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

절친(切親)의 조건에 대하여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16. 11:35

 

절친(切親)의 조건에 대하여

 

 

 

 

 

아침에 몸이 찌뿌둥하고 목이 칼칼하다. 잠을 잘 못 잔 것이다. 자정 넘어 귀가하여 잠들었으나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긴 밤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기억만큼은 즐거운 것이다. 어제 저녁에 동기모임을 가졌기 때문이다.

 

 

 

입학 40주년을 기념하여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11월 중순이기는 하지만 며칠 지나면 낙엽이 우수수 질 것이다. 도시에서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많은데 대개 1120일 전후하여 나목(裸木)이 된다. 아직 단풍이 절정일 때 동기모임을 가졌다. 그것도 11월에 갖는 연말송년모임이다.

 

 

 

모임에는 모이는 목적이 있다. 아무 이유없이 모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여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밥을 함께 먹는 것이다. 연말에 모이면 송년모임이 된다. 그런데 이번 동기모임은 좀 특별하다. 11월에 모이는 것도 그렇지만 입학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모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79년에 입학한 같은 학번, 같은 학과 모임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어느 모임이든지 10년 단위 모임은 의미가 있다. 그래서 10주년 행사를 한다. 20주년이나 30주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40주년이라니! 우리가 이렇게 오래 살았던가?

 

 

 

호텔에서 모임을

 

 

 

모임을 호텔에서 가졌다. 삼성역에 있는 인터콘티넨탈호텔이다. 호텔 1층 로비에 있는 서울파르나스 그랜드키친에서 모였다. 이름 그대로 커다란 주방이다. 그것도 럭셔리하다.

 

 

 

 

 

별도로 방이 마련되었다. 더구나 서비스해 주는 직원도 있었다. 무엇보다 음식의 질이 달랐다. 일반 부페와는 차별화된 것이다. 이렇게 호텔에서 모임을 갖게 된 것은 친구 C가 제안한 것이다. 그래서 C는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C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한 것이다. 세금을 많이 내서 정부로부터 표창장까지 받기도 한다. 일년에 반가량은 해외에서 보내는 비즈니스맨이기도 하다. 국내에 있을 때 동기모임이 열리면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늘 모임을 후원한다.

 

 

 

정말 오랜만에 나온 친구

 

 

 

모임에는 나오는 사람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얼굴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각자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빠짐없이 나오는 것은 모임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모임이라는 것이 반드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사모임도 조사모임도 있다. 이렇게 일년에 몇 차례 모임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람만 나오게 된다.

 

 

 

입학 40주년을 기념하여 그 동안 뜸 했던 친구들도 모습을 보였다. 늘 보던 친구들은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한다. 얼굴을 액면이라고 했을 때 액면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눈매라든가 입매 등 그 사람을 특징 짓는 모습은 그대로인 것이다. 다만 머리가 희어지고 머리가 벗겨지는 것으로 세월로 인한 변화가 감지한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서 정말 오랜만에 온 친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십여년 된 것 같다. 그때 당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었으나 큰 변화가 감지되었다. 액면은 그대로이지만 가장 큰 변화인 머리모양이 바뀐 것이다.

 

 

 

각자 돌아 가면서 한마디씩

 

 

 

모두 18명이 모였다. 최근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더 모일 수도 있었지만 해외출장 간 사람도 있고 지방에 살고 있어서 못 온 사람도 있다. 또 갑자기 일이 발생되어서 불참한 경우도 있다. 더 멀리 해외에 사는 친구들은 오고 싶어도 못 온다. 그러나 요즘은 카톡시대이기 때문에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모임에 참석은 못했어도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사진과 글을 통해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각자 돌아 가면서 한마디씩 했다. 일종의 3분 스피치시간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 등 근황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모두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다. 더 알려거든 개인적인 만남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차담이 좋다. 차담하면 30분 이야기할 것을 3시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비밀이 있는데

 

 

 

누구나 비밀이 있다. 누구나 말 못할 비밀도 있을 것이다. 말 못할 비밀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털어 놓지 않는다. 한때 유행했던 그대는 나의 인생이라는 노래가 있다. 커플이 부르면 가장 이상적인 노래라고 볼 수 있다. 가사 중에 우린 비밀이 없어요.”라는 말이 있다. 과연 부부사이에도 비밀은 없는 것일까?

 

 

 

부부사이에도 비밀은 있을 수 있다. 친구사이라도 비밀은 있을 수 있다. 비밀을 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라면 진짜 친한 사이라고 볼 수 있다. 대개 비밀은 단점이기 쉽다. 그래서 함부로 비밀을 털어 놓으면 약점이 되기 쉽다. 그래서일까 절친(切親)이 아니라면 털어 놓지 않는다.

 

 

 

절친(切親)의 조건에 대하여

 

 

 

친구도 친구나름이다. 정말로 가까운 사이라면 무엇이든지 털어 놓을 것이다. 그렇다면 절친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만났을 때 불편하면 그다지 좋은 친구는 아닐 것이다. 또 하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만나서 해가 된다면 좋은 친구라고 볼 수 없다.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친구가 좋은 친구(善友)’이다. 그래서 선우의 조건으로 “1)도움을 주는 친구, 2)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 같은 사람, 3)유익한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 4)연민할 줄 아는 사람”(D31.16) 이렇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좋은 친구가 있다면 좋지 않은 친구(惡友)’도 있을 것이다. 악우는 선우와 정반대가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악우는 “1)무엇이든 가져가기만 하는 사람, 2)말만 앞세우는 사람, 3)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 4)나쁜 짓거리에 동료가 되어 주는 사람”(D31.14)이라고 했다.

 

 

 

비밀을 털어 놓을 수 있다면

 

 

 

만나면 반갑고 만나면 도움이 되는 친구가 진짜 친구이다. 그러나 만나면 불편하고 만나면 손해가 되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 친구인척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대체로 이해관계가 떠난 모임에서는 좋은 친구가 많이 있다. 학교친구가 대표적이다. 학교친구는 이해관계에서 떠나 있기 때문에 10, 20, 30, 40년 되어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사회에서는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오래 가지 못한다. 사회친구가 대표적이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을 10, 20, 30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친구 중에는 가까운 친구도 있고 먼 친구도 있다. 요즘에는 아주 가까운 친구를 절친이라고 한다. 절친이라면 비밀도 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절친이라면 비밀이 단점이 되거나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사사이 보다 더 가까운 절친이라면 인생의 전부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절친에 대하여 “1)비밀을 털어 놓고, 2)비밀을 지켜 주고, 3)불행했을 때 버리지 않고, 4)목숨도 그를 위해 바치는 친구”(D31.16)라고 볼 수 있다.

 

 

 

밥 한끼 먹는 것으로

 

 

 

동기모임을 호텔에서 가졌다. 입학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행사인 것이다. 이 모든 비용을 부담한 친구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에 대하여 높게 평가한다.

 

 

 

모임은 모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모이지 않으면 모임이라고 말 할 수 없다. 아무리 바빠도 모임에 빠지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한두해가 아니다. 수십년째 만나고 있다. 만나면 반가운 친구들이다. 만나서 밥 한끼 먹는 것으로 그치지만 밥 한끼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비밀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만났을 때 도움을 주는 친구,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 같은 친구, 유익한 것을 가르쳐 주는 친구, 연민할 줄 아는 친구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오랜만에 동기들과 밥 한끼 먹고 즐거운 시간 가졌다.

 

 

 

 

 

 

 

 

 

2019-11-1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