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도론은 남방불교의 백과사전 같은 것,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청정도론출간 작은법회
“지혜로운 사람은 계행에 정초하여
마음과 지혜를 닦는다.
열심히 노력하고 슬기로운 수행승이라면,
이 얽힌 매듭을 풀 수 있으리라.”(S1.23)
이 게송은 청정도론 제1장 제1절이라 볼 수 있는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게송입니다. 상윳따니까야 ‘매듭의 경’에 실려 있는 게송입니다. 하늘사람이 “안으로 묶이고 밖으로 묶였네. 세상사람들은 매듭에 묶여 있네. 고따마께 여쭈니 이 매듭을 풀 사람 누구인가?” (S1.23)라고 물은 것에 대한 답송입니다.
청정도론이 어려운 이유는?
청정도론 제1장 제1절에 실려 있는 게송은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삼학에 대한 것입니다. 청정도론이 계, 정, 혜 삼학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말합니다. 또 한가지는 생이지(生而知)에 대한 것입니다. 전생에 배우고 학습하고 수행했던 것들은 다음 생에도 이어집니다. 이를 생이지라 할 수 있습니다.
게송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통찰지를 갖춘 사람’을 말합니다. 지혜를 타고난 사람립니다. 전생에서 수행한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사람이 매듭을 풀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불탐(不貪), 부진(不瞋), 불치(不痴)라는 세 가지 원인을 가지고 태어나야 이 생에서 수행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는 청정도론 본문에서 “ ‘지혜를 갖춘 자’는 세 가지 원인에 의한 업생적 결생의 지혜를 갖춘 자이다.”(Vism.1.7)라고 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청정도론이 어렵다고 합니다. 청정도론이 어려운 것은 전에 접해 보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또한 수행이 없어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전생에 수행한 사람이라면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른바 현생에서 한수행한다는 사람은 지혜가 타고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청정도론은 이전 생에서부터 수행한 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모릅니다. 청정도론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발간되었는데
청정도론을 완독한 것은 2011년입니다. 그때 당시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아는 내용보다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내용이 더 많다.”(2011-02-22)라 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수행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읽었을 뿐입니다. 그때 당시 초기불전연구원에서 간행된 것을 읽었습니다.
청정도론이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발간되었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청정도론은 단권으로 1,536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얇은 종이를 사용해서일까 두께는 그다지 두껍지 않습니다. 폰트사이즈는 12사이즈 정도로 비교적 큰편입니다. 각주의 글씨 사이즈는 작아 빼곡한 느낌입니다.
이번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청정도론 발간과 관련하여 교정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니까야강독모임에 2016년부터 참여한 것이 인연이라 봅니다. 강독모임에 참여한 법우들과 함께 교정에 참여 했습니다.
약 6개월에 걸쳐서 청정도론을 두 번 보았습니다. 읽어 보면서 틈틈이 노트도 만들었습니다. 이름 붙인다면 ‘청정도론요약노트’라 할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적어 놓았습니다. 요약노트는 72,000자에다 19,000단어, 111페이지에 달합니다.
삼송테크노밸리 서고(書庫)에서 작은법회를
청정도론 발간과 관련하여 2018년 11월 9일 저녁 7시 삼송테크노밸리 전재성원장의 서고(書庫)에서 출간기념법회가 열렸습니다. 니까야강독모임 멤버들이 준비한 작은법회입니다. 법회에 앞서 먼저 단을 만들었습니다. 전재성원장 자리를 청정도론과 꽃과 과일, 케이크로 장식했습니다.
서고는 책을 쌓아두는 곳입니다. 또한 전재성원장 번역 하는 사무실이기도 합니다. 또 강독모임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법당은 아니지만 식순에 따라 여법하게 법회를 진행했습니다. 예경지송에 실려 있는 예경문과 삼귀의, 오계를 빠알리어로 독송했습니다.
좀 더 쉽게 번역해 달라고
전재성원장은 왜 청정도론을 번역하게 되었을까? 예불의식이 끝난 다음에 전재성원장은 청정도론을 번역하게 된 계기를 밝혔습니다. 그것은 청정도론 번역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특히 스님들의 요청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좀 더 쉽게 번역해 달라는 주문이었다고 합니다.
전재성원장에 따르면, 테라가타와 테리가타 완역 후에 천궁사경과 아귀사경와 같은 쿳다까니까야 관련 경전번역 계획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청정도론을 먼저 번역하게 된 것은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현재 쿳다까니까야의 경우 번역된 것은 숫따니빠따, 법구경, 우다나, 이띠붓따까, 테라가타, 테리가타 이렇게 6종입니다.
오류가 발견되면 폭탄 터진 것 같아
청정도론 번역은 2017년 4월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2018년 11월에 출간 되었으니 1년 6개월만의 쾌거입니다. 그러나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라 했습니다. 청정도론이 니까야와 달리 논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니까야와는 달리 새로운 번역용어도 많았고 내용도 난해하여 도중에 포기도 생각했지만 무사히 마치게 되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책이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출산의 고통과도 같은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오류가 발견되는 것입니다. 오자나 탈자가 나와도 가슴이 철렁하는데 더 심한 오류가 발견되면 폭탄 터진 것 같아 며칠밤을 못 잘 정도라 합니다.
