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센티하지 않는다
늦가을 비가 내립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센티멘탈 해집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습니다.
거리는 음산합니다.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어디론가 급히 사라집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대개 11월 20일 전후하여
낙엽이 일제히 집니다.
절정의 노랑 은행잎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서산에 해가 집니다.
해가 너머 가기 전에
서쪽하늘을 벌겋게 달굽니다.
간신히 매덜려 있는 잎파리가
석양에 번들거리며 빛이 납니다.
노인은 석양의 낙엽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자연무상 세월무상을 봅니다.
인생도 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변합니다.
대상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하는 자도 변합니다.
모두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해도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착각합니다.
변치 않는 그놈이 있어서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합니다.
형성된 것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나의 것, 나의 자아라 여기는
그놈도 가만 있지 않습니다.
낙엽은 자연스런 일입니다.
서쪽에 해가 너머 가는 것도
나이들어 병들고 죽어 가는 것도.
이렇게 인식하는 그놈도
조건에 따라 변해 갑니다.
오온(五蘊)을 자아와 동일시 하는 자는
낙엽을 보면 센티 해집니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보면서
인생이 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자는 오온이 무상함을 알고 있습니다.
물질, 느낌, 지각, 형성, 정신이
조건에 따라 생멸함을 압니다
떨어지는 낙엽에, 지는 석양에
더 이상 센티멘탈 하지 않습니다.
2018-11-0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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