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어쩌다 여기에

담마다사 이병욱 2018. 10. 27. 08:33

 

어쩌다 여기에




 

 

전철안에 찌린내가 진동합니다.

노숙인처럼 때 묻은 허름한 차림의

그는 계속 혼자 말을 합니다

아무도 옆에 앉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사람이 내렸습니다.

다시 빈 자리가 메꾸어졌습니다.

새로 탄 자들은 그런 사실을 모릅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철은 목적지를 향해 달립니다.

 

사십년 된 아파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겁니다.

죽음과 탄생도 있었을 겁니다.

 

재개발로 동네가 훵합니다.

신기루처럼 동네가 사라졌습니다.

펜스쳐진 맨땅에는 포크레인만 있습니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자연다큐에서 짝짓기를 봅니다.

발정기가 되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싸웁니다.

마침내 작은 새끼가 태어납니다.

 

갓태어난 강아지들은 귀엽습니다.

또 한편으로 가엾습니다.

태어나보니 어쩌다 강아지입니다.

강아지 눈에 세상이 열립니다.

 

산에 들에 꽃은 피고 집니다.

어디에선가 생명은 나고 죽습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바뀝니다.

빈자리는 메꾸어집니다.

어쩌다 여기에 있게 되었습니다.

 

 

2018-10-2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