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감각기능과 재생연결식, 담마와나선원 아비담마강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선천적으로 눈이 멀었거나 귀가 먼 경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비담마에 따르면 업보에 따른 것으로 본다. 행위에 대한 과보가 익어서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이론에 이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업과 업의 작용 외 달리 마땅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019년 3월 3일 담마와나선원 아비담마 강좌에서 재생연결식에 대하여 들었다. 빠알리어로 빠띠산디빈냐나(paṭisandhiviññāṇa)라 말하는 재생연결식은 결생식이라고도 한다. 결생을 뜻하는 빠띠산디(paṭisandhi)라는 말이 니까야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유사한 단어가 있다. 그것은 ‘다시 시작되는 존재(renewed existence)’라는 뜻을 가진 ‘punabbhava’라는 말과 ‘일어남(arising)의 뜻을 지닌 ‘abhinibbatti’라는 말이다.
다시 시작되는 존재라는 뜻을 가진 ‘punabbhava’에 대하여 빠알리사전을 찾아 보았다. 사전에 따르면 경에서는 ‘rebirth’의 의미라 한다. 그리고 문자적으로 재생을 뜻하는 빠띠산디(paṭisandhi)와 같은 의미라 한다. 경에서 ‘punabbhava’들어간 문장을 보면 “natthi dāni punabbhavo”가 있다. 이 말은 “더 이상 다시 시작되는 존재로 태어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아라한 선언에 나오는 말이다.
빠알리니까야에서 백미는 아라한 선언이다. 청정한 삶을 살아서 마침내 모든 오염원이 소멸 되었을 때 자기자신이 잘 알게 된다. 그때 수행자는 스스로 “나의 해탈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태어남의 끝이다. 더 이상 윤회는 없다.(akuppā me vimutti, ayamantimā jāti, natthi dāni punabbhavo”(M26)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재성선생은 punabbhava에 대하여 윤회라고 번역했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나의 해탈은 확고부동하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태어남이다. 더 이상 다시 태어남[再生]은 없다.”라고 번역했다. 이처럼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punabbhava에 대하여 재생이라 번역했다. 윤회 또는 재생을 뜻하는 punabbhava가 들어가 있는 경은 빠알리삼장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재생연결의 순간
논장에서 재생 또는 결생의 뜻으로 사용되는 paṭisandhi라는 말은 니까야에서는 punabbhava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결생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그것을 인간과 죽음과 결생의 차제를 통해서 밝혀보자. 곧, 과거의 존재에서 자연사나 사고사로 죽음에 다다른 자에게는 일체의 사지와 지체를 연결하는 관절을 끊는 빈사의 고통을 주는 참기 어려운 고통의 비수가 떨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여, 폭염에 놓인 종려나무의 푸른 잎처럼 신체가 초췌해져서, 시각 등의 능력이 소멸하고 마음의 물적 토대만으로 존립하는 촉각능력-정신능력-명근이 있을 때 그 찰나만 잔존하는 마음의 물적 토대에 의지된 의식이 무겁거나 습관화 되었거나 임종에 가깝거나, 과거에 지은 업 가운데 어떤 남은 조건이라 불리는 업 또는 그것에서 일어난 업의 인상 또는 존재의 운명이라 인상이라고 하는 경계를 조건으로 일어난다. 그것이 이와 같이 일어나면서 갈애와 무명이 끊어지지 않는 까닭에 무명에 의해 위험이 은폐된 그 경계에 갈애가 의식을 향하게 하며 함께 생겨난 형성이 의식을 던진다. 그 의식은 상속을 통해 갈애에 의해서 지향하게 되고 또한 형성에 의해서 던져지며, 차안의 나무에 묶인 밧줄에 의지하여 수로를 뛰어넘는 것처럼, 이전의 의지치를 버리고 업에서 생겨난 다른 의지처를 잡거나 잡지 못하거나하면서 대상 등의 조건을 통해서 일어난다.”(Vism.17.163)
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 전재성선생의 번역이다. 죽음의 순간에 있어서 재생연결의 과정을 표현해 놓은 것이다. 여기서 ‘마음의 물적토대’라는 것은 심장토대를 말한다.
