의 생명체의 절반이 멸종위기에 놓이고 가난한 자들이 생존위기와 죽음으로 치닫는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불의와 부조리와 전쟁과 폭력에 맞서서 부처님의 말씀에 따른 정의와 평화를 실현한다.”
정평불의 이념은 정의와 평화의 실현입니다. 방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 것입니다. 가르침을 담마(Dhamma)라 합니다. 담마를 실천하는 것에 대하여 담마네나(Dhammanena) 또는 담미까(Dhammikā)라 하는데, 이 말은 ‘여법(如法)하게’ 또는 ‘법답게’ 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 말은 결국 정의로운 삶을 말합니다.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정의롭게 사는 길입니다. 그래서일까 전륜성왕이라 칭송받는 아소까대왕은 “담마에 의한 정복만이 이 세상과 저 세상의 행복을 가져온다”(바위칙령13)라고 ‘담마비자야(Dhammavijaya)’를 선언했습니다.
정평불에서는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타인의 이익도 함께 추구합니다. 이는 회칙전문에서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라는 보살도 정신으로 잘 나타납니다. 자신의 수행으로 자기를 완성하고 동시에 사회적 실천으로 사회를 완성해 갑니다. 자타가 이익이 되는 삶이 정평불이 추구하는 이념이기도 합니다.
108명의 정회원을 목표로
회칙에서는 정회원 조건에 대하여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회원 조건은 “회원 1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입회하되, 일정액의 회비를 지속적으로 납부해야 한다.”라는 조항입니다. 현재 정평불에서는 회비와 관련하여 매월 1만원 이상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한번에 납부하는 연회비도 가능합니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이든지 회원은 회비납부 의무가 있습니다. 회비를 납부하면 정회원이 됩니다. 정평불에서는 연말까지 108명의 정회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든지 100명 이상 모이면 힘이 생겨납니다. 그 힘으로 어떤 일도 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화합의 모임(samaggā parisā: 和合衆)이어야 하는가
회칙을 읽어 나가면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갑론을박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회칙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화합’을 위해서입니다. 불화를 위한 모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임은 화합을 위해 존재합니다.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화합을 저해 하는 요소를 배제해야 합니다.
정평불 회칙에는 회원자격 상실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골자는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거나 회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회원”에 대해서입니다. 전문에 표현되어 있듯이 정평불이 추구하는 이념에 맞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을 저해했을 때 일 것입니다.
흔히 승가에 대하여 화합승(和合僧) 또는 화합중(和合衆)이라 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살 때 화합하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대들은 서로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조화롭게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대하며 지내기를 바란다.” (Vin.I.352, M128)라 했습니다.
기름과 물은 화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유와 물은 화합합니다. 화합하지 않은 사람과는 함께 살 수 없습니다. 우유와 물이 다른 성분이긴 하지만 화합하기 때문에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이든지 성향은 다르지만 우유와 물처럼 화합하기 때문에 ‘화합의 모임(samaggā parisā: 和合衆)’이라 볼 수 있습니다.
화합의 모임이 있다면 반대로 불화합의 모임(vaggā parisā: 不和合衆)이 있을 것입니다. 불화합의 모임은 기름과 물과 같은 것입니다. 전혀 이질적인 것이어서 섞이지 않습니다. 기름과 물과 같은 모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초기경에서는 “다툼이 생겨나고 싸움이 생겨나서 논쟁을 일삼고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찌른다.”(A3.93)라 했습니다.
최상의 모임(aggavatī parisā: 最上衆)을 지향해야
초기경에 따르면 세 가지 모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합의 모임, 불화합의 모임, 최상의 모임입니다. 그렇다면 최상의 모임이란 어떤 것일까?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최상의 모임이란 무엇인가? 그 모임 가운데 장로수행승이 사치하지 않고, 태만하지 않고 탈선을 멍에로 꺼리고 멀리 여읨을 선호하고 도달하지 못한 것에 도달하고, 성취하지 못한 것을 성취하고, 실현하지 못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정진한다. 그의 후계자도 자각적으로 본 것을 따라 한다. 그들도 사치하지 않고 태만하지 않고 탈선을 멍에로 꺼리고 멀리 여읨을 선호하고 도달하지 못한 것에 도달하고, 성취하지 못한 것을 성취하고, 실현하지 못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정진한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최상의 모임이 한다.”(A3.93)
최상의 모임(aggavatī parisā: 最上衆)이란 한마디로 ‘정진’하는 모임을 말합니다. 가르침을 실천하여 해탈과 열반에 이르는 모임입니다. 이러한 모임은 화합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유와 물처럼 서로 화합하여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지낼 때 가능합니다.
