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미세하게 관찰해야 법을 볼 수 있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9. 6. 15. 12:15

 

 

 

미세하게 관찰해야 법을 볼 수 있다

 

 

 

 

 

전철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을 본다.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이다. 대체로 피곤한 모습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서민들이 대다수이다. 누군가 기침을 한다. 혹시 감기 걸린 사람일지 모른다. 몸의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비좁고 메마른 공간에서 감염될 수 있다. 사람냄새가 난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은 찌렁내가 심하다. 모두 피해 있다. 가장 빠르고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을 타지 않을 수 없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전철이나 지하철만한 것이 없다.

 

 

 

2019 6 14일 삼송역 부근에 있는 삼송테크노밸리로 향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KPTS)가 있는 곳이다. 6월 첫번째 니까야강독모임이 열리는 날이다. 늘 보는 얼굴들이다.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선생들이 다시 나왔다. 잘 단장된 서고는 쾌적하고 아늑하다. 유리벽 공사를 하고 인테리어를 했기 때문이다.

 

 

 

 

 

 

 

미세지(微細智)에 대하여

 

 

 

예경문과 삼귀의와 오계를 합송했다. 그리고 십분 가량 입정했다. 해가 무척 길어졌다. 겨울 같았으면 밖이 컴컴했을텐데 오후 7시가 넘어도 대낮처럼 밝다. 교재 생활속의 명상수행에 실려 있는 네 가지 미세한 통찰을 함께 독송했다.

 

 

 

 

 

Idha bhikkhave bhikkhu rūpasokhummena samannāgato hoti paramena, tena ca rūpasokhummena añña rūpasokhumma uttaritara vā paītatara vā na samanupassati. Tena ca rūpasokhummena añña rūpasokhumma uttaritara vā paītatara vā na pattheti.

 

 

 

수행들이여, 세상에 수행승이 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보다 더 탁월하고 더 수승한 다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을 보지 못하고, 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보다 더 탁월하고 더 수승한 다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을 바라지도 않는, 그러한 궁극적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을 갖춘다.”(AN.II.17, A4.16)

 

 

 

 

 

앙굿따라니까야 미세한 통찰의 경’(A4.16)이다. 오온에 대한 것으로 이후 문장을 보면 물질 대신에 느낌, 지각, 형성만 바꾸어 넣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의식(viññāa)에 대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경에서 왜 의식이 빠져 있을까? 이는 통찰이라는 말로 알 수 있다. 각주에 따르면 네 가지가 의식과 더불어 다섯 가지 존재의 다발[五蘊]을 구성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물질, 느낌, 지각, 형성을 관찰하면 분별하여 아는 마음, 즉 의식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에서미세한 통찰(sokhummani)’을 한역으로 미세지(微細智)라고 한다. 주석에 따르면 미세한 특징을 꿰뚫는 앎을 말한다. 미세한 특징이란 다름 아닌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물질, 느낌, 지각, 형성을 관찰했을 때 얻어지는 지혜가 미세지이다.

 

 

 

전재성선생에 따르면 거치른 관찰과 미세한 관찰이 있다고 했다. 거치른 것은 오욕락과 관련이 있다. 눈과 귀 등 감각기관으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즐거움에 취하면 이 세상은 항상하고 즐거운 것이고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술취한 자가 보는 세상도 그럴 것이다. 거치른 관찰로서는 무상, , 무아를 볼 수 없음을 말한다. 반면에 미세한 관찰을 하면 무상, , 무아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부처님이 우리 몸과 마음을 오온으로 나누어 각각 분석하여 관찰한 것이 대표적이다.

 

 

 

깔라빠(kalāpa), 극미취(極微聚)에 대하여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궁극에 이를 것이다. 현대물리학에서는 물질은 입자이면서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무상하고 실체가 없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아비담마 논장에 따르면 물질을 미세하게 통찰 하면 깔라빠(kalāpa)’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깔라빠가 소립자와 같은 구조는 아니다. 전재성 선생의 설명에 따르면 집합체라고 한다. 독일어로는 구루페(grupe)라고 하고, 영어로는 그룹(group)이라고 한다. 이는 원자적 집합체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전재성선생은 청정도론을 번역할 때 깔라빠에 대하여 극미취(極微聚)’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깔라빠까 아무리 미세해도 현대물리학에서 말하는 알갱이와 같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깔라빠는 그룹으로된 물질의 최소단위이다.