전재성원장은 출간과 관련하여 ‘킬링필드’라는 말을 했습니다. 마치 지뢰밭을 거니는 것 같은 심정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번 청정도론 출간에서는 여러 차례 검증을 했기 때문에 잠 못 이룰 정도의 오류는 없을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오류가 나올지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남방불교의 백과사전과 같은 것
전재성원장은 청정도론에 대하여 “남방불교의 백과사전과 같은 것입니다.”라 했습니다. 경전을 읽다가 의심나는 것은 찾아 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청정도론을 보면 용어에 대하여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또 목록별로 정리 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열어 보면 궁금한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정도론은 5세기 스리랑카에서 붓다고사가 저술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번역된곳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 번역뿐이라 합니다. 영어 번역은 두 종류입니다. 한국의 경우 이번 한국빠알리성정협회에서 번역이 되어 나옴에 따라 두 종류의 번역서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영어와 한국어에서 두 종류의 번역서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니야나틸로카(Nyanatiloka)의 완벽한 독일어 번역
다섯 언어로 번역된 것 중에 독일어 번역이 가장 완벽하게 번역된 것이라 합니다. 니야나틸로카(Nyanatiloka, 1878-1957)의 번역을 말합니다. 니야나틸로카는 독일출신으로 1903년 스리랑카에서 출가했습니다. 그가 청정도론을 번역한 것은 1927년부터 1940년까지 13년간입니다.
전재성원장은 번역하면서 니야나틸로카를 새로 발견했다고 합니다. 청정도론에서 가장 난해 한 것이 법수(法數)에 대한 것인데 니야나틸로카는 이를 표로 정리한 최초의 사람이라 합니다. 법수표를 보지 않으면 본문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데 이는 니야나틸로카의 13년 작업에 대한 결실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전재성원장의 청정도론을 보면 부록에 물질의 다발, 형성의 다발, 의식의 다발, 의식의 다발과 형성의 다발, 인식과정 등의 표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전재성원장은 전세계 각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판본을 비교하여 빠알리어 청정도론을 번역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독일에서 번역된 니야나틸로카의 번역이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 전재성원장은 그분 아니었으면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 했습니다. 현재 서양의 위대한 승려들은 대부분 니야나틸로카의 제자들이라 합니다.
“구마라집보다 더 훌륭한 사람입니다.”
전재성원장은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빠알리삼장을 번역해 왔습니다. 사부니까야를 완역했고 쿳다까니까야는 6종을 번역했습니다. 또한 율장의 경우 대품, 소품, 비구계, 비구니계를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청정도론을 번역함으로 인하여 경장, 율장, 논장을 번역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전재성원장의 초인적인 의지에 대하여 김광하선생은 전생에도 번역했을 것이라 말하며“구마라집보다 더 훌륭한 사람입니다.”라며 칭찬했습니다.
김광하선생은 전재성원장의 친구이자 후원자이고 편집자입니다. 니까야를 처음 출간할 때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날 참석하여 그간의 노고에 대하여 치하했는데 청정도론 출간과 관련하여 “청정도론이 1년 6개월 걸렸다고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20년 번역의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라 했습니다. 20년 번역의 결실이 있었기 때문에 난해하기 그지 없다는 청정도론을 1년 6개월만에 해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날 참석자 중에 또 다른 후원자 도현스님이 있습니다. 도현스님은 전재성원장의 원력에 대하여 보살의 경지라며 극찬했습니다. 도현스님은 현재 남양주 정혜사 주지스님입니다. 정혜사는 김열권법사의 집중수행센터이기도 합니다.
도현스님은 니까야강독모임을 만든 멤버이기도 합니다. 도현스님은 전재성원장이 번역을 잘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실에 대하여 전재성원장은 청정도론 서문에서 “그리고 역경도중에 스리랑카에서 직접 경-율-론 빠알리 삼장을 공수해 와서 보다 정밀하게 대조를 가능하게 해주신 도현스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 했습니다.
각자 준비한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법회의식과 경과, 축사가 끝나고 저녁식사시간이 되었습니다. 식사준비는 니까야강독멤버인 선덕, 선목, 선목, 선화 등의 법우들이 준비 했습니다. 각자 집에서 조금씩 가져온 음식입니다. 떡과 과일도 곁들여 풍성해 보였습니다. 부페식으로 각자 필요한 양만큼 덜어 먹었습니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제영법사 등 ‘법과 등불’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작은 손길 멤버들입니다. 작은손길에서는 노숙자급식봉사, 독거노인반찬봉사, 탈북청소년문화봉사 등 활동을 했습니다. 2017년 3월 15년 봉사를 회향한 바 있습니다. 이날 참석한 김광하선생이 작은손길을 이끌었는데 전재성원장도 함께 봉사한바 있습니다. 2017년 1월과 2월 매주 일요일 노숙자 봉사에 참여하여 기록을 남긴 바 있습니다.
한국불교에 있어서 또 하나의 쾌거
현재 한국에서는 두 종류의 청정도론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구니 스님이 번역한 또 다른 청정도론이 있기는 하지만 실역된 것으로 보고 있어서 두 종류라 한 것입니다. 초기불전연구원과 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입니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 2004년에 청정도론이 발간 되었습니다. 이번에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발간됨으로 인하여 14년만에 두 번째가 되었습니다. 초불연에서는 니까야 번역하기 전에 먼저 논서를 번역했고, 반대로 성전협에서는 니까야번역이 끝난 후에 논서를 번역했습니다.
불교인들에게 두 종류의 번역서가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한번역서에만 의지하는 것 보다 또 다른 번역서를 보면 안목이 넓어질 것입니다. 이는 니까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번역자마다 번역스타일이 다르듯이 독자 또한 성향이 달라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번역서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한국의 불교인들은 행운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정도론은 전재성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것입니다. 니까야(經藏)와 비나야(律藏) 20년 번역이 녹아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치 불교백과사전 같기도 하고, 사부니까야 주석서 같기도 하고, 또한 수행지침서와 같은 청정도론이 이 세상에 출간 되었다는 것은 한국불교에 있어서 또 하나의 쾌거라 볼 수 있습니다.
2018-11-1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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