부처님은 최상의 모임에 대하여 강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경에 따르면 “작은 강을 이루고 다시 큰 강을 이룩듯이, 큰 강을 이루고 다시 큰 바다와 대양을 이루는 것과 같다.”(A3.93)라 했습니다. 작은 빗방울이 강물이 되어 대양에 이르듯이, 우유와 물처럼 화합하는 가르침 안에서 성장했을 때 깨달음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마침내 해탈과 열반의 대양에 이를 것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악작죄(惡作罪: dukkaṭa)를 고백하고
회칙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때로 의견충돌도 있었습니다. 감정이 실렸을 때는 불화합의 모임이 되기 쉽습니다. 마치 기름과 물처럼 화합하지 못하여 입에 칼을 물고 찌를 수 있습니다. 의견 교환 과정에서 인사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느 샘의 이의 제기가 과도하다고 생각하여 나도 모르게 벌컥 화를 내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분노를 표출한다는 것은 이유여하를 떠나 ‘악작죄(惡作罪: dukkaṭa)’를 지은 것이 됩니다. 이에 당사자에게 사과했습니다. 다음 날 마무리 모임 할 때 참회 내지는 고백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자리가 주어지지 않아 참석한 모든 대중에게 문자를 보내 다음과 같이 대중참회 했습니다.
“이번 하계 수련회는 여러 모로 뜻 깊었습니다.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청정한 사람들과 청정한 음식을 먹고 청정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달밤에 보원사지는 추억에 길이 남을 것 같습니다. 위빠사나 강연과 경행수행 또한 큰 소득이었습니다.
회칙개정과 관련된 모임에서 악작죄를 지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벌컥 화를 내었습니다. 불교에서 삼독은 죄업을 짓는 것이라 하는데 당사자뿐만 아니라 참석한 모두에게 피해를 준 것 같습니다.
가르침에 따르면 계율은 학습으로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지금 지키지 못해도 늘 받아 지니다 보면 배우고 익히게 되어 언젠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악작죄를 지었으면 참회하거나 고백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실 수련회 마지막 일정에 고백하려 했습니다. 일정에 죄담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방에 빙둘러 앉아 한마디씩 할 때 그 때 대중참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이렇게 문자로 참회합니다.
이유야 어쨌든 분노를 표출했다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당사자, 참석자 모두에게 악작죄를 짓는 것이 됩니다.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중참회하고자 합니다.”
진정으로 참회하면 참회를 받아 주라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참회죄는 “여러분, 나는 재가 든 자루로 맞아야 하는, 비난을 받을 만한 악한 업을 지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그 대가를 달게 받겠습니다.”(A4.242)라 합니다. 나무로 된 몽둥이로 맞을 정도면 승단잔류죄가 됩니다. 가장 가벼운 것이 고백죄입니다. 고백죄는 “여러분, 나는 책망 받아야 마땅한, 비난을 받을 만한 악한 업을 지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그 대가를 달게 받겠습니다.”(A4.242)라 합니다.
벌컥 화를 내었을 때 어느 선생은 무서웠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고백해야 했습니다. 사람을 놀래키고 비난 받을 만한 악작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당사자뿐만 아니라 참가한 전원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가르침과 계율안에서 성장하는 모임
정평불은 화합하는 모임입니다. 단체카톡방에서도 화합하는 커뮤니티라 한 바 있습니다. 기름과 물이 아닌 우유와 물처럼 화합하는 모임입니다. 그러나 화합하는 모임(和合衆) 보다도 더 수승한 모임은 최상의 모임(最上衆)입니다.
최상중은 정진하는 모임입니다. 가르침을 실천하여 해탈과 열반에 이르기 위한 모임입니다. 그런데 최상중에서는 반드시 배울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최상중의 조건 중의 하나로서 “그의 후계자도 자각적으로 본 것을 따라 한다.” (A3.93)라 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본받을 만한 스승이나 동료가 있어서 따라 하는 것입니다.
정평불은 인적자원이 매우 풍부합니다. 정평불은 좋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 훌륭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모임에 반드시 배울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훌륭한 그 사람을 보고 그 사람같이 되기 위하여 따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최상의 모임(aggavatī parisā: 最上衆)’의 특징입니다.
정평불은 화합하는 모임입니다. 서로 배경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지만 우유와 물처럼 화합하는 모임입니다. 기름과 물처럼 불화한다면 갈마에 의하여 자격이 박탈됩니다. 율장에 따르면 갈마 하는 것은 화합중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회칙에서 박탈조건을 명시해 놓은 것도 화합의 모임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정평불은 가르침 안에서 성장하는 모임입니다. 또한 계율안에서 성장하는 모임입니다. 이는 부처님이 “그는 참으로 이 가르침과 계율 안에서 성장, 번영, 충만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M16)라고 말씀 하신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정평불은 회칙전문에 표시 되어 있는 것처럼 “불의와 부조리와 전쟁과 폭력에 맞서서 부처님의 말씀에 따른 정의와 평화를 실현한다.”라는 이념과 가치를 추구합니다.
2018-08-2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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