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빠마데나를 완성하라, 담마마마까에서 십이일
“베이양 낀짜바세, 쎄이씽예 낀짜바세, 꼬 씽예 낀짜바세.”마치 주문 같은 이 게송은 미얀마어로 된 자비관 중의 일부입니다. 시방에 있는 모든 생명들에 대하여 “위험과 해악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마음의 근심이 사라져서 행복하기를! 몸의 고통이 사라져서 행복하기를!”라고 번역됩니다.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애(慈: mettā)와 모든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연민(悲: karuṇā)에 대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자비는 사무량심의 두 가지 요소이기도 합니다.
미얀마어 자비게송에 한구절이 더 있습니다. 그것은 “꼬 쎄이 닛피아 찬다 스와핀, 미미도 칸다윙고 유엣사웅 나인짜 바세.”라는 게송입니다. 해석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평화롭게 자신의 업을 잘 실어 나르기를!”가 됩니다. 업이 자신의 주인임을 반조하여 마음의 평등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사무량심에서 사(捨: upekkha)에 해당됩니다. 미얀마로 된 이 자비관 게송은 운율로 되어 있어서 듣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담마마마까국제선원(Dhamma Mamaka Meditation Center)에서 매일 새벽예불과 매일 아침과 점심 공양시간에 합송하는 게송입니다.
2018년 끝자락인 12월 31일 미얀마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주일 일정으로 집중수행을 떠났습니다. 도착한 날과 떠난 날을 포함하면 12일 일정이고, 두 날을 빼면 10일 일정입니다. 개인사업을 함에 따라 장시간 시간을 낼 수 없음에도 큰 마음 먹었습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집중수행을 한 적이 없습니다. 국내에도 십일 코스가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참여 하지 못했습니다. 성지순례를 가면 십일 가량 되는데 십일 시간을 못 낸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미얀마행을 한 것은 권유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집중수행을 통하여 무언가 이루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1월 13일 오전 이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그 동안 담마마마까선원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서 요약해 봅니다.
담마마마까 국제선원은 어디에
담마마마까 국제선원은 어디에 있을까? 이번 일정에 열네 명의 사람들이 밤에 양곤공항에 도착하여 삼사십분 차량으로 이동하여 선원에 도착했습니다. 함께 도착한 날자는 같지만 출발하는 날자는 제각각 입니다. 어떤 이는 한달, 어떤 이는 두달 있기도 합니다. 이주일 일정이 가장 짧습니다. 선원에만 있다 보니 방향감각을 알 수 없습니다. 구글 위성지도를 찾아 검색해 보니 양곤 외곽에 있습니다. 양곤중심지에서 약 30키로 가량 떨어진 곳에 있고 자동차로 사오십분 걸립니다.
담마마마까의 부지는 사만평이 넘어서 서울의 어지간한 대학 캠퍼스 면적과 비슷합니다. 집중할 수 있는 선원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숙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미얀마에는 수 많은 국제선원이 있는데 담마마마까가 가장 최근에 생겨서일까 가장 시설이 좋습니다. 꾸띠라 불리우는 숙소는 어느 곳이든지 일인일실에 일욕실이 기본입니다. 더구나 가장 현대식입니다.
숙소에는 기본적으로 에어컨이 설치 되어 있고 온수기가 설치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일인일실일욕실을 기본으로 한 것은 창건주 혜송스님의 원력에 따른 것입니다. 혜송스님에 따르면 1996년 처음으로 미얀마 마하시선원에서 수행했고 이후 여러 선원에 머물렀는데 환경이 열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인숙소만큼은 수행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개인숙소에 공을 들인 것은 수행을 대법당에서 모여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숙소에서도 정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라고 합니다.
담마마마까는 한국절인가 미얀마절인가
미얀마에서 담마마마까는 한국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선원 아치형 정문에 한글로 ‘담마마마까 고려사 국제선원’이라고 한글과 미얀마어로 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한국절은 아닙니다. 한국의 스님들과 수행자들, 그리고 불자들의 원력으로 이루어진 절이긴 하지만 선원을 미얀마에 기증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담마마마까의 선원장은 ‘에인다까’ 사야도입니다. 마하시사야도의 손상좌뻘 됩니다. 그런 에인다까 사야도는 미얀마에서 자애가 가장 높은 스님으로 알려져 있는 ‘우 쿤다라 비왐사’의 직제자이기도 합니다.
