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

내가 동기모임에 나가는 이유

담마다사 이병욱 2019. 8. 23. 09:37

 

 

내가 동기모임에 나가는 이유

 

 

 

 

 

흔히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한다. 또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한다. 끼리끼리 논다는 뜻이다. 탁월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탁월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저열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저열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들은 지혜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어리석은 자들은 어리석은 자들끼리 어울린다. 각자 성향에 따라, 처한 위치에 따라 끼리끼리 어울린다.

 

 

 

동기모임에 나갔다. 같은 학번 같은 학과 모임이다. 입학한지 올해로 40년 되었으니 40년동안 고락을 함께한 것이다. 경사와 조사가 있으면 참여 했으니 고락을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약관 20세 때 만나서 불혹과 지천명을 지나 이제 이순에 이르렀다. 이런 세월이어서일까 성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잘 숙성된 김치와도 같다. 잘 익은 포도주처럼 깊고 그윽한 맛도 난다.

 

 

 

사당동에서 만났다. 최근 모임을 하면 만나는 장소는 지하철2호선과 지하철4호선이 교차하는 사당역 부근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모임 하기 좋은 장소이다. 그래서일까 이곳 사당역 부근은 늘 모임을 갖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거의 8개월만이다. 매년 연말에 송년회를 갖는데 여름에 한번 더 모인다. 육개월에 한번은 만나는 것이다. 경사와 조사가 있으면 모인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는 경사도 없고 조사도 없다. 마침 TV에 동기가 나온 것을 계기로 모임을 갖게 되었다.

 

 

 

수산집에 자리 잡았다. 각종 해산물을 파는 집이다. 모두 9명이 모였다. 카톡방에 27명이 있는데 3분의 1에 해당된다. 못 오는 사람들은 각자 이유를 말했다. 대략 3분의 1에 해당된다. 나머지 3분의 1은 늘 그렇듯이 침묵모드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마도 최근 한일경제전쟁과 관련된 K동기라고 볼 수 있다. 모임을 주선하고 식당을 예약하고 밥값을 내었으니 그렇게 지칭할만하다.

 

 

 

 

 

 

 

동기 K TV에 나왔다. TV에 나오면 무언가 특별한 사람처럼 보인다. 보통사람들은 TV에 나올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K TV에 나와서 테스트베드를 조기에 구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대하여 반도체회사에 대하여 한말이냐고 물어 보았다. 정부에 대하여 한 말이라고 했다. 그때 당시 여당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1조원 예산을 편성하여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 하는데 지원 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장 올해 수천억원을 지원 하겠다는 것이다. 테스트베드 구축에 천억원 가량 드는데 한일경제전쟁을 치루는 입장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동기는 반도체와 인연이 매우 깊다. 한국에서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에 반도체 회사에 입사하여 거의 20년 가량 보냈다. 오늘날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 되는데 작은 힘이 된 것이다. 이후 반도체 재료를 만드는 회사에 입사하여 오늘날 재료부문 사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핵심 소재와 재료를 수출제한 하는 조치를 취함에 따라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 이럴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하루 빨리 국산화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여당이 초대한 자리에서 테스트베드 구축에 대하여 말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매스컴을 타게 됨에 따라 알게 되었다.

 

 

 

동기는 반도체전문가이다. 또한 반도체재료 전문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일경제전쟁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특히 반도체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인지에 대하여 물어 본 것이다. 이에 친구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을 이번에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아베의 도발이 오히려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더 높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일본은 포토레지스트와 불화가스 수출을 허용했다. 이런 조치에 대하여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제 일본은 믿을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자립하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장난에 휘말릴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어느 소재에 대하여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 물어 보았다. EUV라는 소재라고 했다. 현재 백프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소재라고 한다. 일본에서 10년동안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3년이내에 개발하여 국산화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정말 이렇게 국산화가 된다면 일본회사는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국내업체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을 먹여 살리는 것은 반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 하여 전자제품에는 필수적이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한국이 70% 이상 생산하여 종주국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될까? 사람들은 중국이 곧 따라잡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친구의 말을 들으니 5년 까지는 괜찮을 것이라고 한다. 기술격차가 5년 벌어진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열중쉬어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추격해 오면 또 다시 멀리 도망가야 한다. 그 사이에 미래 팔릴 상품을 개발해 놓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고 해도 반도체를 공략화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반도체 공정에 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정자체가 기술이기 때문에 쉽지 않음을 말한다. 중국에서 한국 엔지니어를 스카우트 하여 맹추격하고 있지만 수백개에 달하는 공정자체를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체공정에 대한 국산화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대국이다. 30여년전 외국 것을 카피해서 시작하다시피 했으나 이제는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전략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업계 종사자들의 태도이다. 내가 하는 일이 애국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그렇다. 베이비붐 세대의 애국심과 열정이 오늘날 한국을 지탱하고 있는 힘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동기모임은 다른 모임과 달리 특징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호기(豪氣)일 것이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활달하고 씩씩한 기상을 말한다. 같은 나이 같은 또래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래서일까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목 받는다. 호기를 부리면 다들 걱정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근심걱정 없는 사람 하나도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호기를 부리지만 속으로는 말 못할 고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임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반년 이상 되어서 만나는 모임이다.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 본다. 자주 모이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한번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공통적인 관심사는 세상 돌아 가는 이야기나 개인적인 이야기이기 쉽다. 어떤 이야기이든지 화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랑이기 쉽다. 호기를 특징으로 하는 동기모임에서 자랑스런 이야기, 성공스토리를 듣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동기모임을 하면 나오는 사람만 나오는 것 같다.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면 먹고 살만하기 때문에 나오는지 모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심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 쉽다. 이렇게 본다면 나올만한 처지가 안되어서 못 나오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 안나오기 시작하면 계속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주 보면 정든다는 말이 있듯이, 얼굴이 익숙해야 자주 나오는 것이다.

 

 

 

옛날에는 참으로 호기를 많이 부렸다. 그러나 지금은 동기들이 많이 성숙해진 것 같고 숙성된 것 같다. 남을 배려 하고 이해해 주는 아량과 여유가 보이는 것이다. 타인의 말을 잘 들어 주고 격려 해 주는 것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타인의 성공에 대해서는 함께 기뻐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점은 확실히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동기간에 우열이 없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출발은 비슷했을지 모르지만 4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잘 사는 사람도 있고 못 사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경제력 가지고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소유했다고 해서 그가 우월한 존재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기모임에서 우월감이나 열등감, 그리고 동등감을 따진다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모임이든지 시간과 돈과 정력을 필요로 한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모임에 나간다는 것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럴 때는 과연 모임이 시간과 돈과 정력을 필요로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그러나 동기모임은 조건이나 이유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임이 열리면 당연히 나가 보아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이익과 불이익을 따진다면 모임에 나오는 횟수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동기모임은 이익과는 무관한 것이다. 시간을 금쪽 같이 쓰는 사람에게는 손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모임에 나오는 것은 배려라고 본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고 본다. 이른바 성공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이 동기모임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귀중한 시간 내서 함께 밥한끼 먹는다는 것은 순수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 약관 그시절로 되돌아 가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에 먼 길 마다하지 않고 귀중한 시간 내서 참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모임은 별 것 아니다. 모임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특히 동기모임이 그렇다. 모여서 밥한끼 먹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다. 이것 이상 없다. 호기를 부릴 수 있지만 성숙되고 숙성되는 과정에서 점차 사라진다. 이제 남은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 그러고 보니 동기들이 점점 성숙되고 숙성되어 가는 것 같다. 이것이 내가 동기모임에 나가는 이유이다.

 

 

 

 

 

2019-08-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