 

 

 

아비담마에서 말하는 물질은 모두 28가지이다. , , , 풍 이렇게 사대와 같은 네 가지 근본물질을 비롯하여 24가지 파생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파생물질은 눈, , , 등 감각기관과 몸, 형상, 소리 등 감각대상과 여성, 남성, 심장토대 등이 있고 허공, 몸의 암시 등과 같은 추상물질이 있다. 이와 같은 물질에 대하여 부처님은 네 가지 광대한 존재, 또는 네 가지 광대한 존재에서 파생된 물질을 색이라고 한다.”(S12.2)라고 하여 물질에 대하여 정의해 놓았다. 물질이라는 것이 사대와 파생물질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물질에 대하여 형태라 하여 개념으로 보고 있다. 명색을 정신-물질이 아니라 이름-형태로 보고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초기경전에서 분명하게 명색에 대하여 그리고 수행승들이여, 명색이란 무엇인가? 그것에는 느낌, 지각, 의도, 접촉, 정신활동이 있으니 이것을 명이라고 부르고, 네 가지 광대한 존재, 또는 네 가지 광대한 존재에서 파생된 물질을 색이라고 한다.”(S12.2)라고 명확하게 정의해 놓았다.

 

 

 

물질을 관찰한다는 것은 지대, 수대, 화대, 풍대와 같은 네 가지 근본물질뿐만 아니라 파생물질도 관찰함을 말한다. 그런데 28가지 물질은 깔라빠라고 불리우는 작은물질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깔라빠는 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없다. 미얀마 멤 틴 몬이 지은 붓다아비담마에 따르면 인간계에 있는 깔라빠의 크기는 원자보다 더 작은 극미입자의 10에 마이너스 5승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깔라빠는 크기가 전자, 양자, 중성자에 비유 될 수 있다.”(붓다아비담마, 311-312)라고 했다. 이와 같은 깔라빠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이 있다.

 

 

 

 

 

“(1) 한 깔라빠의 모든 물질은 함께 일어난다. 즉 그것들은 공통의 발생을 갖는다. (2) 한 깔라빠의 모든 물질은 또한 함께 소멸한다. 즉 그것들은 공통의 소멸을 갖는다. (3) 한 깔라빠의 모든 물질이 일어나기 위해 깔라빠에 존재하는 4가지 필수 요소[四大]에 의지한다. 즉 그것들은 공통의 의지처를 갖는다. (4) 한 깔라빠의 모든 물질은 너무 철저하게 섞여 있어서 구별될 수 없다. 즉 그것들은 공존한다.”(붓다아비담마, 311)

 

 

 

 

 

모든 물질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는 깔라빠는 그룹으로 된 미세한 것으로 생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깔라빠에는 지, , , 풍이라 부르는 사대라는 근본물질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몸이 사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미세하게 관찰해야 법을 볼 수 있다

 

 

 

전재성 선생에 따르면 미세한 것의 본질은 무상, , 무아에 있다고 했다. 우리가 몸과 마음을 오온으로 분석하여 미세하게 보는 것도 무상, , 무아를 보기 위한 것이다. 물질을 예로 든다면 사대를 관찰하는 것이다. 전재성선생은 맛지마니까야 라훌라에 대한 가르침의 큰 경’(M62)을 예로 들었다. 땅에 대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라훌라여, 무엇이 땅의 세계인가? 안에 있는 땅의 세계와 밖에 있는 땅의 세계가 있다. 라훌라여, 안에 있는 각각의 거칠고 견고한 것과 그것에서 파생된 것, 예를 들어 머리카락, 몸털, 손톱, 이빨, 피부, 고기, 근육, , 골수, 신장, 심장, 간장, 늑막, 비장, , 창자, 장간막, 위장, , 그리고 기타의 개체적이고 거칠고 견고한 것과 그것에서 파생된 것은 무엇이든지 그것을, 라훌라여, 안에 있는 땅의 세계라고 한다. 이와 같이 안에 있는 땅의 세계와 밖에 있는 땅의 세계를 땅의 세계라고 한다. 그것을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아니고,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이와 같이 올바른 지혜로써 있는 그대로 관찰해야 한다. 이와 같이 그것을 올바른 지혜로써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땅의 세계를 멀리 떠나 땅의 세계로부터 마음을 정화시켜야 한다.”(M6.6)

 

 

 

 

 

땅의 요소에 대하여 거칠고 견고한 것이라고 했다. 몸 안에 있는 것에 대하여 머리카락 등을 들었다. 머리카락이 땅의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에는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도 있지만 땅의 요소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땅의 요소라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땅의 요소를 잘 관찰하면 무상, , 무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물질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아니고,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것에 물질의 어느 것이든지 대입할 수 있다. 자신의 눈이 아름답다면 눈은 나의 것이 아니고, 눈이야말로 내가 아니고, 눈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태도는 느낌, 지각, 형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세하게 관찰해야 법을 볼 수 있다. , , , 풍 사대가 무상, , 무인 것을 알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야 한다. 경에서는 호흡수행(ānāpānasati)을 말하고 있다. 호흡수행을 닦고 반복하여 익히면 커다란 과보와 공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 가르침은 수행과 관련이 있다. 특히 오온의 가르침이 그렇다. 부처님이 물질, 느낌, 지각, 형성에 대하여 미세하게 통찰하라고 한 것은 수행하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 없다.