선원에는 약 이십명 가량의 미얀마 빅쿠와 사십명 가량의 띨라신(여성 출가자)가 살고 있습니다. 또한 육칠십명 가량의 미얀마 요기(재가수행자)가 정진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서는 스님을 포함하여 이십여명이 정진에 참여 했습니다. 모두 합하면 약 백오십명 가량 됩니다. 미얀마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사실상 미얀마 선원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혜송스님이 창건주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면으로 본다면 한국절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십이일동안 선원에서 살았는데
십이일동안 선원에서 살았습니다.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정진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짧은 기간입니다. 현재 미얀마 각국제선원에서는 상당한 숫자의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정진 중에 있습니다. 한달은 기본이고 몇 달 있는 사람도 있고 몇 년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하니 머나먼 남방국가에 와서 해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 봅니다.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십이일간의 일정은 수행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선원생활이 이런 것이다’라는 정도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39회 좌선을 했습니다. 더 할 수도 있었지만 첫 번째 주에는 지나치게 용쓰다가 다운되었고, 두번째 주에는 음식 때문에 다운 되어서 이틀을 손해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집중수행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원에 앉아 있으면 신비한 체험을 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기간의 정진에서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단지 앉아서 종칠 때까지 다리, 허리 등 ‘통증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선원에서는 끊임 없이 배의 호흡을 관찰하라고 합니다. 망상이 일어나면 바로 호흡으로 가라고 합니다. 행선할 때는 발바닥의 감촉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숙소에서는 일상적 사띠를 하라고 합니다. 문을 열 때 알아차림 하고, 문을 닫을 때 역시 알아차림 하라고 합니다. 대소변을 눌 때도 알아차림 하라고 합니다. 밥 먹을 때도 “넣음 넣음, 씹음 씹음, 삼킴 삼킴”하며 알아차림 하라고 합니다. 잠 잘 때를 빼고 하루 종일 사띠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행은 습관들이지 않으면 대단히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이라는 말 보다는 ‘수습(修習)’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고 합니다. 수행은 습관들이는 것과 생활화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언제 어디서나 사띠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의 불교가 면면히 전승 해 온 미얀마
이번 십이일간의 일정에서는 맛만 보고 왔습니다. 생업 때문에 오래 있을 수 없어서 ‘이런 것이 있구나’정도로 아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좌선에서 배의 호흡을 보는 것, 행선에서 발바닥의 감촉을 아는 것, 밥먹을 때나 심지어 대소변을 볼 때도 알아차림 하는 것은 각자 개인의 몫일 것입니다. 그런데 수행 못지 않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에서는 한번도 체험하지 못한 미얀마불교에 대한 것입니다.
미얀마불교는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살고자 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부처님당시의 원형이 가장 잘 보전 되어 왔다고 합니다. 불교의 발생지 인도에서는 불교가 사라지고 붉은 벽돌로 대표되는 유적만 남아 있지만, 미얀마에서는 부처님 당시의 불교가 면면히 전승 되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불교를 십이일동안 체험 했습니다.
자비계가 추가 되어 구계(九戒)가 되었는데
매일 새벽 세시 이십오분 가량에 일어났습니다. 그 시간에 종을 이십여분 치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벽 네시에 첫번째 좌선이 한시간 가량 시작됩니다. 새벽 5시가 되면 새벽예불이 약 20분 가량 진행됩니다. 이때 재가불자들은 ‘구계(九戒)’를 받아지니게 됩니다. 팔계가 아니라 구계입니다. 팔계에다 “모든 생명들에게 자비심으로 대하겠습니다.”라는 ‘자비계’가 추가 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계를 매일 받아 지니게 되는데 담마마마까에서만 있는 일이라 합니다. 이는 현재 에인다까 사야도의 스승인 ‘우 쿤다라 비왐사’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 합니다. 우 쿤다라 비왐사는 멧따(慈愛)로 잘 알려진 사야도라 합니다.