임종순간을 보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업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음의 물적 토대에 의지된 의식이 무겁거나 습관화 되었거나 임종에 가깝거나, 과거에 지은 업 가운데 어떤 남은 조건이라 불리는 업 또는 그것에서 일어난 업의 인상 또는 존재의 운명이라 인상이라고 하는 경계를 조건으로 일어난다.”라는 문구로 알 수 있다. 무거운 업, 습관화 된 업, 임종때 일어나는 업, 과거에 지은 업 순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무거운 업을 지은 자에게
무거운 업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일생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살인을 했다면 항상 마음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산그늘의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 악업을 지닌 자에게는 “그것들은 그에게 걸린다.”(M129.9)라는 경전의 문구를 말한다.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수행승들이여, 어리석은 자가 의자 위에 올라 앉거나 침대위에 올라눕거나 땅바닥에서 쉬거나 할 때, 그는 과거에 저지른 악한 행위, 즉 신체적 악행, 언어적 악행, 정신적 악행이 있다면, 그것들이 그때마다 그에게 걸리고 매달리고 드리워진다. 수행승들이여, 이를테면, 커다란 산봉우리의 그림자가 저녁무렵에 지상에 걸리고 매달리고 드리워지는 것과 같다.”(M129.9)
살인을 하는 등 무거운 업을 지은 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아무리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 하지만 자신만은 속이지 못한다. 아무리 잊어 버리려 해도 잊어 버릴 수 없다. 평생 마음의 그림자로 드리워져 사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다. 업력에 압도 되는 것이다.
임종에 이르렀을 때 마치 산그늘 지듯이 드리워지는 것이라 했다. 이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임종의 침대에 누운 자의 정신의 문에 그가 쌓았던 그대로의 악업이나 악업의 인상이 나타난다.”(Vism.17.136)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재생연결식의 대상이 나타난 것을 말한다. 악업과 악업의 표상, 또는 태어날 곳의 표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살인 행위 장면이 나타나거나 지옥 불구덩이가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업이나 업의 표상, 태어날 곳의 표상을 대상으로 재생연결식이 일어날 때 지옥과 같은 악처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암호문 같은 89가지 마음의 도표
아비담마에서는 재생연결식에 대하여 네 가지로 설명한다. 악처의 재생연결, 욕계선처의 재생연결, 색계의 재생연결, 무색계의 재생연결을 말한다. 이와 같은 재생연결식은 모두 19가지가 있다. 이는 마음의 구조에 대한 것이다. 마음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마음도표를 보아야 한다. 마치 암호문처럼 되어 있는 89가지 마음 도표를 말한다.
마음도표에서 재생연결식 19가지를 보면 크게 원인 없는 것과 원인 있는 것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기서 원인이 없다는 것은 무탐, 무진, 무치의 원인이 없음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산 자를 말한다. 원인이 있다는 것은 무탐, 무진, 무치의 원인이 있음을 말하는데, 이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소멸하는 삶을 산 자에게 해당된다.
탐진치와 십악행
대부분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살아간다. 이것은 다름 아닌 원인을 가지지 않는 재생연결식이 되기 쉽다. 마음도표에서 해로운 과보라 일컬어지는 5가지 마음(13번-17번)을 말한다. 이들 마음은 19번 평온-조사하는 마음을 통로로 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어난다. 그런데 경에 따르면 탐, 진, 치로 살아가면 악처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심소에 따라 해로운 마음과 유익한 마음으로 구분된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은 해로운 심소에 속한다. 그런데 해로운 심소는 해로운 행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를 십악행이라 한다. 이는 니까야에서 “1)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 2)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이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3) 삿된 음행을 하는 것이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4)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5) 이간질하는 것이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6) 욕지거리하는 것이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7) 꾸며대는 것이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8) 욕심이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9) 분노가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고,10) 삿된 견해가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라고 합니다.”(M9)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십악행은 크게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행위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악행을 하는 것은 탐, 진, 치 등과 같은 해로운 심소와 결합되었을 때 나타난다. 그 결과 악업을 짓게 되며 악처에 태어나는 원인이 된다.
