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

“좌선 한판 어때?”철인(鐵人)친구와 함께

담마다사 이병욱 2020. 4. 18. 09:44

 

 

 

좌선 한판 어때?”철인(鐵人)친구와 함께

 

 

 

 

 

손님 대접에 차() 만한 것이 없다. 차를 나누면 대화가 부드럽다. 30분 이야기할 것을 3시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찾아왔다. 좀처럼 드문 일이다. 카톡이 왔갈레 사무실 주소를 알려 주었다. 찾아오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온다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만한고도 남을 친구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의 삶의 흔적을 보면 어떤 이익을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작은 사무실은 도심속 암자와 같다.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 요즘은 전화 걸려 오는 것도 별로 없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심산유곡에 홀로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바쁘다. 일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한다. 요즘에는 수행도 한다.

 

 

 

수행을 한다는 말이 조심스럽다. 예로 부터 수행한다거나 도닦는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비난받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수행한다는 사람이” “도닦는다는 사람이라며 비난하기 때문이다.

 

 

 

수행은 초보 단계에 지나지 않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앉아 있으려고 한다. 최근 며칠 간은 행선에 집중하고 있다. 불과 2미터가량 되는 카페트 위를 왕복하고 있다. 그래도 열 걸음 된다. 가급적 천천히 하려고 노력한다. 발의 움직임을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슬로모션이 된다.

 

 

 

순간순간 알아차림 하라고 하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그것도 모양을 보지 말고 실재를 보라고 했다. 발을 들었을 때 가벼움과 내렸을 때 무거움 같은 것이다. , , , 풍 사대를 보라는 것이다. 사대는 물질에 대한 것으로 궁극적 실재 중의 하나이다. 빠알리어로 빠라맛타담마(paramatthadhamma)라고 한다. 실재를 보려면 반복해야 한다. 마음을 대상에 집중하여 관찰하는 것이다.

 

 

 

우 조띠까 사야도의 수행지침서 마음의 지도에 따르면 대상에 마음이 붙었을 때 집중이 잘 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위빳사나 수행을 하면 깊은 집중이 개발되면서 알아차림과 대상을 서로 풀로 붙여놓은 듯이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벽에 공을 던지면 공이 튕겨 나오듯이 대상이 느껴지는데 집중이 개발되면 공이 벽에 붙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대상이 일어나서 사라지고, 알아차림은 대상에 밀착하여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는, 알아차림의 연속이 있습니다. 알아차림은 그대로이지만 대상은 매 순간 변하기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만 집중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것을 찰라삼매라고 합니다.”(우 조띠까 사야도, 마음의 지도, 97)

 

 

 

 

 

사야도는 찰나삼매(khaikasamādhi)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은 움직이는 대상을 하기 때문에 순간포착해야 함을 말한다. 찰나, 순간을 포착하여 마음을 대상에 두면 대상과 마음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대상이 변하더라도 사띠는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그래서 대상이 생멸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사야도의 이 말은 경전적 근거가 있다는 말이다. 앙굿따라니까야 경행의 공덕에 대한 경에 따르면 경행에 몰두하면 삼매에 오래 머물 수 있다.”(A5.29)라고 했다. 여기서 삼매는 찰나삼매를 말한다.

 

 

 

찰라삼매를 개발하면 왜 오래도록 삼매에 머물까? 주석에 따르면 서 있으면서 잡은 표상은 앉을 때 사라지고, 앉아 있으면서 잡은 표상은 누울 때에 사라진다. 그러나 경행에 몰두하는 자는 움직이는 대상을 표상으로 잡기 때문에, 그것은 서있을 때에도 앉을 때에도 누울 때에도 사라지지 않는다.”(Mrp.III.236)라고 했다.

 

 

 

하루종일 사띠가 유지된다는 사람이 있다. 이는 행주좌와간에도 알아차림이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일상에서도 사띠가 유지되려면 행선으로 사띠를 개발해야 함을 말한다. 움직이는 대상으로 알아차림 하기 때문에 서 있거나, 앉거나, 눕거나 사띠가 유지됨을 말한다. 이는 행선에서 찰나삼매를 개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선원에서는 좌선하기 전에 먼저 행선을 하라고 했다. 행선을 하고 나서 좌선을 하면 집중이 더 잘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 조띠까 사야도는 책에서 대상은 항상 변하지만 알아차림은 연속입니다.”(98)라고 말했다.

 

 

 

책에서 본 영향이어서일까 발을 떼어서 들고, 밀고, 내리고, 닿고, 누르는 과정이 들어왔다. 수행의 진전이라면 진전일 것이다. 단지 느낌일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전 보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행선은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다.

 

 

 

친구는 용인출신이다. 입학식 때 아버지와 함께 온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 아버지는 아마 40대로 젊었던 것 같다. 안부를 물으니 건강하시다고 한다.

 

 

 

친구한테 신세진 것이 있다. 시험을 앞두고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대에 입학하면 수학, 물리, 화학 등 필수과목을 들어야 한다. 특히 수학이 약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미적분학이 그것이다.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그는 큰회사에서 정년 퇴임했다. 기업에서 정년까지 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년까지 갔다는 것은 아마 성실했기 때문이라 본다.

 

 

 

그는 철인(鐵人)이기도 하다. 마라톤 등 철인3종경기에 매년 참가했다. 철인3종경기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수영 3.8km, 사이클180.2km, 달리기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다. 2012년에는 조선일보에 3 라는 타이틀로 보도되었다. 공중파 방송에도 나온 바 있다. 몸이 안좋아 운동삼아 한 것이 철인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지난 3월에는 회갑기념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무난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천성적으로 착한 성품 때문일 것이다. 모나지도 않고 드러나지도 않는다. 지극히 평범한 스타일이다. 촌놈 출신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는 용인에서 서울까지 통학했다. 용인에서도 남쪽이라 하니 꽤 먼거리에서 다닌 것이다. 현재 용인은 인구 백만이 넘는 대도시가 되었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던 친구 아버지도 아마 개발혜택을 받았을 것이다.

 

 

 

친구는 아버지 농사를 도와주고 있다. 그 중에 쌀농사도 있다. 삼년전에 쌀을 팔아 준 적이 있다. 추정쌀이라 하여 일명 아끼바레라고 한다. 쌀 산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 바도 있다. 종종 농사짓는 친구들의 특산품을 홍보해 주는 역할을 있다.

 

 

 

손님이 왔으니 대접해야 할 것이다. 접대할 수 있는 식당을 개발해 놓았다. 복집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다. 손님이 오면 접대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차담을 했다. 커피를 마실 수도 있지만 긴 시간 얘기하기에는 차만한 것이 없다. 국화차를 마셨다. 차를 매개로 대화하다 보니 네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커피를 마시면 30분 이야기 힘들다. 커피를 다 마시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담을 하면 시간이 한정되지 않는다. 팽주가 무한리필 해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이 있을 때 전화한다. 그러나 일이 없어도 안부를 묻는 것이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용인친구가 그랬다. 일이 없어도 찾아와서 식사를 하고 차담한 것이다. 그러나 졸업이후 살아온 과정이 달라서일까 공통점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 왔으니 좌선이나 한판 어때?”라며 요청했으나 손사래쳤다.

 

 

 

시람들은 돈벌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만나 본 사람들 상당수는 재테크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글쓰기나 수행관련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들어주기에 바쁘다. 그럼에도 시간을 내서 일부러 찾아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블로그에는 특별한 것만 기록하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도 기록이 될 수 있다.

 

 

 

 

 

2020-04-18

 

담마다사 이병욱