구계를 매일 받아지니면 선원에 있는 한 자동적으로 지계가 됩니다. 또한 자동적으로 팔정도를 닦게 됩니다. 구계를 받아 지님에 따라 선원생활을 하면 정어, 정업, 정명은 자동적으로 지켜집니다. 또 좌선과 행선을 함에 따라 늘 알아차리려 노력하기 때문에 ‘정진’하는 것이 되고, 사띠를 유지하면 ‘정념’이 되고, 근접삼매의 상태에 이르면 ‘정정’이 됩니다. 배의 호흡을 관찰하여 있는 그대로 본다면 지혜가 생기는데 이는 ‘정견’이 되고, 망상이 들어 왔을 때 다시 호흡으로 되돌아 가면 ‘정사(정사유)’가 됩니다. 이는 팔정도를 수행의 관점에서 본 것입니다.
모든 과정을 노트에 기록하고
선원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오후불식입니다. 구계에서 여섯 번째 항목을 보면 “정오 이후(익일 새벽 5시까지)에 음식 먹지 않는 행을 잘 지키겠습니다.”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아침 여섯 시에는 죽이 나오고, 열한 시에는 점심이 나오는데 열두 시 이후에는 마시는 것 외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됩니다. 과일이나 과자, 초코렛도 먹어서는 안됩니다. 주스나 꿀은 마셔도 됩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적응되니 견딜만 합니다. 저녁식사라는 밥 먹는 일 하나만 줄어도 시간이 많이 확보 되는 듯 합니다.
십이일 동안의 선원생활에 갖가지 행사가 있었습니다. 첫번째 주에는 불사리탑 앞에서 삼일 동안 야단법석이 열렸습니다. 두번째 주에는 이번에 참가한 열네 명 중에 다섯 명이 머리를 깍고 사미계와 비구계를 받았습니다. 물론 단기출가입니다. 그 중에 한명은 스님입니다. 또한 에인다까 사야도의 월요법문 시간도 있었습니다. 처음 이틀간은 혜송스혜송스부터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았고 이후 매일 오후 두시에는 한국불자들은 한국관에 모여 에인다까 사야도 법문 녹음을 들었습니다. 인터뷰도 종종 있었습니다.
선원생활이 한가로운 같지만 시간표대로 한다면 매우 고된 것입니다. 더구나 각종선원 행사에 참여 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 듯합니다. 이와 같은 모든 과정을 노트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준비한 두꺼운 노트를 다 써서 추가로 노트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이를 일기체 형식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여 인터넷에 시리즈로 올릴 예정입니다.
담마마마까의 어머니 혜송스님
담마마마까는 선원장 에인다까사야도와 창건주 혜송스님 두 분에 의해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에인다까 사야도가 ‘담마마마까의 아버지’와 같은 역할이라면, 혜송스님은 ‘담마마마까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혜송스님은 한국의 수행자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미얀마 내에 여러 국제선원이 있지만 특히 담마마마까는 한국인 수행자를 위한 절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갑니다.
사야도의 축원 압빠마데나(appamādena)
매일 새벽 예불을 하고 매일 구계를 받아 지닙니다. 예불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야도의 축원입니다. 예불문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데 이는 부처님이 열반에 들 때 최후로 말씀하신 ‘압빠마데나 삼빠데타(appamādena sampādethā)’에 대한 것입니다. 이를 한자어로는 불방일정진이라 하고 우리말로는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D16.125)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압빠마다(appamāda)는 불방일의 뜻으로 주석에 따르면 싸띠와 동의라 합니다. 그래서 ‘압빠마데나 삼빠데타’에 대하여 “새김을 잃어버리지 말고 모든 해야 할 일을 성취하라.”(Smv.593)라는 뜻이라 합니다. 그래서일까 아름다운 미얀마어 운율로 낭송하는 사야도의 축원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음이 아름다운 수행자들이여! 지금 여러분은 삼귀의와 9계(5계)를 서원함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계장엄을 하였습니다. 이 공덕으로 아빠마데나를 완성하십시오. 아빠마데나란 부처님 일생의 가르침이며 유훈입니다. 아빠마데나란 걸을 때도 잊지 않고 싸띠하며, 서 있을 때도 잊지 않고 싸띠하며, 앉아 있을 때도 잊지 않고 싸띠하며, 누워 있을 때도 잊지 않고 싸띠하는 것입니다. 또 볼 때도 싸띠하고, 들을 때도 싸띠하고, 냄새에도, 먹을 때에도, 접촉할 때에도, 생각이 날 때에도, 잊지 않고 알아차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노력으로 24시간 이어지는 싸띠를 충분하고 완전하게 성취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2019-01-1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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