 

 

 

분별해서 아는 지혜 윈냐나(viññāa: 意識)

 

 

 

니까야독송모임에서 독송한 미세한 통찰의 경은 수행에 대한 것이다. 수행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세지(微細智)에 대한 것이다. 물질을 지, , , 풍으로 통찰하면 미세지를 얻을 수 있는데 그 특징은 무상, , 무아라고 했다. 느낌도, 지각도, 형성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의식(viññāa)은 제외이다. 의식은 네 가지에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의식을 통찰지라고 한다. 오온에 있어서 의식에 대하여 빤딧짜 스님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알기 쉽게 써 놓았다.

 

 

 

 

 

우리가 열심히 관찰하여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다시 뒤에서 다른 어떤 놈이 전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수---식 중에서 식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앎인 식에 를 갖다 붙여서 아는 내가 주인공이라고, 그것이 나라고 착각합니다.”(11일간의 특별한 수업, 352)

 

 

 

 

 

의식을 나 또는 주인공이라고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의식은 색, , , 행에서 관찰하는 마음, 즉 사띠하는 것을 아는 마음이다. 이를 노팅(noting)한 것을 왓칭(watching)한다고도 말한다. 아는 것을 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의식에 대하여 나의 것, 내것, 나의 자아라고 하면 외도의 길로 빠진다는 것이다.

 

 

 

대상을 거칠게 파악하면 세상과 자아에 대하여 영원하고 즐거운 것이고 실체가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수행을 하여 대상을 미세하게 파악하면 생멸현상을 볼 수가 있기 때문에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좌선을 하고 행선을 하는 것은 대상에 대하여 미세하게 파악하기 위함이다.

 

 

 

복부관찰을 할 때 배가 부풀어 오르면 부풂이라고 관찰하고, 꺼지면 꺼짐이라고 관찰한다. 이렇게 부품과 꺼짐에 대하여 관찰하는 것에 대하여 사띠한다고 말한다. 행선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발을 들어 올릴 때 올림이라고 관찰한다. 이동할 때 이라고 관찰한다. 이렇게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관찰하면 점점 집중이 된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결국 생멸현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멸하는 것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고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이 지혜이다. 그래서 분별해서 아는 지혜라 하여 윈냐나(viññāa: 意識)라고 한다. 이런 분별지가 미세지이고 통찰지라고 볼 수 있다.

 

 

 

 

 

물질의 미세한 통찰과

 

느낌의 발생과

 

거기서 지각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알고

 

형성을 타자로 괴로운 것으로

 

자아가 아닌 것으로 안다네.

 

이렇게 올바로 보는 수행승이

 

고요하고 적멸의 경지를 즐긴다면

 

악마와 그 권속을 이기고

 

그 최후의 몸을 성취하리라.”(A.4.16)

 

 

 

 

 

이 시대 최고의 수행지침서 위빳사나수행 28

 

 

 

니까야강독모임에서는 진도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번 모임에서도 짤막한 경 하나로 두 시간 동안 경청하고 토론했다. 담마는 마치 그물망 같아서 들어 올리면 줄줄이 달려 오는 것이다. 한단어, 한구절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곳 저곳에서 가져 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서 독송한 경은 위빠사나수행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위빠사나수행과 관련하여 최고의 수행지침서는 아마도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된 위빳사나수행 28일 것이다. 이 책을 여러 번 읽어 보았다. 일상에서나 집중수행할 때 교과서로 삼을 만 하다. 미얀마 찬먜사야도가 호주에서 28일 동안 법문한 것을 녹취해서 출간한 것이다. 1990년 대부터 미얀마 찬먜선원에서 오랜 기간 수행한 바 있는 케마 김도희선생이 편역한 것이다.

 

 

 

교학과 수행이 함께 가야 한다. 교학만 알면 반쪽만 아는 것이나 다름 없다. 좌선과 행선, 일상에서 수행을 해야만 담마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발간된 위빳사나수행 28는 최고의 수행지침서이다. 이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책을 가졌다.

 

 

 

 

 

 

 

연꽃이 필 때 두물머리 정혜사에서

 

 

 

담마를 경청하고, 담마를 배우고, 담마를 토론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수승하다. 새롭게 단장된 삼송역 빠알리성전협회에서 매달 한달에 두 번 열리고 있다. 다음 달에는 야외에서 열기로 했다. 강독모임 멤버 도현스님이 주지로 있는 남양주 정혜사에서 7 27()에 열린다.

 

 

 

정혜사는 온갖 꽃으로 장엄되어 있는 아름다운 절이다. 더구나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두물머리에 있어서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더구나 7월 말이면 연꽃이 절정이다. 오전에는 법문을 듣고 오후에는 두물머리로 산책을 나가는 일정이다.

 

 

 

연꽃이 필 때 두물머리 정혜사에서 니까야강독모임이 열린다.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 담마를 듣고, 담마를 배우고, 담마에 대하여 토론 하는 것은 더 없는 행복이다.

 

 

 

 

 

2019-06-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