악처로 태어나는 통로가 있는데
악업을 지으면 악처에 태어난다. 그런데 악처로 태어나는 통로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도표에서는 19번 평온이 함께 하는 조사마음이 재생연결의 통로가 된다. 이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그것을 조건으로 생성되어 등록이 끝나는 통각의 인식과정의 직후에 존재지속의 고리를 대상으로 죽음의 마음이 생겨난다. 그것이 소멸할 때 거기에 나타난 업이나 업의 인상을 조건으로 끊어지지 않은 오염의 힘에 의해서 향하는 나쁜 존재의 운명에 속하는 결생의 마음이 일어난다.”(Vism.17.136)라고 했다. 여기서 통각은 인식과정 17단계에서 자와나를 말한다. 존재지속심은 바왕가를 말한다.
마음도표를 보면 악처로 재생연결이 되는 마음은 ‘평온-안식(13), 평온-이식(14), 평온-비식(15), 평온-설식(16), 괴로운-신식(17)’이라는 해로운 마음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탐, 진, 치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탐, 진, 치로 산다는 사실이다. 탐, 진, 치로 산다는 것은 십악행으로 사는 것임을 말한다. 그런데 십악행으로 살면 악처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악처를 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탐, 진, 치로 살아서 십악행을 하면 악처를 면할 수 없다. 이는 임종순간에 나타난다. 마음도표를 보면 19번 평온-조사하는 마음을 통로로 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어난다.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동물과 같은 삶을 사는 자는 악처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마음도표에서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나타내고 있다.
다섯 가지 감각기능과 재생연결식
감각적 욕망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의 욕망을 즐기려는 것을 말한다. 눈, 귀, 코, 혀, 몸으로 대상을 즐기는 것이다. 이처럼 즐기는 삶을 살았을 때 탐, 진, 치로 사는 것이 되고, 이렇게 살면 십악행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가 비록 인간으로 살고 있지만 임종순간에는 악처로 가기 쉽다. 그래서 청정도론에서는 그 악행을 대상으로 하는 결생식이 일어난다고 했다. 또한 “다른 자에게는 임종의 때 이미 언급한 유형의 업에 의해서 지옥 등의 화염의 색깔 등의 나쁜 곳의 인상이 정신의 문에 나타난다.”(Vism.17.137)라고 했다. 임종순간에 지옥불이 보일 때 그 지옥불을 대상으로 재생연결식이 일어나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다.
또 청정도론에서는 “또한 다른 자에게는 임종의 때, 다섯 감관의 문에 어떤 탐욕 등의 원인이 되는 열등한 대상이 나타난다.” (Vism.17.138)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임종 때의 다섯 감관의 문이란 ‘평온-안식(13), 평온-이식(14), 평온-비식(15), 평온-설식(16), 괴로운-신식(17)’을 말한다. 이 다섯 문에서 열등한 대상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는 무엇을 말할까? 예를 들어 눈으로 지옥불을 본다면 이 지옥불을 대상으로 19번을 통로로 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어날 것이다. 귀로 절규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역시 절규하는 소리를 대상으로 하여 19번을 통로로 하는 재생연결식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17번을 보면 괴로운-신식이라 했다. 고통스럽게 죽는 것을 말한다. 고통스럽게 죽어도 악처에 태어남을 말한다. 이렇게 다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열등한 대상이 보이거나 들리거나 냄새나거나 접촉 되었을 때 이를 대상으로 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어나는데 19번을 통로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악처에 태어나는 것이라 한다.
임종순간 감각기관 단속이 왜 중요한가
마음도표를 보면 안, 이, 비, 설, 신에 대한 것이 있다. 이와 같은 감각기관은 두 번 나온다. 하나는 해로운 과보에 대한 것이고 또하나는 유익한 과보에 대한 것이다. 유익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탐, 진, 치를 소멸하는 삶을 산 것을 말한다. 이는 다름 아닌 십선행의 삶이다. 몸으로, 말로, 생각으로 허물 짓지 않는 삶을 말한다. 그런데 마음 도표를 보면 다섯 가지 감각기관에 대한 것은 20번에서 24번으로 다섯 가지로 ‘유익한 과보’라 한다. 또 한그룹이 있는데 이는 39번에서 46번까지로 여덟 가지인데 ‘욕계 큰 유익한 과보’라 한다.
마음도표에서 안, 이, 비, 설, 신에 대한 것은 현재를 나타내는 것이다. 임종순간에서도 다섯 가지 감각기관에 따른 마음은 내생을 결정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임종순간에 선업을 지었다면, 그것도 큰 유익한 업을 지었다면 선처에 태어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임종의 침대에 누운 자의 문에 그가 쌓았던 그대로의 허물 없는 업이나 허물 없는 업의 인상이 나타난다.”(Vism.17.140)라고 했다. 한가지 예를 든다면 “천상계의 유원-궁전-여의수 등의 모습이라고 불리우는 좋은 존재의 운명의 인상이 정신세계에 나타난다.” (Vism.17.140)라고 했다. 임종의 순간 시각에 나타난 것이다. 이 표상을 대상으로 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어났을 때 27번을 통로로 하는 재생연결식이 일어나서 천상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임종순간에 감각기관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선업을 지은 자에게는 ‘평온-안식(20), 평온-이식(21), 평온-비식(22), 평온-설식(23), 즐거운-신식(24)’이 있다. 임종의 순간에는 감각기관으로 받아 들이는 것에 따라 태어날 곳이 결정된다. 청정도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또한 다른 자에게는 임종의 때 친지들이 “여보시오, 그대를 위하여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니, 마음을 청정하게 하십시오.”라고 말하며, 화환-깃발 등을 통해서 형상의 대상 또는 가르침의 청문과 음악의 공양 등에 의한 소리의 대상, 또는 향연과 훈향 등에 의한 냄새의 대상, 또는 “여보시오, 그대를 위하여 보시할 시물을 맛보시오.”라고 말하며 맛보게 하는 꿀과 당밀 등에 의한 맛의 대상, “여보시오, 그대를 위하여 보시할 이 시물을 만져 보시오.”라고 말하며 접촉하게 하는 지나포, 쏘마리포 등에 의한 감촉의 대상을 다섯 감각의 문에 가져온다.”(Vism.17.142)
임종의 순간에 마음을 청정하게 해 주면 그 청정한 마음을 대상으로 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선처에 태어날 것이라 한다. 그래서 눈으로는 부처님 형상 등을 보여 주고, 귀로는 경전 독송을 들려 주면 좋을 것이라 한다. 그런데 안, 이, 비, 설과 다르게 신은 즐거운-신식(24)이라 되어 있다. 안, 이, 비, 설의 경우 평온이 함께 하는 것과 다른 것이다. 즐거운-신식(24)이라 했을 때 괴로운-신식(17)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몸이 안락한 상태를 말한다. 안락한 상태로 임종을 맞았을 때 선처에 날 것이라 한다.
육체적 정신적 장애에 대하여
인간은 선처에 해당된다. 그런데 인간으로 태어나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도 있다. 이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착하고 건전한 것의 이숙적-무인적 정신의식세계는 인간계로서 태어날 때부터 맹인으로, 태어날 때부터 농아로, 태어날 때부터 정신착란자로,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 중성자 등 가운데 결생이 된다.”(Vism.17.134)라고 했다.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에 대하여 ‘이숙적-무인적’이라 했다. 여기서 무인적이라는 말은 무탐, 무진, 무치를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탐, 진, 치로 살아간다. 탐, 진, 치로 산다는 것은 십악행을 하는 삶이기 때문에 악처를 면할 수 없다. 그런데 탐, 진, 치로 사는 자 중에는 때로 공덕이 되는 행위를 하며 사는 자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인간으로 태어나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에서는 이와 다르다.
맛지마니까야 ‘어리석은 자와 현명한 자의 경’(M129)에 따르면 ‘눈먼 거북이 비유’가 있다. 이는 “한번 타락한 곳에 떨어진 어리석은 자가 인간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보다 빠르다.”(M129)라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한번 악처에 태어나면 인간의 지위를 얻기가 매우 어려움을 말한다. 설령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낮은 지위가 될 것이라 한다.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수행승들이여, 거기에는 법다운 실천이 없고, 바른 실천이 없고, 착한 실천이 없고, 공덕 있는 실천이 없다. 수행승들이여, 거기에는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약육강식만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그 어리석은 자는 오랜 세월이 지나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인간의 몸을 얻는다면, 그때마다 비천한 가문 즉 짠달라의 가문, 사냥꾼의 가문, 죽세공의 가문, 수레공의 가문, 백정의 가문과 같은 가난하고 음식이 모자라고 곤궁하게 사는 가문에 다시 태어난다. 그곳에서는 음식과 의복을 얻기도 힘들다. 그는 용모가 악하고 모습이 추하고 왜소하고 질병이 많고, 눈멀거나 팔병신이거나 절름발이이거나 반신불수이고, 음식, 의복, 수레, 화환, 향료, 크림, 침대, 집, 등불을 얻지 못한다. 그는 신체적으로 악행을 하고 언어적으로 악행을 하고 정신적으로 악행을 한다. 신체적으로 악행을 하고 언어적으로 악행을 하고 정신적으로 악행을 하고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난다.”(M129.33)
축생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약육강식의 축생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맹구우목 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악처에서 선처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축생의 세계에서는 대단히 희귀한 케이스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으로 태어났을 경우 낮은 지위로 태어날 것이라 한다.
무탐, 무진, 무치라는 원인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탐, 진, 치로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이는 십악행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어리석은 자가 신체적으로 악행을 하고, 언어적으로 악행을 하고, 정신적으로 악행을 하고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곳, 지옥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 훨씬 커다란 패배이다.”(M129.34)라 했다. 여기서 커다란 패배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신, 구, 의 삼업에 따른 악업으로 악처에 태어난 자가, 그러한 업이 남아 남아 있어서 인간의 상태로 다시 태어나면 낮은 지위로 태어나는데, 그가 다시 한번 신, 구, 의 악업을 지으면 그는 다시 악처에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착하게 사는 것 보다 지혜롭게 살아야
아비담마에는 모두 19가지 재생연결식이 있다. 그 중에서 악처의 통로가 되는 것은 마음도표에서 19번이다. 해로운 마음을 내었을 때 해로운 과보가 익으면 악처에 떨어진다. 해로운 마음은 크게 탐욕을 뿌리로 하는 마음 8개와 성냄을 뿌리로 하는 마음 2개, 어리석음을 뿌리로 하는 마음 2가지를 말하다. 모두 12개의 해로운 마음이 있는 것이다.
해로운 마음은 해로운 심소에 따른 것이다. 해로운 마음의 근본 뿌리는 탐, 진, 치이다. 탐, 진, 치가 일어나면 해로운 마음이 되는데 이는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악업을 짓게 만드는데 이를 십악행이라 한다. 탐, 진, 치의 삶을 산다는 것은 결국 십악행의 삶을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착하게 살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착하게 사는 것 보다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지혜롭게 살려면 가르침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 안에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 있다. 특히 아비담마를 알면 지혜롭게 살 수 있다. 아비담마를 공부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2019-03-0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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